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애. 목숨을 불사른 연기, 연기혼

Posted by 탁발
2017.04.10 07:30 티비가요/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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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김영애의 젊었을 적의 연기는 알지 못한다. 어렴풋하게나마 내가 김영애라는 배우를 기억하기 시작한 것은 분명 모래시계 때문이었다. 태수의 엄마로 출연했고, 그 역할은 크지 않았지만 정말 강렬한 인상으로 남을 수 있었던 것은 그 마지막 장면 때문이었다. 많은 사람들은 모래시계의 명장면으로 꼽는 것들보다 내게는 그 장면이 더욱 인상적이었다. 슬프고 또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하도 오래 전 일이라 앞뒤 상황은 지워졌고, 오로지 기억하는 것은 낡은 기차역에서 곱게 차려 입은 모습으로 죽음을 선택하는 장면이었다. 그 마지막 순간이 오기 전까지의 그 처연한 표정은 그렇게 긴 시간이 지났음에도 잊을 수 없는 것이 되었다. 그리고 연기가 아닌 그 표정을 다시 보았다. 드라마를 마치고 다시 병원으로 돌아가는, 마르고 창백한 눈빛에서 말이다.

 

그리고 다시 많은 사람들이 김영애를 기억하게 되는 것은 전혀 다른 두 인물의 모습일 것이다. 하나는 2011년의 드라마 로열패밀리에서의 회장님일 것이고, 다른 하나는 2013년 영화 변호인에서의 국밥집 엄마의 모습일 것이다. 기억에 남는 대사도 참 다르다. “저거 치워”와 “변호사님아 참 고맙데이” 개인적으로는 과거 모래시계의 태수엄마로부터 이어지는 변호인의 엄마가 더 좋은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김영애의 엄마는 바로 영화 <애자>의 엄마 영희일 것이다. 최근 드라마 <닥터스>의 할머니와도 비슷한 엄마 영희. 그러나 한 결같이 김영애의 ‘엄마’는 참 슬프다. 그러더니 이렇게 슬프게 가버렸다.

 


그러고 보면 내가 기억하고, 좋아하는 김영애의 모습은 ‘엄마’인 것이 분명하다. 엄마 연기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를 대상은 김혜자가 되겠지만 김영애는 김혜자와는 또 다른 색깔의 엄마를 보여주었다. 그럴 수밖에는 없을 것이다. 전원일기와 변호인. 너무도 다른 배경 속에서 엄마라는 존재는 그 상황에 맞게 변화하거나 발전할 수밖에는 없었을 것이고, 김혜자와 김영애는 각자의 상황의 엄마에 가장 적합한 연기를 보여주었다

 

그랬던 김영애였기에 앞으로 엄마라는 존재를 더욱 깊게, 더욱 간절하게 연기해낼 수 있었을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그러나 그에게 운명은 잔혹했다. 백세시대라는데, 그는 고작 66세의 나이에 세상을 떠나야만 했다. 이번에도 암이다. 2012년 진단을 받았다고 하지만 그런 것은 누구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김영애는 연기에 몰두를 했다.

 

그의 유작이 된 드라마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를 병원에 입원한 상태에서 출연을 강행했고, 그는 이 드라마가 끝날 때까지만 살게 해달라고 간절하게 기도를 했다고 한다. 시쳇말로 아파서 암이라고 한다는 말이 있다. 병세가 깊어진 상황에서 그 고통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가 없을 지경이었을 것인데도 그것을 참고 연기를 해냈다는 것에는 어떤 숭고함을 느끼게 된다.

 


이제는 어쩌면 잊혀진 단어가 될지 모르겠지만 연기혼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누구도 반박할 수 없는 연기를 내놓기 위해 그는 그의 아까운 생명을 조금씩 덜어내었던 것은 아닐까. 사실 이렇게 슬퍼하지만 그렇다고 그의 죽음이 실감나는 것은 아니다. 다음 달쯤 또 다른 영화나 드라마에 떡 하니 등장해 특유의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슬픔을 감춘 억척스러운 엄마를 연기할 것만 같다.

 

1951년 4월에 와서 2017년 4월에 떠난 배우 김영애. 자신은 드라마를 끝내고 “다 정리해서 홀가분하다”고 했다지만 그녀와의 이별을 준비하지도 못하고, 받아드릴 수도 없는 팬들은 깊은 우울에 빠질 수밖에는 없다. 홀가분하기는커녕 미련과 그리움으로 떠난 그를 붙잡고 싶을 뿐이다. 잘 가라는 인사도 아직은 차마 할 수 없는 이별일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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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의 여왕. 명장면, 명대사 없이도 명연기는 가득

Posted by 탁발
2017.04.07 08:01 티비가요/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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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는 작가 놀음이라고 한다.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현실은 작가보다 배우 캐스팅에 더욱 열을 올리는 것 같다. 그러나 배우는 또 작가 혹은 작품을 보고 출연을 결심하게 된다. 결국 뱀 꼬리를 잡는 돌고 도는 요지경 속사정 같기만 한데, 바로 추리의 여왕 때문에 이런 시답잖은 고민을 하게 된 것이다.

 


부분적으로 어색하거나 허술한 구석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기본적으로 최강희와 권상우의 연기와 캐미가 너무 돋보여 딱히 눈에 거슬리지 않는다. 이래서는 드라마는 작가놀음이라고 할 수 없지 않겠냐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최강희와 권상우의 조합은 최강의 엔터테인먼트를 보장하고 있다.

 

그럴 만큼 일단 추리의 여왕은 재미있다. 러닝 타임 한 시간의 감각은 거의 2,30분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이렇다 할 액션이나, 명장면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가슴을 뭉클하게 끌어당기는 명대사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홀린 것처럼 드라마에 빠져들게 된다. 대신 명연기가 전편에 가득하기 때문이다. 이 드라마는 거창하지 않은 소소한 일상의 연기톤을 읽는 것이 중요하다. 

 

그만큼 이 드라마가 독특하고 또 재미있다는 것인데 이상하게도 시청률은 제법 큰 폭으로 떨어졌다. 아마도 많은 시청자들이 이 낯선 장르의 드라마에 낯설어하는 것은 아닐지 모를 일이다.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보수적인 것이 드라마를 보는 한국 시청자 성향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한국은 장르의 다양성이 자주 봉쇄되곤 한다. 이번에도 그럴까 걱정이 앞서는 현상이다.

 


특히나 추리의 여왕이 전작인 김과장과 마찬가지로 연애 없는 드라마라는 점에서 걱정이 더 클 수밖에 없는데, 이는 완승(권상우)과 장도장(양익준)의 오랜 원한관계가 좀 더 구체화되면 비록 과거형이기는 하지만 로맨스를 대신할 애틋함으로 대신할 수 있기를 기대해봐야 할 것이다.

 

다만 1,2회 전체를 쥐고 흔들고 있는 설옥의 캐릭터가 현재로서는 너무도 기발하고 매력적이기는 하지만 거기서 더 나아가 무엇을 말해줄 것이냐에 대한 문제가 남아있다. 설옥은 자신을 희생해 남편을 검사로 만든, 다분히 20세기적인 여성이다. 헤어스타일조차 20세기를 넘어 구한말 신여성을 연상케 할 정도다. 게다가 시어머니와 시누이까지 모시고 사는 이 구시대적 여성의 이중생활이 드라마 주 시청층인 여성들에게 어떤 공감과 해방감을 줄 것이냐에 대한 고민이 남게 된다.

 


그것은 지금으로서는 알 수도 없고, 알아서도 안 될 것이기는 하다. 그걸 다 알고 나면 더 이상 드라마를 볼 의미도 재미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마트에서 타임세일을 성공적으로 공략하고 카트를 끌고 집으로 돌아가다가 우연히 들른 절도현장에서 살인을 읽어내는 동네 아줌마의 색다른 모습만으로도 최소한의 카타르시스는 가능하지 않겠는가. 게다가 일상에 밀착된 관찰과 추리로 왠지 아줌마 탐정의 개연성에 빠져들기까지 한다. 

 

1,2회에서 받은 흥분할 정도로 신선했던 느낌으로는 걱정보다는 기대라고 해야 하는 것이 맞지만 이상하게도 시청률이 떨어진 것이 불길할 뿐이다. 추리의 여왕 1,2회를 보면서 해외의 많은 수사극들이 그렇듯이 시리즈화가 가능하겠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푹 빠져 본 사람으로서는 살짝 허탈할 지경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아직은 나쁘다고 할 정도는 아니니까 더 두고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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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의 여왕. 코믹 스릴러? 말도 안 되는 장르물이 왔다

Posted by 탁발
2017.04.06 06:38 티비가요/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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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옥와 완승. 한국이름이 맞는가 싶을 정도로 어색한 이름의 두 주인공. 그것은 누가 봐도 설록과 왓슨을 연상시키기 위한 의도라는 사실에 살짝 실소를 하게 만드는 유치함은 옥에 티가 되거나 친근해질 수 있는 허점이 될 것이다. 물론 처음 시작하는, 게다가 반응도 좋은 드라마에 대해서 험단 비슷한 말을 한다는 것은 후자라는 의미다.

 


물론 설정까지 같지는 않다. 일단 이 드라마의 주인공은 여성이다. 주인공 이름을 짓는 수준으로 봐서 이 드라마 제목이 더 유치해지지 않은 것은 다행한 일이다. 어쨌든 명탐정 셜록은 저리가라 할 정도로 엄청난 관찰력과 직관을 갖춘 설옥과 운명적으로 그녀와 함께 할 돌아이 형사 완승의 이야기다.

 

주인공들의 이름만으로도 이 드라마는 스릴러라는 장르의 근본을 깨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비급까지는 아니어도 그만큼의 파격을 느끼게 하는 아줌마 탐정의 활약은 기존의 스릴러의 문법을 벗어나 코믹화법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런데 그게 먹히고 있다.

 

추리의 여왕 첫 회를 보고, 최강희를 아는 사람이라면 아마도 평가 혹은 감상은 거의 같았을 것이다. 뭔가 특별하고(사차원적인) 것을 원한다면 그래도 역시나 최강희라는 생각을 했을 것이라는 의미다. 반면 권상우는 말죽거리잔혹사로부터 시작된 그의 변함없는 캐릭터인 것 같지만 뭔가 조금 더 있다.

 


권상우의 작품 중에 흥행이 안 됐지만 왠지 기억에 깊이 남는 통증이라는 영화가 있었다. 거기서 권상우는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남자의 연기를 했다. 권상우는 이번 드라마에서 그 통증에서의 캐릭터 남순을 살짝 채용하고 있어 깜짝 놀랐다. 어쩌면 통증의 남순의 캐릭터에 대한 권상우가 느끼는 아쉬움 때문인가 싶은지 좀 더 두고 봐야 알겠지만 아무튼 흥미로운 일이었다.

 

보통 배우들은 전작의 캐릭터를 버리고, 벗어나야 한다지만 사실은 잘 그러지 못한다는 딜레마가 존재한다. 이번 드라마에서 권상우가 보이는 전작의 흔적들은 제작진의 의도인지 권상우 본인의 의지인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어느 쪽이 됐든 호기심을 가질 만한 요소가 아닌가 싶다.

 

그렇지만 이 드라마는 그보다는 설옥의 활약에 주목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추성훈의 딸이자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결정적 히로인 사랑이의 헤어스타일과 평범 이하의 패션센스를 가진 설옥은 시어머니와 시누이를 모시고 사는 아줌마다. 공개된 최강희 1인 포스터는 전설의 스파이 마타하리를 연상시키고 있지만 포스터는 그저 포스터일 따름이다.

 


전반적으로 일본 드라마를 보는 듯한 연출 속에서 최강희는 그런 일상의 조건들이 강제하지 못할 사건 해결의 강렬한 욕구를 표출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저런 대사를 저렇게 소화해낼 수 있다니’라는 감탄을 갖게 한다는 것이고, ‘역시 최강희다’라는 인정을 끌어낸다는 것이다. 그런 최강희의 여전히 놀라운 연기에 추리의 여왕 첫 회는 흔히 대박을 예감하게 했고, 후일 일본에서 리메이크할 것이라는 성급하지만 상당히 강력한 예감을 갖게도 했다.

 

거의 최강희 원맨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던 추리의 여왕 첫 회는 최강희라는 배우에 대해서 어쩌면 잊고 있었을 새삼스러운 놀라움을 기억해내게 했다. 이번 드라마가 경력작가 공모전 대상작이라지만 사실 흔한 명대사도 찾아보기 어려웠고, 전반적으로 매끈한 전개라고 칭찬하기도 힘들었지만 최강희는 그 모든 것을 드라마로 바꿔버리는 완력을 발휘했다. 시쳇말로 그 어려운 걸 또 해낸 최강희였다. KBS로서는 전작인 김과장에 이어 연속 히트를 예감해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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귓속말. 박경수의 부패 도장 깨기 이번에는 법조계다

Posted by 탁발
2017.03.28 06:57 티비가요/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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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수라는 작가는 추적자라는 명작을 우리에게 선물했다. 그것은 작가에게도, 시청자에게도 공히 인생작이 되었다. 소위 인생작이라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한 번도 힘든 것인데 어쩌면 추적자 이상을 기대하는 것이 무리일 가능성이 훨씬 높다는 것을 알지만 사람인지라 시청자는 항상 박경수라는 이름에 매번 큰 기대를 얹게 된다. 통쾌하게 하지만 누군가에는 불쾌할 드라마. 박경수의 대한민국 부패 도장깨기 이번에는 법조계를 겨냥한다. 

 


이보영, 이상윤이 끌어가게 될 이번 드라마는 제목이 살짝 의아했다. 줄곧 남성적이라고 할까 어쨌든 강한 단어를 써왔던 박경수 드라마들과 달리 멜로 느낌이 물씬 풍긴다. 그렇지만 내용은 언제나 그랬듯이 피와 살들이 튈 것만 같은 살벌한 현실의 전쟁터를 삽으로 푹 떠다가 화면에 옮긴 느낌이다.

 

한 해직 언론인이 1인미디어를 통해서 거대 부패조직의 비리를 추적하다가 결국 그들의 손에 의해서 살인 누명을 쓰게 되는데, 그 사람은 바로 신영주(이보영)의 아버지다. 신영주가 강력계 계장이지만 더 큰 손에 의해서 엮인 사건을 막아낼 재간이 없다.

 

그래도 희망은 있었다. 이 사건이 양심적인 판결로 정평이 난 이동준(이상윤) 판사에게 배당이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희망은 시쳇말로 희망고문일 뿐이었다. 신영주의 아버지를 살인범으로 몰아간 큰손의 정체는 방산비리의 주범이고, 언제나 그들을 완벽하게 보호해주었던 거대 로펌이었다.

 

이동준은 신영주의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그 로펌의 덫에 걸려 있었다. 로펌 대표 최일환(김갑수)은 신영주의 아버지의 입을 막기 위해서 이동준을 빠져나갈 수 없는 함정에 가두었다. 결국 양심적 판사도 변할 수밖에는 없었고, 최일환이 원하는 데로 판결을 하고, 그의 딸과 결혼도 하고, 그 로펌으로 자리를 옮기게 된다. 가장 원치 않았던 삶을 살게 된 것이다.

 

그것은 강요일까 아니면 자신의 선택일까. 쉽게 판단할 수 없다. 그 어려운 방정식에 신영주가 끼어들면서 드라마는 정의와 로맨스로 변주되게 된다. 법원에서 쫓겨난, 경찰에서 쫓겨난 잘못된 판결의 가해자와 희생자의 이야기. 그들은 무엇을 하게 될까.

 

박경수의 드라마를 즐기는 또 하나의 요소는 바로 대사임에 틀림없다. 이번 드라마 귓속말도 예외는 아니어서 첫 회에만 무수한 명대사들이 쏟아졌다. 촌철살인의 대사들은 벼른 비수처럼 빛이 났다. 하나같이 현실을 꿰뚫는 명대사들로 그저 듣는 것만으로도 21세기 한국의 적폐를 다 알아버릴 수준이었다. 또한 캐릭터들을 단번에 설명하기도 한다.

 

이동준. 마음이 변하니 세상이 변하지 않는 거다.

 

최일환. 세월이 가르치고 세상이 길들여주겠지. 악은 성실하다. 서민들에게 박탈감을 주지 않으며 박탈하는 거, 그게 자네가 할 일이야

 

신영주. 피해자가 무죄를 증명해야 하는 세상. 그 무죄를 증명하기 위해서 불법과 손잡아야 하는 세상, 내가 만들었나요?

 

서는 곳이 달라지면 풍경도 변한다는 웹툰이자 드라마였던 송곳의 명대사가 있다. 세상을 지키려고 무던 애를 쓰던 반항아 판사 이동준은 부정한 권력에 의해 굴복당하고, 포섭되어 마침내 서는 곳이 달라졌다. 이동준과 신영주는 과연 어떤 풍경을 보게 될까? 그 과정의 고통과 희망이 이 드라마의 핵심 관전포인트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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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체발광 오피스 고아성의 역설. 비극적인데 사랑스럽다

Posted by 탁발
2017.03.17 07:11 티비가요/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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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인생의 몇 번의 기회가 있다고 했다. 아마도 고아성에게 이번 드라마 <자체발광 오피스>가 그중 매우 중요한 한 번이 될 것 같다. 경쟁작들이 모두 넘기 힘든 산이라 시청률이 어떻게 될지 아직은 미지수지만 적어도 고아성이 이번 드라마에서 보이는 연기는 결코 뒤지지 않는 힘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2015년 어린 엄마 역할을 할 때의 당돌함을 훌쩍 넘어선 치밀하고 섬세한 감정 표현이 하도 뛰어나서 그저 고아성만 보고 있어도 한 시간이 언제 끝나는지도 모를 지경이다. 마치 작년 <또! 오혜영>에서의 서현진의 원맨쇼를 보는 것만큼의 몰입과 황홀을 느끼게 된다.

 

앞으로는 시선이 좀 더 넓게 펼쳐지겠지만 초반부를 거의 고아성 혼자서 다 끌고 가는데도 전혀 무리가 없어 보인다. 그만큼 캐릭터도 탄탄하고, 그것을 표현하는 고아성의 연기도 완벽하다. 지칠 때도 아니지만 전혀 지칠 기색도 없다. 심지어 외모조차도 은호원과 너무 잘 맞는다. 물론 그것은 모든 드라마 여주인공에게 우리가 기대하는 청순가련과 러블리함. 식상하게도 그것에 불과하겠지만.

 

어쨌든 100번의 입사에 실패한 취업준비생의 처절함은 현실 이상으로 드러내면서도 이것이 다큐나 르뽀가 아닌 드라마 그것도 로코에 가까운 드라마인 것을 잊지 않고 상기시켜준다. 시한부라는 설정은 아직 확정된 것도 아니고, 궁극적으로 사실도 아니겠지만 그 비극적 설정이 이상하게 코믹하게 전달되는 묘한 역설 속에서 고아성은 90년대 멜로 드라마처럼 비극적인 동시에 21세기 로코 주인공다운 사랑스러움이 넘친다.

 


그러면서도 문득 던지는 대사 한 마디가 그만 무릎에 힘을 잃고 땅바닥에 주저앉을 정도로 독하다. 예를 들어 진상 고객을 처리한 후에 비결을 묻는 회사 동료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별 거 있나요. 무릎이 좀 싸면 되요”하면서 오히려 웃는다. 고객 앞에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먼저 무릎을 꿇은 은호원이었다.

 

첫 방송에서 식당 아주머니가 했던 대사도 예사롭지 않았다. “사람들 다 저승사자 (하나씩은) 문 밖에다 세워놓고 사는 거야. 사는 게 별 거 있어?”라던 대사가 참 강렬했다. 이 드라마 대본을 쓰고 있는 정회현 작가가 지난해 공모전에 입상했다고 하던데, 신인작가치고는 대사의 힘이 만만치 않더니 상당히 문제적 장면을 곳곳에 배치하고 있다.

 

결국 드라마라는 것이 다 끝난 후에도 남는 것은 명대사 몇 개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매 회 한번 이상의 인상적인 대사를 남기는 이 신인작가에 대해서 좀 더 주의를 기울일 필요는 충분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작가와 배우에 대한 흥미와 호기심이 생기게 되는 경우가 요즘 그다지 흔치 않은데 <자체발광 오피스>.는 왠지 잘못 지은 것만 같은 제목이 주는 어색함과 달리 점점 기대감을 키워주고 있다.


누군가는 이 드라마 속 은호원에 대해서 여자 장그래라는 말도 하기도 하는데, 아닌 게 아니라 똑같은 미생들 중에서도 좀 더 미생이라 할 수 있는 여자 장그래의 캐릭터도 분명 필요한 것은 맞다. 고아성과 신인작가 정회현이 그것을 해낼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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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체발광오피스. 이렇게 울려 놓고 웃긴다고?

Posted by 탁발
2017.03.16 05:26 티비가요/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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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년들만 그런 것은 아니지만 유독 그들에게 잔혹한 시대다. 몇 가지를 포기해야 하는지가 늘어가다가 세기도 지쳐 N포세대가 되어버린 그들. 결국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까지 강요받게 되는 아픈 현실이다. 그런 그들에게 아프니까 청춘이라는 말은 위로가 아니라 염장을 뒤집어 놓는 개소리에 불과할 뿐이다.

 


그래도 살아야 한다. 찌질하고 모양 빠지지만, 끝이 보이지 않지만 이 긴 터널의 끝이 있을 거라는 굳은 신념 하나로 버텨내야 하는 청춘들의 쓰디쓴 비망록이 펼쳐질 듯 하다. 그래도 그 고통스러운 시기를 벗어날 수 있는 힘은, 절망할 힘 말고는 없을 것 같은데도 이상하게 저절로 빨려드는 그것, 사랑뿐인가 싶기도 하다. 이런 경우라면 기승전연애도 조금은 더 설득력을 가질 수 있을까?

 

세 청춘이 있다. 그들의 성을 줄 세우면 은장도가 된다. 은호원, 장강호, 도기택. 어찌어찌 대학들은 졸업했지만 이런저런 약점으로 몇 년째 취업을 못하는 것은 사실 별스러운 일도 아니다. 당연히 애인은 돌아서고, 집에서 구박을 받는 정도를 또 새삼스러운 일이라고도 할 수 없다. 그런데 이 한 친구는 좀 특별하다.

 

은호원(고아성)으로서는 100번째 면접이었기에 어떤 수를 써서라도 꼭 합격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경쟁자들과 달리 빼어난 스펙이 없다면 인내라고 보여주겠다며 면접장 한쪽 구석에서 서서 기다리는 수모도 참아낼 수 있었다. 그러나 은호원에게 돌아온 것은 불합격 문자. 이번에는 면접관으로부터 칭찬 비슷한 것도 들었기 때문에 합격을 확신했었다. 아니 꼭 합격을 해야 했기에 확신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낙담한 은호원은 한강다리에 올라섰다. 하필 그때 걸려온 야간알바 사장의 전화. 툭하면 초과근무를 시키면서도 돈을 주지 않는 악덕 사장이다. 그러면서도 내가 늦는 꼴은 절대 못보는 사람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평소라면 미안하다고, 빨리 가겠다고 머리를 조아리겠지만 오늘만은, 다 포기하고 싶은 오늘만은 사장에게 버럭하고 대들고 싶었다.

 


그러나 안 되는 놈은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고 하필 그 한 번의 버럭에 그만 중심을 잃고 강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그래도 운이 다하지는 않았던지 구조가 됐고, 멀쩡하게 살아날 수 있었다. 그런데 엄청난 문제가 생겼다. 6개월 시한부라는 사실을 듣게 된 것이다. 기가 막힐 노릇이다.

 

그런데 그 기가 막힌 상황도 아직은 나중 문제다. 6개월이나 남지 않았는가. 더 심각한 문제는 병원비를 내야 하는데 수중에는 달랑 천 원짜리 한 장 뿐이다. 결국 도망치기로 결심한 호원은 마침 비슷한 처지로 보이는 도기택(이동휘)의 도움을 받아 응급실을 무사히 탈출하게 된다. 그리고 그들 뒤를 따른 또 한 명 장강호(이호원)도 함께였다.

 

그렇게 되고 보니 의사가 말한 자살시도 후 살아난 시한부 환자가 자신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황당하고도 슬픈 인연으로 만나게 된 세 명의 인연은 시쳇말로 웃프다고 말하기에는 너무도 처절하기만 하다. 이렇게 상처 많은 세 청춘이 신생 가구회사에 계약직으로 들어가게 되는데, 이 절묘한 인연들이 맞닥뜨리게 될 상황들은 또 얼마나 기가 막힐지 충분히 상상이 되고도 남는다. 이렇게 슬프게 시작해놓고 얼마나 웃길지 그게 또 문제다. 울다가 웃다가 정신없는 상황들이 기다리고 있을 것 같다. 기대 이상의 흥분이 느껴지는 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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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아내. 우리가 알던 고소영과 몰랐던 고소영을 모두 만날 수 있을까?

Posted by 탁발
2017.02.28 03:42 티비가요/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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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새 드라마 <완벽한 아내>로 고소영이 돌아왔다. 그 사실만으로 왠지 흥분되며 기대감에 부푼다. 고소영이라는 빛나는 이름을 기억한다면 누구나 그럴 것이다. 심지어 그녀의 전성시대에도 흔치 않았던 드라마로 만난다는 것이 무척이나 흥미롭다. 그런데 부풀기만 하던 기대감이 하나의 고민에 부딪혔다. 우리는 고소영의 무엇을 기대하는 것이지?

 


고소영에 대한 기억과 어떤 설렘은 여전한데 그녀의 연기에 대한 강렬한 인상이 없기 때문에 생긴 작은 혼란일 것이다. 그래도 온다니 즐겁기는 한데, 하필이면 매우 힘든 상황에 뛰어든 것이 적잖이 우려가 된다. 하필이면 제목에 ‘완벽한’이라는 단어가 오랜만에 연기하겠다고 나선 고소영에게나 그녀를 기다리는 시청자에게 부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나마 고소영이 복귀작으로 선택한 캐릭터가 소위 씨에프 스타일이 아닌 지지고 볶는 현실적인 것이 다행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문제는 그것을 얼마나 소화해낼 수 있느냐겠지만 일단은 연기력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의지는 인정해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작 <완벽한 아내> 첫 회에는 뭔가 강렬하게 어필할 상황이 많지 않았거나 아니면 못 한 것으로 정리해야 할 것 같다.

 

그렇다고 콕 집어서 연기력을 문제 삼을 정도도 아니어서 아직은 평가의 외줄 위에 서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드라마에는 또 하나의 흥미로운 사실이 있다. 분명 주연급 배우인 조여정이 고소영이 북 치고 장구 치고 다 할 드라마에 카메오가 아닌 소위 주조연으로 출연을 한다는 것이다.

 

굳이 따지자면 고소영과 조여정의 역할이 바뀌어야 정상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을 말이다. 드라마 홈페이지의 등장인물 프로필 사진이 주는 어떤 존재감도 그렇다. 그러나 호사가들이 뭐라 떠들건 조여정은 이 역할이 정말 마음에 들어서 꼭 하고 싶었다고 적극적으로 나서니 뭐라 할 말은 없겠지만 캐릭터만큼이나 조여정이 이 드라마에 출연하는 이유도 무척이나 미스터리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조여정은 현실에는 없는, 너무도 착한 건물주로 등장한다.

 


사실 고소영과 조여정이 겹치는 장면은 비주얼 과잉이라고 할 정도로 눈이 호강이다. 거기에 유일한 걱정거리이자 최대의 기대인 연기와 대본이 함께 받쳐준다면 <완벽한 아내>는 우리가 알던 고소영과 우리가 몰랐던 고소영을 둘 다 만날 수 있게 될 것이며, 그렇게 되기만을 바랄 뿐이다.

 

일단 <완벽한 아내> 첫 회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우리가 알던 고소영은 여전했고, 몰랐더 고소영은 아직은 평가하기 이르지만 그나마 희망적이라고 할 정도는 됐다고 할 수 있다. 거기에는 고소영의 친구로 등장하는 김정란과 정수영의 역할이 은밀하고 묵직하게 작용하게 될 것도 짐작하게 된다.

 

그러나 무엇보다 제목부터 <완벽한 아내>인만큼 2017년의 여성들이 요구하는 완벽한 아내상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근래 우리사회는 페미니즘의 면역반응을 거치는 중이다. 그럴 때 드라마의 역할도 무시 못 한다. 고소영의 어깨가 더욱 무거울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 드라마의 평가가 더욱 궁금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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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과장. 의외의 미친 존재감 광숙이 임화영의 발견

Posted by 탁발
2017.01.26 07:54 티비가요/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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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규만과 김과장은 캐릭터 차이가 엄청나다. 사실 배우 남궁민에게 아직도 남규만의 이미지가 많이 남아 있다. 그래서 김과장을 보기에 앞서 남규만을 지우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면서도 어려운 숙제였다. 그것은 남궁민에게나 시청자에게도 똑같이 요구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남궁민의 연기는 식상한 표현이지만 믿고 본다는 그것이었다.

 


25일 시작된 KBS 새 수목드라마 김과장의 남궁민은 남규만을 탈탈 털어버린 모습이었다. 사이코패스 남규만에서 군산 조폭의 비밀장부를 관리하면서 삥을 치는 찌질한 김과장으로의 변신에 점수를 적게 줄 이유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곧이어 방영될 SBS의 <사임당, 빛의 일기>와의 경쟁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김과장의 유혹은 남궁민의 백팔십도 변신은 큰 유혹으로 다가왔다.

 

스팩 빼고는 아니 청렴함 빼고는 천재적인 재능의 남자 김성룡은 자나 깨나 이민 생각뿐이다. 그곳은 바로 덴마크. 국가청렴지수 1위를 자랑하는 나라이다. 이 아이러니는 결국 극적 치환을 위한 복선일 뿐이다. 참고로 2016년 한국의 청렴도는 52위로 역대 가장 낮은 성적표를 받았다. 그러나 이것은 최순실 게이트 이전까지의 결과라는 점이다.

 

어쨌든 부패한 나라의 부패한 천재가 꿈꾸는 청렴한 나라로의 이민이라는 모순된 구조 속에서 전개될 이 드라마는 무겁지 않다. 그것이 아쉬울 수도 있고 반가울 수도 있다. 제대로 되면 풍자로 작용되겠지만 잘못하면 희화로 끝나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흘러갈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지만 그 중심에 선 남궁민에 대해서는 일단 호감이 갈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 와중에 시선을 한껏 빼앗은 배우가 있었다. 군산의 김과장과 함께 일하는 유일한 동료 직원 오광숙 역할의 임화영이다. 김과장의 커피를 타주다가 자신도 모르게 "저도 한 잔 마셔도 되죠?“라고 묻는, 전직 다방레지의 직업정신을 아직 다 버리지 못한 인물이다. 콧소리 한껏 품은 애교발성도 역시 그 전직의 영향일 것이다.

 

그렇지만 다급할 때는 중저음의 거칠 말투로 깡패에게 대드는 일면도 있고, 위기의 순간에서도 김과장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우며 “과장님 짱”은 꼭 해야 하는 사차원의 아가씨다. 그런 광숙이지만 성룡은 그녀를 다방에서 스카웃했다. 광숙이 다방레지를 하면서도 야간 여상을 나온 사연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아니 모든 드라마는 주연 캐스팅에 목숨을 건다. 그만큼 스타 마케팅의 위력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때로는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바로 조연이다. 특히 최소 두 달을 달려야 하는 드라마에서 긴장을 풀어줄 감초 같은 조연의 역할은 더욱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응팔에서 라미란의 존재감이 드라마를 훌쩍 키워버린 것처럼 조연이라는 것은 확정적인 것이 아니라 확장적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임화영은 이 드라마 작가의 전작인 신의 퀴즈에 출연한 것이 제작진과의 유일한 인연이다. 그렇지만 큰 역할은 아니어도 드라마와 영화에서 폭넓은 경험을 통해 꾸준히 실력을 키워왔다. 이전까지는 딱히 눈을 끄는 역할이 없었지만 김과장을 김꽈장이라 부르는 광숙이 역할은 분명 시청자에게 강한 인상을 남길 것이다. 출연 분량과 상관없이 워낙 캐릭터가 유니크하고, 연기 또한 능청맞게 잘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리숙하지만 의리를 지키며 김과장의 우군으로 활약한다고 하니 앞으로 기대를 하게 된다.

 

이 드라마에는 여자 주인공들로 남상미와 정혜성이 출연한다. 물론 그들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될 것이다. 그렇지만 첫 회에 보인 광숙이 임화영의 톡톡 튀는 존재감은 그들 못지않은 어쩌면 주연을 뛰어넘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아직은 많이 낯선 임화영이 이 드라마를 통해 어떤 변신을 보일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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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몬의 위증. 우린 아직 열여덟 살인데 왜 죽어야만 돼?

Posted by 탁발
2016.12.17 08:00 티비가요/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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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내린 화이트 크리스마스 다음날. 한 학생이 화단에서 죽은 채 발견이 된다. 공교롭게도 같은 반 친구들에 의해서 발견된 이 아이는 너무도 편리하게 자살로 결론이 난다. 우울증 증세가 있었고, 꽤 오래 동안 학교를 빠지고 있다는 것이 그 자사를 추론하는 결정적 이유로 굳어져 간다.

 


정국고등학교 2학년 이소우였다. 유서 한 장 남기지 않았던 이소우는 학교를 떠나기 전 사건이 하나 있었다. 같은 반 최우혁과 싸움이 있었다. 상대는 소문난 기피자 최우혁이었다. 말이 싸움이었지 이소우가 일방적으로 폭행을 당했다. 상당히 위험한 상황까지 갔던 싸움은

달려온 교사들로 간신히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그런데 이 싸움의 결과는 말도 안 되게 왜곡이 된다. 학교폭력위원회에 회부된 이 사건에서 이소우는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가 돼있다. 심지어 다른 학교로 전학을 은근히 강요받기도 한다. 전에도 그랬다. 최우혁이 기피대상이 된 것은 물론 폭력적인 아이라 그렇지만 그것보다 더 무서운 것은 최우혁을 감싸는 어른들 때문이다.

 

전에도 그랬었다. 최우혁에게 일방적으로 당한 아이가 오히려 강제로 전학을 가게 된 일이 있었다. 그러니 어떻게든 최우혁과 엮이면 좋을 일이 하나 없었다. 그리고 아이들은 침묵했다. 분명 많은 아이들이 둘의 싸움을 목격했고, 이소우가 가해자는 결코 될 수 없다는 사실이 명백했어도 모두들 침묵했다.

 


이소우는 그런 부조리한 상황 속에서 학교를 스스로 떠났고, 차디찬 죽음으로 친구들에게 다시 그리고 마지막으로 모습을 보였다. 분명 뭔가 이상하다. 자살일 수도 있겠지만 그 과정이 너무도 간단하고, 일방적이다.

 

그런 와중에 또 하나의 심각한 일이 하나 벌어진다. 이소우를 처음 발견했던 급우 배준영이 자살을 기도한 것이다. 누구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었던 고민을 안고 살던 준영은 친구의 죽은 모습이 평화로워 보였다면서 충동적으로 죽음의 유혹을 받게 된 것이다. 다행히 준영이 무의식적으로 남긴 흔적을 놓치지 않고 따라 와준 친구 고서연의 만류로 비극은 피할 수 있었다.

 

고서연은 준영에게 울면서 말한다. “우리는 고작 열여덟 살인데..왜 죽어야만 되니?” 세월호라는 깊은 심연의 상처를 안고 있는 우리들의 죄책감을 찌르는 대사였다. 소설이자 영화로 만들어졌던 원작을 드라마화하면서, 한국의 현실을 투영하자면 또한 피할 수 없는 문제제기일 수밖에는 없는 것이기도 했다.

 


그리고 날리든 익명의 편지. 교장과 고서연에게 배달된 편지에는 이소우가 자살이 아닌 최우혁 패거리에 의한 타살이라는 고발 내용이 담겨 있었다. 어쩌면 이 고발장의 내용이 이소우의 죽음을 더 현실적으로 설명하는 것 같다. 마침 자살로 결론을 발표하기 직전의 형사도 최우혁에 대한 소문을 알고 약간의 의심을 품기 시작했다.

 

과연 이소우의 죽음의 진실은 무엇일까? 이 미스테리한 사건에 직면해서 지금까지 아무 것도 하지 않았고, 아무 것도 하지 말라는 어른들의 말을 듣기만 했던 아이들이 변화한다. 그 점이 이 드라마가 만들어진 근본적인 이유이자 힘일 것이다. 과연 진실은 무엇이며, 아이들은 그 진실에 다가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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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 죽은 신데렐라를 살려낸 신화의 힘

Posted by 탁발
2016.12.04 08:55 티비가요/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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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숙 표 드라마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새롭다. 자기 복제이라는 말이 있듯이 동일한 작가와 연기자에게는 피하고 싶어도 피하지 못하는 색깔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그것은 무조건 부정적이지도 않고 또 긍정적일 수도 없다. 문제는 그것을 관객이 느끼지 못하게 하거나 혹은 동일선상에서 더 나아졌다는 인상을 갖게 하는 것이라 할 것이다.

 


태양의 후예가 끝난지 얼마나 됐다고 김은숙 작가의 신작 <도깨비>는 마치 수년 간 갈고 닦은 듯한 탄탄한 구조와 김은숙 특유의 말장난 식 대사가 더해져 맛깔나는 드라마의 성찬을 내놓고 있다. 같은 듯 다른. 그리고 더 대단한 것은 너무도 식상해져서 더 써서는 안 될 것 같은 신데렐라 이야기를 아주 산뜻하게 살려냈다는 사실이다.

 

그 비결은 신화의 채용이다. 900살 넘은 도깨비와 19살 소녀의 사랑. 이 말도 안 되는 설정을 거부감 없게 만드는 것 역시 신화의 설득력이다. 조금 말이 안 되는 문장이기는 하지만 신화라는 특수성이 그렇다. 인류의 문화와 예술이 그 신화로부터 시작된 것처럼 이 신화는 사실 현재도 왕성하게 활약하고 있다.

 

이를테면 할리우드가 기를 쓰고 아득바득 덤벼드는 히어로 영화가 대표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도깨비는 그런 히어로 영화보다 더 영리하다. 여러 가지 요소가 결합된 장르지만 그 중에는 신데렐라 스토리도 존재한다. 알다시피 그 플롯은 너무도 식상하다. 그렇지만 어떻게든 로맨스를 살려야 하는 한국의 현실 속에서 신화의 비극을 살짝 가져온 것은 죽은 신데렐라 스토리를 살려내는 묘약으로 작용할 것이다.

 


2회에서 도깨비는 소녀에게 이런 말을 한다. “네가 나에게 뭔가를 발견했다면 넌 날 아주 많이 원망했을 거다” 아직 소녀는 이 말을 의미를 알지 못하지만 알게 된다면, 그러니까 소녀가 도깨지의 가슴부터 등까지 관통되어 있는 녹슨 검을 보게 된다면 그것을 뽑아주고 싶어질 것이다. 그것은 소녀가 도깨비를 사랑하게 된다는 것이고 곧 그 행위로 인해 도깨비는 봉인된 죽음의 씰을 뜯게 된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소녀는 도깨비와의 첫 만남에서 영혼 1도 없는 말투로 “사랑해요”라고 했다. 그 모습이 정말 철없고 천진난만해서 귀엽고 사랑스럽기는 하지만 이미 시작된 비극의 복선이라는 것쯤은 대충 봐도 알 수 있다. 그렇다고 사랑하지 말라고 할 수도 없고 이것 참 곤란한 일이다. 해피엔딩에 취약한 시청자에게 무거운 딜레마를 던져놓고는 의기양양하게 비극의 로맨스를 끌고 가는 것이다.

 


결국엔 행복하게 잘 먹고 잘 살았데요. 하는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라 이 비극을 예고하고는 이 도깨비와 도깨비 신부의 이야기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비장미가 넘친다. 그러면서도 왠지 모를, 가능성 없는 해피엔딩에 기대어 한 회 한 회 조바심으로 이 드라마의 전개를 따라갈 시청자의 오장육부는 온전할 턱이 없다.

 

말이 쉽지 이것을 드라마로 만들어서 해낸다는 것은 정말 말이 쉽지가 답이다. 그 어려운 것을 또 해낸 작가다. 사실 요즘 시국에 드라마나 예능에 몰입하기란 무척이나 힘든 일이다. 그럼에도 이 드라마는 그런 거리의 문제들을 잠시 덥게 만들 정도로 끌어당기는 완력이 무지막지하다. 나쁘지 않은 일이다. 거리에서 더 힘을 쓰기 위해서도 휴식을 필요한 것이다. 도깨비는 새로운, 더 센 힘을 쓰기 위한 휴식의 계기로 삼기에 너무도 적절하다. 금 나와라 와라 뚝딱! 하듯이 도깨비의 신묘한 능력이 간절한 우리들이기 때문에라도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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