바뀐 것은 대통령뿐이다. 적폐가 돌아왔다

Posted by 탁발
2017.09.13 10:29 시사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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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흠집이 없는 김이수 헌재소장 후보자가 헌정사상 처음 국회에서 인준이 거부된 현실에서 떠오른 노래가 있다. 오랫동안 기억 저편에 있던 노래였다. 프로그레시브록의 고전적 그룹 킹 크림슨의 대표곡이라 할 수 있는 묘비명(Epitaph)이다. 이 노래는 제목이 주는 그로테스크한 느낌과 함께 예언적, 시적 가사로도 유명하다. 그중 떠오른 가사는 한국 현실을 마치 살아본 듯이 묘사하고 있어 새삼 놀랄 정도였다.

 


“Knowledge is a deadly friend When no one sets the rules. The fate of all mankind I see Is in the hands of fools” 네이버 지식백과의 번역은 이 부분을 아무도 법을 지키지 않을 때 지식이란 죽음과도 같은 것. 내가 볼 때 모든 인간의 운명은 바보들의 손에 쥐어져 있는 것 같습니다라고 해석하였다. 그 번역에 작금의 국회 상황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절망적 뉘앙스를 추가한다면 뜻은 채워질 듯하다.

 

자랑스러운 캐스팅 보터 국민의당은 김이수 헌재소장의 인준을 부결시키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의 말처럼 국민의당이 지금 20대 국회에서 결정권을 갖고 있는 정당처럼 보였을 수도 있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가 골목대장도 하지 않을 힘자랑을 했다는 말에 참 많은 은유가 담겨 있다.

 

국민의당의 완력을 왜 깡패도 아니고, 건달도 아닌 유치한 골목대장이라는 말이었는지 국민의당은 아마도 모르거나, 알아도 모르거나일 것이다. 그 지점에서 킹 크리슨의 노래 묘비명의 가사 내가 볼 때 모든 인간의 운명은 바보들의 손에 쥐어져 있는 것 같습니다가 다시 떠오른다. 추 대표가 신사인 척 하지 마라”라는 말을 어른인 척 하지 말라”로 오독하고 싶은 이유는 또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4개월 남짓이다. 그리고 위기 상황에 직면해있다. 밖으로는 북한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위협하고 있고, 내부적으로는 야당들이 여소야대의 힘을 과시하며 치킨게임을 유혹하고 있다. 김이수 후보자 동의가 부결되자 "이제는 탄핵이다"라는 말이 자유한국당 쪽에서 들려왔다. 안과 밖 어느 쪽이라도 문재인 정부가 한순간 이성을 잃고 한 번이라도 실족한다면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지난 살충제 계란도 그랬던 것처럼 지금의 안보상황은 지난 9년간 북한에 대해 유별나게 낯가림이 심했던 이명박근혜 정부 9년의 책임이 더 크다. 대정부질문에 답변에 나선 이낙연 총리가 북한의 태도가 지난 4개월에 갑자기 결정된 것은 아니다는 지적에 작정하고 나선 야당도 반박할 말을 잃었던 것처럼 말이다

 

국회는 100일 넘게 끌었던 헌재소장을 몇 번의 표결 일자를 연기한 끝에 부결시켰다. 아무리 여소야대라 할지라도 5부요인에 대한 국회의 힘자랑은 품격을 잃거 기정잡배의 완력으로 전락하였다. 또한 캐스팅 보터의 위력에 도취됐다가 반발여론에 논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김이수 부결, 우리가 20대 국회 결정권 가졌다는 블로그 링크글마저 서둘러 삭제하는 모습을 네티즌들에게 들키기도 했다

 

그럼에도 안 대표는 숨을 고를 겨를이 없어 보였다. 곧바로 애먼 강경화 외교장관과 미국, 중국 등 4대 대사의 경질을 언급했다. 그런가 하면 지난달 28일 당대표 취임 후 첫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지금 사법부의 독립성이 침해받고 있는 상황을 심각하게 우려한다면서 김명수 대법원장에 대해 벼르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었다. 이번 김이수 헌재소장 후보자에 이어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까지 문재인 대통령의 5부요인 임명권을 흔들겠다는 의지를 미리 보인 것이다.

 

이렇듯 여소야대라는 완장을 찬 국회는 가히 제왕적 완력에 도취된 상태다. 헌재소장, 대법원장 등 대통령의 임명권을 훼손시키는 것으로 대선패배와 더 나아가 탄핵을 부정하려는 의미마저 드러내고 있다. 촛불 정국에 의해 수세에 몰려 있던 적폐의 재집결과 반격의 신호탄이라는 우려도 존재한다. 당연하다. 탄핵된 것은 대통령 한 명 뿐이다. 또한 적폐청산의 손맛이 매워질수록 적폐의 반발은 드세질 것이다. 각오와 긴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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