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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미드 CSI 중에 한 장면을 떠올려본다. 늦은 밤 후미진 동네에 노란 택시가 달려가다 길을 건너려던 백인 소년을 치는 사고가 났다. 택시기사는 사고 직후 차를 세우고 피해자를 확인하더니 급하게 문을 쾅 닫고 운전석으로 돌아간다. 이를 본 동네 남자들이 우르르 달려가서 다짜고짜 택시기사를 폭행하고 결국 사망에 이르게 했다. 사내들은 기사가 뺑소니를 치려던 것으로 오해를 했지만 사실은 달랐다. 기사는 운전석으로 돌아와 무전으로 도움을 요청하던 중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기사가 죽었어도 사내들은 자신들의 오해를 인정하러들지 않는다.


김건모가 국민가수답지 않게 부끄러운 선택을 했다. 데뷔 20주년을 맞아 뭔가 새로운 도약을 기대하던 김건모로서는 20주년이라는 기념비적인 해를 가장 우울하게 보내게 될지도 모를 위기에 처하게 한 잘못된 선택이었다. 그 선택은 누가 뭐라고 해도 잘못된 판단이었고 국민가수 김건모의 이름에 어울리지 않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김건모를 앞서 말한 그 택시기사로 만들고 있지 않나 하는 의구심도 가질 필요가 있다.


김건모가 잘못한 것이 무엇일까? 신성한 서바이벌 무대에서 우스꽝스럽게 립스틱을 입술에 바른 것이 우선 택시기사가 운전석 문을 쾅 소리 나게 닫게 한 부분과 다르지 않을 수 있다. 우리는 방송된 결과만 보고 있다. 동네 사내들이 운전석으로 돌아간 기사가 무전을 하고 있는 것은 보고 듣지 못한 것처럼 방송되지 않은 많은 이야기들을 알지 못하고 또 알려고 들지도 않는다. 기사가 문을 닫은 행위가 충분히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생각하듯이 김건모의 진지하지 못한 태도와 룰을 어긴 선택으로 이미 충분히 잘못한 것이라고 단정 짓고 있다.



그러나 그 잘못이 지금 김건모에게 쏟아지는 냉소와 비난이 합당하다고 할 정도로 크다는 생각은 오해일 수도, 과잉감정일 수 있다. 룰을 어겼다고 그래서 용서할 수 없다고 하는데, 이쯤에서 그 룰에 대해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나가수의 논란의 요점은 김영희 PD와 김건모 등이 원칙을 어겼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원칙에 대한 진짜 원칙적 논의를 해야 할 필요 역시 존재한다. 필자를 반시민적 비평가라고 욕하는 독자가 있다. 그의 말을 빌자면 ‘대중들의 분노는 일종의 <부족한 민주주의적 요청 - 원칙을 지키라는 정의의 요구였으나, 원칙 자체에 대한 선악판단은 없었다’는 말이다.


충분히 논리를 갖춘 주장이라고 판단되어 인용했다. 만일 이 독자의 주장처럼 나가수가 어긴 룰 자체가 준수의 가치를 갖지 못했다면 그 룰이 깨진 것에 대한 일방적인 비난이 더 이상 정당성을 갖지 못할 수 있는 것이다. 나가수가 방영되기 전에 프리뷰 형식으로 글을 쓴 것이 있다.[2011/02/14 경쟁에서 밀린 일밤의 오디션 강박 ] 충분히 잘 쓴 글은 아니지만 어쨌든 거기에는 나가수 서바이벌 형식의 문제점들을 몇 가지 거론한 바 있다. 그 글이 궁극적으로 바라는 것은 나가수가 서바이벌이라는 독기를 뺀 방법으로 노래의 감동을 전해주었으면 하는 것이었다.


조영남, 신해철 등 일부의 반발도 있었지만 일차적으로 나가수는 노래의 잊혀진 감동을 대중에게 전달하는 데는 성공했다. 그러나 그 감동이 너무 갑작스러웠고 또 너무 컸던 탓인지 청중평가단과 시청자 모두 지나치게 엄숙해진 부분이 생겨났다. 노래를 신성화한 것은 아닌지도 모를 일이다. 신성화의 폐단은 그 어떤 현상보다 무섭다.



다시 김건모로 돌아와서, 김건모의 탈락은 그 누구(적어도 제작진과 후배 가수들에게는)도 원하지 않던 결과였던 것 같다. 그런 충격이 긴급회의를 하게 되고 녹화현장의 모두는 정의 대신 정을 택하는 결과로 흘렀다. 이것이 룰을 어겼다는 측면만 너무 크게 수용된 것이라는 뒤늦은 반성을 하게 된다. 필자 역시도 그 룰을 어긴 표면적 현상만 부각했다. 애초에 나가수의 서바이벌 방식이 불완전한 룰이라고 거품을 문 입장에서 그랬으니 논리에 맞지 않는데도 군중 속에 쉽게 몸을 던져버린 우를 범했다.


나가수에 관련된 모든 글을 읽은 것은 아니지만 나가수의 서바이벌 방식에 대한 지지는 기억나는 것이 없다. 결국 비난의 뇌관을 건드린 나가수의 룰 변경은 내용만 놓고 보자면 선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정의를 어겼다고 하는 이 결과가 오히려 더 정의에 가까워진 아이러니에 도달한다. 굳이 정치, 사회의 더 크고, 더 근본적인 것에는 외면하면서 왜 가수에 대해서 이러냐는 말은 하고 싶지 않다. 오죽하면 그럴까 하는 심정에서는 필자 역시도 수긍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죽하면 그런 심정을 풀 만큼 풀었으니 이제는 냉정을 찾고 우리가 던진 돌이 제대로 표적에 가 맞은 것인지 확인해볼 순서인 듯하다. 늦었지만 김건모에 대한 아니 나가수에 대한 비난 그 모순이 보인다.그러므로 고백한다. 나가수와 김건모에 대한 비난은 정의롭지 못한 정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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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탁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