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쓸신잡2 유시민. 진도는 위로가 필요하다

Posted by 탁발
2017.11.11 08:01 티비가요/예능
-->

 

알쓸신잡2가 목포를 찾았다. 목포는 일제의 수탈이 집중됐었던 아픈 역사가 서린 곳인 동시에 목포의 눈물로 대표되는 문화유산도 매우 풍부한 곳이다. 그 목포의 문화권에 있으면서도 사실상 목포보다 훨씬 거대한 문화의 저력을 이어온 곳이 작은 섬, 진도였다.

 


진도아리랑, 진돗개, 진도씻김굿, 진도홍주까지 작은 섬 하나에 다 담을 수 없는 엄청난 문화의 이력이 배어있는 곳이다. 그런 문화적 배경으로 인해 일찍이 진도에는 국립국악원이 설치되기도 했다.

 

그러나 20144월 이후 우리들의 기억 속 진도에는 그런 것들이 모두 지워지고 말았다. 진도는 세월호의 아픔 속에 갇힌 것이다. 아직까지도 다섯 명의 미수습자 수색이 계속되고 있는 도저히 씻을 수 없는 국민적 슬픔만이 존재하는 장소가 된 것이다. 또한 세월호 참사를 방치한 박근혜 정권의 천인공노할 방해와 무시는 또 얼마나 큰 분노를 일으켰던가.

 

국민들은 아직도 세월호에 대해서는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약속을 지키고 있다. 그래서 추모의 의미로 아직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진도 팽목항을 찾고 있다. 그러나 그러지 않은 사람들은 진도대교를 건너지 않고 있다고 한다. 관광버스가 끊긴 진도는 수년째 힘겨운 상황을 견뎌내고 있다고 한다.

 

유시민의 조사에 따르면 진도는 작은 섬이고, 대파와 배추 농사를 주로 하고 약간의 어업을 영위한다고 한다. 그보다는 분명 문화의 보고 진도는 관광수입의 비중이 클 수밖에는 없다. 그런데 진도에서 관광이라는 단어가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지워진 현실은 무겁게 진도의 살림살이를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진도하면 떠오르던 많은 것들이 지난 몇 년간 다 보류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따지자면 진도사람들은 단지 사고해역에서 가깝다는 이유로, 팽목항이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생각지도 못한 어려움을 겪게 된 것이다. 그런데도 진도 섬사람들은 그런 아픔을 대놓고 말도 하지 못하고 있다.

 

유시민은 그런 진도를 알쓸신잡2 멤버들 중에서 유일하게 다녀왔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까맣게 잊고 있던 문제를 조심스럽게 제기하는 모습이었다. 역시 유시민다운 통찰을 보인 순간이었지만 동시에 격하게 공감을 표할 수 없는, 여전히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현실이 또 다른 아픔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유시민은 진도군민들도 위로가 필요해요. 그게 말로 하는 위로가 아니라 우리들의 원래 일상을 회복해야 해요라고 한 부분은 그 진심이 무겁게 전해졌다. 유시민의 수많은 말들을 들어왔지만 다른 어떤 말보다 진지하고 또 인간미를 담은 말이었고, 경청할 이유를 많이 담았다고 느껴졌다.

 

세월호 참사의 또 다른 피해자들은 그렇게 진도에서 숨죽인 채 살아가고 있다. 진도의 특색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다른 지역과 구별되는 특별한 제의인 다시래기씻김굿이 있다. 다시래기는 상주를 웃기는 매우 독특한 장례문화이며, 씻김굿은 세상에서 둘도 없이 슬픈 위령굿이다. 죽음에 대해 전혀 상반된 문화를 지켜온 진도이기에 잠시 세월호를 잊고 찾아도 저절로 추모를 거를 수 없는 곳이기도 하다. 때문에 우리가 세월호를 잊지 않는다면 오히려 더 진도를 찾아야 할 이유도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이 댓글을 비밀 댓글로

택시운전사. 김사복 씨 우리도 당신이 보고 싶습니다

Posted by 탁발
2017.08.03 09:59 티비가요/영화 가요
-->


그 낡은 택시가 우리를 가본 적 없는 그곳, 그때로 데려갔다. 그리고 글로 보았던 그 주먹밥을, 그 순박한 정을 손으로 만지는 것처럼 느낄 수 있게 했다. 두 시간 조금 더. 우리는 송강호의 등을 타고 805월의 광주를 간다. 그렇게 휘- 돌아와서 끝내 그를 다시 만나지 못한 독일기자 위르겐 힌츠페터의 안타까움에 전이되어 내내 보고 있던 그 김사복 씨가 보고 싶어진다.

 

37년 전의 광주. 그곳에 일을 우리는 다 알지 못한다. 광주시민이라는 이름이 하도 커서 그저 버겁게만 느껴졌던 것이 지난 시간 동안 겪었던 광주의 중압감이었다. 그리고 알지도 못한 채 쉐타 속에, 때로는 여자친구의 옷 속에 감춰서 이리저리 옮겨야 했던 그 광주의 영상들이 비로소 어떻게 광주 밖으로 나올 수 있었는지 알게 되었다.

 

함께 본 누군가는 이렇게 오랜 시간이 흘렀다면 우리가 알지 못하는 새로운 걸 보여줬어야 하지 않나? 라고 했다. 그가 말하는 새로운 것이 무엇인지 묻지 않았다. 알고 싶지도 않았다. 그러던 차에 정말로 어디선가 택시 무리가 하고 등장한 것처럼 데이트 중인 한 쌍의 대화가 우리들의 심드렁한 사이로 끼어들었다.

 

무슨 소리야. 5·18때 택시기사, 버스기사 같은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걸 했는데. 그뿐인줄 알아? 광주가 피해를 넘어 민주화운동의 성지가 된 것은 그때 앞장섰던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잘난 사람들이 아니라 정말 아무 것도 아닌 사람들이 전부 주인공이었고, 영웅이었다고!”

 

그들의 이야기를 녹음하지 못한 탓에 슬그머니 미화된 부분도 없지는 않겠지만 어쨌든 난 20대 중반이 채 못됐을 젊은 여성의 카랑카랑한 목소리에 깜짝 놀라서 내가 아는 광주를 다룬 소설가 누군가 싶은 착각에 빠지기도 했다. 그 여성의 놀랍고 반가운 설교(?) 덕분에 동행의 자극적 욕망은 머쓱해졌고 자연스럽게 대화에서 쫓겨났다. 다행이었다.

 

어떻게 보면 그것은 드러내지 않은 나의 고민이었을지도 모른다. 37년이 흘렀다. 해마다 5월이 되면 광주를 말했고, 그래서 뭔가 대단히 많은 것들을 한 것 같은 생각이 들게 된다. 싫증을 잘 내는 우리들은 쉽게 “또 광주야?”라고 무신경하게 말을 할 수도 있다. 어떻게 다른 일들을 광주에 비교나 할 수 있을까. 그러나 고통은 원근에 충실하다. 멀어지면 둔감해지는 법이다.

 


그러니 동행이 뭔가 새로운 것이 없다고 입맛을 다시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아니 내가 먼저 말할 기회를 놓쳤다 뿐이지 내게도 같은 마음이 없었다고 자신하지는 못할 것 같다. 그 부분은 관객인 나와 또 다른 제작자들 몫의 비밀로 남겨두기로 한다.

 

허나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이 <택시운전사>는 꼭 볼 만한 영화이고, 많지는 않지만 광주를 다룬 영화들과는 조금 다른 광주를 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다. 아니 광주보다 광주사람을 보여주었다. 독일기자와 서울기사의 시선에서 본 광주사람이지만 우리 모두도 그 외부인의 시선일 수밖에 없으니 오히려 안성맞춤이다.

 

그런데 우리가 외부인이 아닌 것은 이 영화의 주제 언저리 이야기였다. 차단된 그 도시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바깥세상은 몰랐다. 그러나 뭔가를 아주 많이 보도한 것은 언론이었다. 그때 언론은 진실이 자기 신문사를 망하게 하고, 자신도 망가뜨릴 것이라는 공포 때문이었다고 할 것이다. 37년이 흘렀다. 지금 우리는 그토록 암울하지는 않지만 진실을 말하는 언론을 보고 있는 걸까? 하는 의식의 질문에 화들짝 놀랐다.

 

무슨 소린가. 언론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도 밝혀냈고, 촛불혁명의 믿음직한 동반자 아니었는가. 그런가? 맞게 본 건지는 자신할 수 없지만 <택시운전사>를 보고 가장 질기게 남아 있는 인상은 순천쯤에선가 국수집에서 애먼 소리나 하고 있는 사람들의 대화에 속이 뒤집어진 송강호의 표정이었다. 그런가? 우리 언론은 어느 샌가 그렇게 믿음직하게 변해있었던가? 나만 몰랐나보다.

 

, 그리고. 송강호는 인터뷰를 통해 배우가 자신이 하는 연기의 의미 정도는 알고 해야 한다는 말을 했었다. <택시운전사> 속 배우들은 빠짐없이 그래 보였다. 그것도 영화 한 편의 충분한 보상이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이 댓글을 비밀 댓글로

군함도 대신 무한도전을 보자? 그럴 만도 하다

Posted by 탁발
2017.07.30 23:36 티비가요/영화 가요
-->


<군함도흥행이 매우 뜨겁다개봉 4일 만에 300만 명을 돌파했다최대 흥행작인 <명량>과 같은 수준이라고 한다그러나 논란도 그만큼 뜨겁다흥행과 논란이 동행하는 요즘 드문 경우라 할 수 있다논란은 영화 자체에도영화 밖에서도 생겨났다일단 영화 바깥의 논란은 차치하고 영화 속 논란부터 이야기해보자. <군함도영화 자체에 대한 논란을 한 마디로 정리할 수 있는 글이 있다.

 

"CJ는 '군함도내리고 차라리 '배달의 무도 하시마섬극장편을 올려라"

 

트위터에서 2만번가량 리트윗되고, 7천이 넘는 '좋아요'를 받은 글이다왜 이런 반응이 나왔을까감독과 영화에 참여한 사람들은 동의하지 않을지 모르겠으나 <군함도>를 보고 나온 사람들은 대체로 지옥섬이라는 일본의 강제징용의 역사가 아니라 그냥 어떤 섬에서의 탈출에 대한 감상을 말한다왜 이 영화 제목이 하시마도지옥섬도 아닌 군함도인지를 어렴풋이 수긍하게 된다역사의 상처를 다룬 영화에서 '역사'를 보지 못했다면 심각한 것이다.

 

그리고 문제의 양비론 문제는 고개를 갸우뚱하는 분위기물론 소위 부역자들이 더 나쁜 놈인 경우도 있다그러나 그런 미시적 사실을 통해 일제강점역사를 포괄하는 것은 위험한 접근이다부역자친일파는 전범 일본과 마찬가지로 처벌해야 할 대상인 것은 틀림없지만 그들의 잘못은 일제강점에 의한 부차적 산물로 구분해야 한다이 차이를 무시하면 양비론이 생기는 것이며식민사관에 휘말릴 수 있다.

 

예를 들자배우 이정현이 "일본이 무조건 나쁘다'고 말하지 않아서 마음에 들어요"라고 했다그렇다면 누군가 5월민주화운동을 다룬 영화에 대해서 "신군부가 무조건 나쁘다고 말하지 않아서 마음에 들었어요"라고 했다면 어땠을까? 반응은 지금보다 더 거셀 것이다. 그러나 송강호는 <택시운전사>를 끝내고 "광주시민에게 위로를 드리고 싶다"고 했다.  

 

하시마섬에서 무슨 일이 있었든 사실 여부를 떠나 영화 속 사건을 만들고묘사하는 것은 창작자의 자유의지에 달려있다그러나 역사의 본질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군함도는 아직 진행 중인 역사이기 때문이다. 또한 피해자가 아직 생존해 있고, 희생자들을 찾지도 못했다. 일본은 전혀 반성하는 기미도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 감독은 이 영화의 배경과 역사를 놓치고 영화 자체에 몰입한 것 같다는 추측을 갖게 한다충분히 그럴 수 있다그것이 감독으로서의 본분이기도 하고동시에 한계일 것이다낡은 표현이지만 역사를 잃고 영화를 얻었다.

 

류승완 감독은 논란이 커지자 자신의 입장을 글로 전했다그의 글 속에는 역사를 모른다는 비판에 아파하는 심기가 고스란히 담겨져 있었다그리고 자신도 몰랐겠지만 논란의 실마리를 발견할 수 있는 대목도 있었다아니 스스로 논란의 이유를 조목조목 밝힌 것 같아 보였다.

 

"저는 제가 취재한 사실을 기반으로 당시 조선인 강제징용의 참상과 일제의 만행그리고 일제에 기생했던 친일파들의 반인륜적인 행위를 다루고자 했습니다더불어 영화를 통해서라도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피맺힌 한을 '대탈출'이라는 컨셉으로 풀어보고 싶었습니다"

 

류 감독이 하시마섬의 역사에 분노했다는 사실은 틀림없어 보인다다만 분노의 대상을 혼돈한 우를 범했고둘째 '대탈출'이라는 블록버스터 지향의 아이디어로 인해 역사보다 영화에 더 몰두하게 된 것 같다영화감독으로서는 당연한 충실함이었지만 이 영화에 대한 모든 기대를 수용하기에는 지나친 몰두였다. 블록버스터에 강제징용의 본질이 잠식되는 것은 피할 수 없었던 것 같다.

 

늦은 설명이지만군함도는 일본 나가사키에서도 대단히 각광 받는 관광지가 됐다사전 예약이 필수일 정도라고 한다. 201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것이 계기가 되었다우리에게 아픔이고분노인 그곳이 일본인들에게는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이란다이 모순이 존재하는 한 하시마는 영화의 논리가 먼저일 수는 없는 것 아니었을까아무리 상업영화일지라도 말이다그렇다면 억울하다는 말은 말자.



지난 2월 민족문제연구소의 스토리펀딩이 있었다. 2천만원이 목표였으나 그 절반 정도만 모아졌다. 그 펀딩의 제목은 '군함도, 끝나지 않은 전쟁'이었고, 민족문제연구소가 추진하는 식민지역사박물관 중에 강제동원관을 설치하는 비용으로 사용하려는 목적이었다. 이미 종료된 펀딩이지만 혹시라도 관심을 갖는 분이 있다면 이 책과 더 나아가 민족문제연구소에 노크를 해보기 바라는 마음이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이 댓글을 비밀 댓글로

김영애. 목숨을 불사른 연기, 연기혼

Posted by 탁발
2017.04.10 07:30 티비가요/드라마
-->

사실 김영애의 젊었을 적의 연기는 알지 못한다. 어렴풋하게나마 내가 김영애라는 배우를 기억하기 시작한 것은 분명 모래시계 때문이었다. 태수의 엄마로 출연했고, 그 역할은 크지 않았지만 정말 강렬한 인상으로 남을 수 있었던 것은 그 마지막 장면 때문이었다. 많은 사람들은 모래시계의 명장면으로 꼽는 것들보다 내게는 그 장면이 더욱 인상적이었다. 슬프고 또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하도 오래 전 일이라 앞뒤 상황은 지워졌고, 오로지 기억하는 것은 낡은 기차역에서 곱게 차려 입은 모습으로 죽음을 선택하는 장면이었다. 그 마지막 순간이 오기 전까지의 그 처연한 표정은 그렇게 긴 시간이 지났음에도 잊을 수 없는 것이 되었다. 그리고 연기가 아닌 그 표정을 다시 보았다. 드라마를 마치고 다시 병원으로 돌아가는, 마르고 창백한 눈빛에서 말이다.

 

그리고 다시 많은 사람들이 김영애를 기억하게 되는 것은 전혀 다른 두 인물의 모습일 것이다. 하나는 2011년의 드라마 로열패밀리에서의 회장님일 것이고, 다른 하나는 2013년 영화 변호인에서의 국밥집 엄마의 모습일 것이다. 기억에 남는 대사도 참 다르다. “저거 치워”와 “변호사님아 참 고맙데이” 개인적으로는 과거 모래시계의 태수엄마로부터 이어지는 변호인의 엄마가 더 좋은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김영애의 엄마는 바로 영화 <애자>의 엄마 영희일 것이다. 최근 드라마 <닥터스>의 할머니와도 비슷한 엄마 영희. 그러나 한 결같이 김영애의 ‘엄마’는 참 슬프다. 그러더니 이렇게 슬프게 가버렸다.

 


그러고 보면 내가 기억하고, 좋아하는 김영애의 모습은 ‘엄마’인 것이 분명하다. 엄마 연기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를 대상은 김혜자가 되겠지만 김영애는 김혜자와는 또 다른 색깔의 엄마를 보여주었다. 그럴 수밖에는 없을 것이다. 전원일기와 변호인. 너무도 다른 배경 속에서 엄마라는 존재는 그 상황에 맞게 변화하거나 발전할 수밖에는 없었을 것이고, 김혜자와 김영애는 각자의 상황의 엄마에 가장 적합한 연기를 보여주었다

 

그랬던 김영애였기에 앞으로 엄마라는 존재를 더욱 깊게, 더욱 간절하게 연기해낼 수 있었을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그러나 그에게 운명은 잔혹했다. 백세시대라는데, 그는 고작 66세의 나이에 세상을 떠나야만 했다. 이번에도 암이다. 2012년 진단을 받았다고 하지만 그런 것은 누구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김영애는 연기에 몰두를 했다.

 

그의 유작이 된 드라마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를 병원에 입원한 상태에서 출연을 강행했고, 그는 이 드라마가 끝날 때까지만 살게 해달라고 간절하게 기도를 했다고 한다. 시쳇말로 아파서 암이라고 한다는 말이 있다. 병세가 깊어진 상황에서 그 고통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가 없을 지경이었을 것인데도 그것을 참고 연기를 해냈다는 것에는 어떤 숭고함을 느끼게 된다.

 


이제는 어쩌면 잊혀진 단어가 될지 모르겠지만 연기혼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누구도 반박할 수 없는 연기를 내놓기 위해 그는 그의 아까운 생명을 조금씩 덜어내었던 것은 아닐까. 사실 이렇게 슬퍼하지만 그렇다고 그의 죽음이 실감나는 것은 아니다. 다음 달쯤 또 다른 영화나 드라마에 떡 하니 등장해 특유의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슬픔을 감춘 억척스러운 엄마를 연기할 것만 같다.

 

1951년 4월에 와서 2017년 4월에 떠난 배우 김영애. 자신은 드라마를 끝내고 “다 정리해서 홀가분하다”고 했다지만 그녀와의 이별을 준비하지도 못하고, 받아드릴 수도 없는 팬들은 깊은 우울에 빠질 수밖에는 없다. 홀가분하기는커녕 미련과 그리움으로 떠난 그를 붙잡고 싶을 뿐이다. 잘 가라는 인사도 아직은 차마 할 수 없는 이별일 따름이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이 댓글을 비밀 댓글로

무한도전. 국회의원 미팅법? 재기발랄 국민입법을 알아보자

Posted by 탁발
2017.04.09 07:32 티비가요/무한도전
-->

무한도전과 시민 그리고 국회의원 다섯 명이 함께 한 국민발의회의. 이번 무한도전의 시도와 의도가 조금은 특별한 것은 그저 의견을 듣는데 그치지 않고 실제 법안발의까지 가겠다는 것이다. 물론 발의한다고 모두 법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발의한다는 것 자체가 최소 10명의 다른 국회의원들에게 의견을 전달한다는 의미와 함께 어쨌든 국회에 기록을 남긴다는 의미를 갖는다.

 


8일 방영된 무한도전을 통해서 확인된 국민발의는 다음과 같다. 국회의원 미팅법, 임산부 주차법, 청년 주거 지원법, 국회의원 4선 연인 제한법, 아동학대 처벌 강화법, 알바 근로 보호법 등이다. 이번 국민의회 특집을 통해서 박주바리라는 별명을 얻게 된 박주민 의원이 그 와중에 단연 발의 의욕을 보였고, 다른 의원들도 각자 자신의 전문성에 관련된 발의를 약속했다.

 

그러나 국회나 시민들이 더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들은 어쩌면 이들 발의 목록에 들지 않은 것들일지 모른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의무만 잔뜩 지는데 반해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참정권에 제한을 받고 있는 청소년들과 달리 엄청난 특권은 다 누리면서 정작 의무에 대해서, 그것도 자신이 한 공약이나 입법의원으로서의 의무를 방기한 국회의원에게 주어지는 당연한 권리를 제한하자고 한 한 시민의 분노에 찬 발언이 있었다.

 

일반시민들도 직장생활에서 감봉을 당한다든가 권고사직을 당하기도 하는데 국회의원들만이 예외가 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다. 쉽게 말하자면 국회의원 소환제에 대한 다른 표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발언과 제안에 대해서 녹화장의 호응은 대단히 뜨거웠다. 물론 현장의 국회의원들 역시도 그런 분위기에 조응했다.

 


그러나 이 법안은 발의목록에서 빠졌다. 설혹 포함됐더라도 아마 발의조차 어려웠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목록에 포함되기는 했지만 실현 가능성이 적은 것도 역시나 ‘국회의원 4선 연임 제한법’과 ‘국회의원 미팅법’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국민정서상 거부할 수 없을 것 같지만 언제나 국회는 자신들의 철밥통을 지키는데 뻔뻔했다. 이번에도 그럴 것이다.

 

그렇다고 하나마나한 시도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 발의가 단순히 국민발의라는 형식만이 아니라 명실상부한 국민예능 무한도전을 통한 것이라는 사실은 결코 간단치 않다. 이 작은 불씨가 나중에 어떤 나비효과를 불러올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것이다. 누가 알겠는가. 국회의 입법독점을 깨고 국민발의가 법으로 만들어져 국회의원들이 감히 거부할 수 없는 흐름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번 무한도전의 국민의원 특집이 갖는 의미는 시청자들에게 정치라는 것에 대한 의미를 새롭게 각인시켰다는 것에서 찾을 수 있다. 정치라는 것이 신문과 방송에 나오는 것과 달리 우리들 생활과 복지에 바로 연결이 되고, 그래서 시민들이 직접 참여해서 바꾸고 만들어갈 수 있는 재미있는 것이라고 말이다. 최소한 그런 즐거운 상상만이라도 가능케 해주었다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국민의원 발의가 실제로 모두 발의가 되고, 법안이 통과되면 좋겠지만 그런 가시적인 성과가 없다고 하더라도 예능이, 방송이 이런 시도를 한다는 것은 분명 한국의 민주주의 발전에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다.

 

OECD 11위국 한국은 경제적으로는 어쨌든 세계 상위국가다. 그러나 그 외 모든 면에서는 하위국가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특히 정치가 그러하다. 수십 년 정치권에 맡겨도 되지 않았다면 결국은 시민의 힘으로 바꿔나갈 수밖에 없다. 그 중요한 시작을 무한도전과 함께 할 수 있었다. 모름지기 국민이라는 수식어를 부여받았다면 이 정도는 해야 하는 것이다. 괜히 무한도전이 아니고, 그냥 국민예능이 아닌 것의 증명이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이 댓글을 비밀 댓글로

윤식당. 한 달 고생 도로아미타불. 또 그렇게 인생을 담는다

Posted by 탁발
2017.04.08 07:41 티비가요/예능
-->

 

본래 공개할 목적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나 나영석 피디 집단의 불필요할 정도로 집요한 기록본능 덕분에 윤식당이 만들어지는 과정의 화면들이 이렇게 긴요하게 사용될 수 있었다. 무슨 얘긴가 하면, 부푼 꿈을 안고 먼 타국까지 날아온 윤식당 임직원들의 하룻밤의 꿈에 대한 것이다. 다 알다시피 윤식당은 영업 하루 만에 철거라는 청천벽력의 소식 앞에 서야 했던 것이다.

 


위기였다. 게다가 그 식당을 꾸미기 위해서 무려 한 달의 땀과 노력을 쏟았던 것을 생각한다면 스태프들의 낙담과 한숨이 화면 밖에까지 들릴 지경이다. 그러나 세상은 냉정하게도 그런 스태프들의 심정 같은 것은 중요하지 않다. 대신 철거현장을 보며 눈물짓는 한 여배우의 감수성으로 그 심정을 대신할 수밖에는 없었고, 당장 촬영을 이어갈 새로운 식당이 필요했고, 제작진들은 어떻게든 새로운 장소를 물색해냈다.

 

그것을 보는 것은 참 쉽지만, 영업한지 하루만의 철거와 그 망연자실을 딛고 또 다시 하루 만에 새 식당을 찾아서 고치고, 꾸미고 해야 하는 일은 얼마나 어려운 일이겠는가. 그런데 기적인가 흔히 말하는 예능신의 도움인가 그들은 그 어려운 일을 또 해내고 말았다. 그리고 첫 번째 윤식당의 경우 한 달이나 걸렸던 미술작업을 하룻밤 철야로 해내기도 했다.

 

그렇게 스태프들은 어떤 위기에서도 감정보다 실무라는 짐을 져야 하는 것이 믿음직하다고 말할 수는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참 안쓰럽다는 생각도 지울 수 없다. 아무리 일이라고 하더라도 사람의 일에는, 특히 뭔가를 만들고 꾸미고 하는 일들에는 감정이 배이기 마련인데 그렇게 허무하게 무너진 1호점 윤식당을 보며 눈물지을 새도 없이 정신없이 2호점을 찾아내고, 설득하고, 섭외하고 결국에는 다시 공사하는 일에 매진해야 하는 것의 허무함이 없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 허무를 딛고 열일한 하룻밤의 결과는 너무도 놀라웠다. 참 한국인은 역시나 놀랍다. 마치 준비라도 하고 있었던 것처럼 아주 오래 전에는 식당이었다지만 이후 수퍼로 사용하면서 비좁고 초라했던 공간이 다음날 마치 램프의 요정이라도 다녀간 것처럼 소담스러운 식당으로 완벽한 변신을 한 것이다. 더운 나라가 페인트 냄새도 금세 날아간 것인지 그런 불평도 없었다.


그렇게 전쟁 같은 하루를 보낸 뒤에 다행스럽게도 윤식당은 2호점을 열게 되었고, 1호점보다 더 외져서 오가는 사람이 더 적어 손님맞이가 쉽지는 않겠지만 그래서 오히려 이 로망의 식당에서 자칫 잊을 수 있는 현실감각을 적어도 한 스푼 정도는 챙길 수 있다고 긍정적인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그렇지만 분명 나영석 피디가 구상하고, 기대했던 그림대로 진행되지 않은 차질이 있었지만 오히려 인간적인 이야기들을 담을 수 있게 된 것은 오히려 더 큰 수확이 아닐까 싶다. 과거 1박2일 시절 혹한기 대비캠프에서 갑작스런 폭설로 중간에 촬영을 접어야만 했지만 그 철수하는 길목에서 얻은 다큐 이상의 아름다운 설경들로 망한 것이 아니라 흥해버린 경험을 떠올리게 했다.

 

발리에서의 일이 그만한 반전을 가져다 준 것은 아니지만 어쩌면 그 안에 담긴 이야기는 그때보다 더 크다고 할 수도 있다. 왜냐하면 윤식당은 모든 것이 완벽했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식당이었다. 영화로도 구성하기 힘든 환상적인 이 휴양지의 식당에 낭만 대신 현실을 채워넣을 수 있게 됐으니, 또 인생의 한 자락을 담게 됐으니 어쩌면 오히려 다행이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이 댓글을 비밀 댓글로

추리의 여왕. 명장면, 명대사 없이도 명연기는 가득

Posted by 탁발
2017.04.07 08:01 티비가요/드라마
-->

드라마는 작가 놀음이라고 한다.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현실은 작가보다 배우 캐스팅에 더욱 열을 올리는 것 같다. 그러나 배우는 또 작가 혹은 작품을 보고 출연을 결심하게 된다. 결국 뱀 꼬리를 잡는 돌고 도는 요지경 속사정 같기만 한데, 바로 추리의 여왕 때문에 이런 시답잖은 고민을 하게 된 것이다.

 


부분적으로 어색하거나 허술한 구석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기본적으로 최강희와 권상우의 연기와 캐미가 너무 돋보여 딱히 눈에 거슬리지 않는다. 이래서는 드라마는 작가놀음이라고 할 수 없지 않겠냐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최강희와 권상우의 조합은 최강의 엔터테인먼트를 보장하고 있다.

 

그럴 만큼 일단 추리의 여왕은 재미있다. 러닝 타임 한 시간의 감각은 거의 2,30분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이렇다 할 액션이나, 명장면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가슴을 뭉클하게 끌어당기는 명대사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홀린 것처럼 드라마에 빠져들게 된다. 대신 명연기가 전편에 가득하기 때문이다. 이 드라마는 거창하지 않은 소소한 일상의 연기톤을 읽는 것이 중요하다. 

 

그만큼 이 드라마가 독특하고 또 재미있다는 것인데 이상하게도 시청률은 제법 큰 폭으로 떨어졌다. 아마도 많은 시청자들이 이 낯선 장르의 드라마에 낯설어하는 것은 아닐지 모를 일이다.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보수적인 것이 드라마를 보는 한국 시청자 성향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한국은 장르의 다양성이 자주 봉쇄되곤 한다. 이번에도 그럴까 걱정이 앞서는 현상이다.

 


특히나 추리의 여왕이 전작인 김과장과 마찬가지로 연애 없는 드라마라는 점에서 걱정이 더 클 수밖에 없는데, 이는 완승(권상우)과 장도장(양익준)의 오랜 원한관계가 좀 더 구체화되면 비록 과거형이기는 하지만 로맨스를 대신할 애틋함으로 대신할 수 있기를 기대해봐야 할 것이다.

 

다만 1,2회 전체를 쥐고 흔들고 있는 설옥의 캐릭터가 현재로서는 너무도 기발하고 매력적이기는 하지만 거기서 더 나아가 무엇을 말해줄 것이냐에 대한 문제가 남아있다. 설옥은 자신을 희생해 남편을 검사로 만든, 다분히 20세기적인 여성이다. 헤어스타일조차 20세기를 넘어 구한말 신여성을 연상케 할 정도다. 게다가 시어머니와 시누이까지 모시고 사는 이 구시대적 여성의 이중생활이 드라마 주 시청층인 여성들에게 어떤 공감과 해방감을 줄 것이냐에 대한 고민이 남게 된다.

 


그것은 지금으로서는 알 수도 없고, 알아서도 안 될 것이기는 하다. 그걸 다 알고 나면 더 이상 드라마를 볼 의미도 재미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마트에서 타임세일을 성공적으로 공략하고 카트를 끌고 집으로 돌아가다가 우연히 들른 절도현장에서 살인을 읽어내는 동네 아줌마의 색다른 모습만으로도 최소한의 카타르시스는 가능하지 않겠는가. 게다가 일상에 밀착된 관찰과 추리로 왠지 아줌마 탐정의 개연성에 빠져들기까지 한다. 

 

1,2회에서 받은 흥분할 정도로 신선했던 느낌으로는 걱정보다는 기대라고 해야 하는 것이 맞지만 이상하게도 시청률이 떨어진 것이 불길할 뿐이다. 추리의 여왕 1,2회를 보면서 해외의 많은 수사극들이 그렇듯이 시리즈화가 가능하겠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푹 빠져 본 사람으로서는 살짝 허탈할 지경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아직은 나쁘다고 할 정도는 아니니까 더 두고 봐야 할 것이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이 댓글을 비밀 댓글로

추리의 여왕. 코믹 스릴러? 말도 안 되는 장르물이 왔다

Posted by 탁발
2017.04.06 06:38 티비가요/드라마
-->

설옥와 완승. 한국이름이 맞는가 싶을 정도로 어색한 이름의 두 주인공. 그것은 누가 봐도 설록과 왓슨을 연상시키기 위한 의도라는 사실에 살짝 실소를 하게 만드는 유치함은 옥에 티가 되거나 친근해질 수 있는 허점이 될 것이다. 물론 처음 시작하는, 게다가 반응도 좋은 드라마에 대해서 험단 비슷한 말을 한다는 것은 후자라는 의미다.

 


물론 설정까지 같지는 않다. 일단 이 드라마의 주인공은 여성이다. 주인공 이름을 짓는 수준으로 봐서 이 드라마 제목이 더 유치해지지 않은 것은 다행한 일이다. 어쨌든 명탐정 셜록은 저리가라 할 정도로 엄청난 관찰력과 직관을 갖춘 설옥과 운명적으로 그녀와 함께 할 돌아이 형사 완승의 이야기다.

 

주인공들의 이름만으로도 이 드라마는 스릴러라는 장르의 근본을 깨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비급까지는 아니어도 그만큼의 파격을 느끼게 하는 아줌마 탐정의 활약은 기존의 스릴러의 문법을 벗어나 코믹화법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런데 그게 먹히고 있다.

 

추리의 여왕 첫 회를 보고, 최강희를 아는 사람이라면 아마도 평가 혹은 감상은 거의 같았을 것이다. 뭔가 특별하고(사차원적인) 것을 원한다면 그래도 역시나 최강희라는 생각을 했을 것이라는 의미다. 반면 권상우는 말죽거리잔혹사로부터 시작된 그의 변함없는 캐릭터인 것 같지만 뭔가 조금 더 있다.

 


권상우의 작품 중에 흥행이 안 됐지만 왠지 기억에 깊이 남는 통증이라는 영화가 있었다. 거기서 권상우는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남자의 연기를 했다. 권상우는 이번 드라마에서 그 통증에서의 캐릭터 남순을 살짝 채용하고 있어 깜짝 놀랐다. 어쩌면 통증의 남순의 캐릭터에 대한 권상우가 느끼는 아쉬움 때문인가 싶은지 좀 더 두고 봐야 알겠지만 아무튼 흥미로운 일이었다.

 

보통 배우들은 전작의 캐릭터를 버리고, 벗어나야 한다지만 사실은 잘 그러지 못한다는 딜레마가 존재한다. 이번 드라마에서 권상우가 보이는 전작의 흔적들은 제작진의 의도인지 권상우 본인의 의지인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어느 쪽이 됐든 호기심을 가질 만한 요소가 아닌가 싶다.

 

그렇지만 이 드라마는 그보다는 설옥의 활약에 주목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추성훈의 딸이자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결정적 히로인 사랑이의 헤어스타일과 평범 이하의 패션센스를 가진 설옥은 시어머니와 시누이를 모시고 사는 아줌마다. 공개된 최강희 1인 포스터는 전설의 스파이 마타하리를 연상시키고 있지만 포스터는 그저 포스터일 따름이다.

 


전반적으로 일본 드라마를 보는 듯한 연출 속에서 최강희는 그런 일상의 조건들이 강제하지 못할 사건 해결의 강렬한 욕구를 표출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저런 대사를 저렇게 소화해낼 수 있다니’라는 감탄을 갖게 한다는 것이고, ‘역시 최강희다’라는 인정을 끌어낸다는 것이다. 그런 최강희의 여전히 놀라운 연기에 추리의 여왕 첫 회는 흔히 대박을 예감하게 했고, 후일 일본에서 리메이크할 것이라는 성급하지만 상당히 강력한 예감을 갖게도 했다.

 

거의 최강희 원맨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던 추리의 여왕 첫 회는 최강희라는 배우에 대해서 어쩌면 잊고 있었을 새삼스러운 놀라움을 기억해내게 했다. 이번 드라마가 경력작가 공모전 대상작이라지만 사실 흔한 명대사도 찾아보기 어려웠고, 전반적으로 매끈한 전개라고 칭찬하기도 힘들었지만 최강희는 그 모든 것을 드라마로 바꿔버리는 완력을 발휘했다. 시쳇말로 그 어려운 걸 또 해낸 최강희였다. KBS로서는 전작인 김과장에 이어 연속 히트를 예감해도 좋을 것 같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이 댓글을 비밀 댓글로

무한도전. 국회의원들 뜨끔하게 만든 국민의원들의 기발한 제안

Posted by 탁발
2017.04.02 08:09 티비가요/무한도전
-->

기각은 됐지만 자유한국당의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으로 시끄럽던 무한도전 국민의회 편은 시청자에게 많은 시사점을 남겨두었다. 지난 12월부터 받기 시작한 의견이 약 만 건 정도. 그중에서 200명을 추려서 스튜디오에 초대해서 그들에게 국민의원이라는 이름을 부여했다. 굳이 드러내지 않았지만 국회가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의미가 분명 담겼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 앞에는 현직 국회의원 다섯 명이 나왔다. 여담 삼아 짚어보자면, 유재석은 애초부터 그들 국회의원들을 소개할 때 각 정당을 대표한다는 투의 어떤 말도 없었다. 물론 자막에 소속정당을 밝히기는 했지만 딱히 자유한국당이 제기한 문제는 크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소속정당보다는 국회 상임위별로 한 명씩을 섭외한 것인데, 해당 상임위의 전문성과 소속정당의 중복을 피하려 애쓴 결과가 하필 자유한국당의 내부 문제로 인해서 해프닝이 발생한 것에 불과한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어쨌든 국민의원과 국회의원이 무한도전에서 만난 이유는 국회에 국민들이 느끼는 절실한 문제들을 입법 아이디어라는 형식으로 전달하기 위한 것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띠는 제안은 국회의원의 공약 이행률이 50% 이하일 경우 다음 선거에 출마를 하지 못하게 하자는 제안이었다.

 

실제 입법이 될 가능성은 매우 적은 제안이었지만 국회의원들을 뜨끔하게 만들기에는 충분했다. 사실 무한도전이 국민의원을 제작하게 된 것부터가 태만한 국회에 대한 문제의식으로부터 출발한 것으로 봐야 하니 어쩌면 이번 무한도전의 주제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그것은 이어진 국민의원들의 입법제안들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앞서도 말했던 것처럼 국회의원 다섯 명이 국회 상임의별로 나왔듯이 국민의원들의 입법제안도 그 주제에 맞춰서 정돈을 했다. 그리고 이번주에 다뤄진 것은 첫 번째로 노동환경분야였다.

 

그러나 노동에 관련된 제안은 차고 넘쳤지만 정작 환경에 대한 것은 없었다. 한국인이 환경에 관심이 적은 것이 아니라 그만큼 이 나라의 노동환경이 열악하다는 반증으로 해석해야 할 것이다. 사실 이 날 무한도전에서 소개된 것조차 빙산의 일각이라는 인식을 전제로 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소개된 국민의원들의 입법제안들은 칼퇴근법, 직장 내 멘탈털기 금지법, 알바보호법, 청소노동자 쉽터 설치법, 지원자 탈락이유 공개법, 왜곡된 임금피크제의 문제 등 현실 속에서 누구나 느낄 만한, 그리고 어떤 것은 반드시 입법화가 이뤄져야 할 것들도 많았다. 그리고 직접적으로 제안되지 않았지만 이들 국민의원들의 아이디어 속에 숨겨진 비밀도 있었다.

 


이들 제안자들이 거의 대부분 여성이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현실에서 겪어야 하는 많은 부조리는 모든 사회 초년생들에게는 각박하고, 혹독하겠지만 여성들은 특히나 성차별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는 사실이다. 노동문제의 상당부분이 여성문제라는 점을 안고 있는데, 이에 대한 사회 전반의 인식과 공감이 절실한 상황이다.

 

아무튼 무한도전이 국민들로부터 직접 듣는 입법 제안은 다음 주로 이어져 나머지 문화교육, 법제사법, 여성가족, 국토교통 등의 분야에서 국민들이 느끼는 많은 불만과 불편사항이 쏟아질 것이다. 또한 이번 국민의회를 통해서 직접 입법발의도 할 것이라는데 과연 어떤 것이 국민의원과 국회의원 모두의 공감 속에 입법화될지도 무척이나 궁금하다.

 

바야흐로 지난 해 가을부터 우리는 정치의 계절을 맞고 있고, 그중 최고라는 대통령 선거도 눈앞에 두고 있다. 플라톤은 “정치를 외면한 가장 큰 대가는 가장 저질스러운 인간들에게 지배당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미 큰 홍역을 치른 우리들에게는 그저 격언으로 끝나지 않을 잔혹한 예언이었다. 우리가 이번 무한도전을 통해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한 질문이기도 할 것이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이 댓글을 비밀 댓글로

무한도전을 금지하려던 자유한국당의 오만과 착각

Posted by 탁발
2017.04.01 06:58 티비가요/무한도전
-->

무한도전 방송을 저지코자 했던 자유한국당의 의지가 법원에 의해서 좌절됐다. 무한도전과 김현아 의원을 상대로 한 자유한국당이 법원에 냈던 방송금지 가처분신청이 기각된 것이다. 결과적으로 자유한국당의 돌출행동은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프로그램으로 오래 장기집권했던 무한도전에 대한 진짜 무모한 도전이었다.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그것은 자유한국당의 오만과 착각에 불과했다고 할 수 있다.

 


결국 방송금지 가처분신청이 기각됨으로써 자유한국당은 자신들의 뜻과는 달리 오히려 무한도전의 이번 주 방송을 더욱 보게끔 만드는 홍보를 한 셈이 됐다. 또한 자유한국당이 막고자 했던 이유는 자당 소속인 김현아 의원의 자격을 문제 삼은 것이지만 결과적으로는 이 정당의 민심에 대한 무지나 오만한 시각만 드러낸 사건이 되고 말았다.

 

우선 이 해프닝이 방송내용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자신들과 갈등을 빚고 있는 김현아 의원에 대한 앙갚음의 성격이 짙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다시 말해서 김현아 의원은 당적만 자유한국당이지 실질적으로는 분당한 바른정당 사람인데 방송에 출연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것인데, 그 심정을 그대로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과연 다 만들어진 방송을 금지시키려는 것이 과연 온당한 것인가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지 못했다는 것이 이 정당의 현재를 말해주고 있다.

 

탄핵되고, 구속수감된 전직 대통령의 소속 정당으로서 몸을 낮추고 자숙해야 할 상황에 오히려 자신들의 권위를 앞세우고, 국민들이 애정하는 예능 프로그램을 탄압하려 했다는 점은 도저히 용납이 되지 않는, 스스로 구악이며, 적폐임을 자인한 셈이다.

 


이에 대해 한국PD연합회는 “자유한국당은 청산해야 할 시대의 적폐임을 스스로 고백하여 국민의 심판을 자초하겠다는 것인가? 블랙리스트를 통해 표현의 자유를 훼손한 것은 박근혜 전대통령이 파면되고 구속된 주요 사유 중 하나였다. 박근혜 정부의 잘못에 대해 함께 책임져야 할 자유한국당이 반성은 커녕, 방송을 자기 뜻대로 농단하려 드는 것은 언어도단이 아닐 수 없다”며 자유한국당을 강하게 비난했다.

 

무한도전이 7주의 방학을 끝내고 본격적인 출발을 알리는 이번 특집은 지난 12월부터 3월까지 약 4개월 간 국민들의 의견을 통해 만든 프로그램이다. 일자리, 주거, 청년실업, 육아 등 현재 대한민국이 안고 있고, 반드시 해결해야만 하는 핵심 민생 주제이었다. 이에 대해서 시청자가 국민의원으로 참가하고, 실제 국회의원 5인(박주민, 김현아, 이용주, 오신환, 이정미)이 가세하는 포맷이다.

 


이런 심각한 민생주제를 다루고자 한 프로그램에 어찌 보면 거의 사적 감정에 의한 분풀이에 불과한 몽니를 부렸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과 함께 이 정당이 과연 국민으로부터 신임의 표를 얻을 자격이나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까지 들게 하는 행위였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법원에서 기각된 것이 자유한국당으로서는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을 가져야 할 것이다.

 

생각하기도 싫은 가정이지만, 만약 지금이 대통령이 탄핵된 상황이 아닌 2015년이었다면 판결은 달라질 수도 있었을 것이다. 만약 그랬다면 자유한국당이 직면해야 할 국민적 저항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컸으며,  엄청난 후폭풍을 각오해야 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한국인들이 생각하는 무한도전은 매우 각별하다. 그것조차 모르고 가처분 신청을 낸 것인지 아니면 아직도 세상이 자신들의 뜻대로 될 거라는 착각 속에 빠져있는 것인지는 모를 일이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이 댓글을 비밀 댓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