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툴바







.








나는 가수다는 변함이 없었다. 아니 오히려 더 좋아졌다. 그 이전에 방송을 시작하기 전에 잘못했다고 사과부터 내보낸 것에서 이번 사태를 진심으로 심각하게 반성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것만이 아니었다. 나가수가 방영되는 내내 시청자의 원성을 샀던 편집의 문제 특히 본 공연에서 가수들의 노래 중간에 인터뷰를 넣어 감상을 방해하던 문제가 사라졌다. 그래서 더 좋아진 것이 눈에 확 띄었다. 나가수가 적어도 현재는 시청자의 소리에 납작 엎드린 자세를 취하고 있음이 분명해 보였다.


그러나 2시간 30분이라는 파격 편성으로 2주간에 보여줄 것 이상을 보여준 나가수는 이미 치명적인 상처를 입고 이 방송을 끝으로 한 달간 임시휴업상태에 들어갔다. 대한민국을 들쑤셔놓은 듯한 논란에 김영희 PD가 경질됐고, 뒤이어 김건모마저 자진하차를 했다. 그리고 다른 가수들과 김제동은 아직도 마음이 뒤숭숭할 수밖에 없다. 물론 그들은 프로이기에 어떤 악조건 하에서도 관객을 감동시키기 위한 최선을 다하겠지만 보고 듣는 시청자가 편치 않게 생겼다.



그보다 당장 급한 것은 나가수를 한 번에 몰아서 실컷 봐서 좋긴 한데 이제 한 달을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어쩌면 시청자 입장에서는 김PD와 김건모가 나가수를 떠나게 된 일보다 이 한 달의 기다림이 더 아플지도 모를 일이다. 어쩔 수 없다. 남이 총 맞은 것보다 내 손가락에 박힌 가시가 더 아픈 법이다. 그런데 이렇게 2시간 반이나 사람을 쥐락펴락 재미와 감동으로 범벅이 되게 해놓고 한 달 간 참으라니 이건 가시가 박힌 정도가 아니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방송이 끝난 후 나가수 게시판은 물론이고 나가수가 거론되는 어디를 둘러봐도 지난주 같은 비난은 찾아볼 수 없다. 이번 주 나가수 방송 후 논란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시간이 저절로 알아서 해줄 정화였지만 가슴을 움직이는 노래가, 그것을 위해 혼신을 다하는 가수들의 감동적인 모습들이 좀 더 빠른 정화작용을 도운 것도 알 수 있다. 언젠가 단비에 대해서 ‘예능에 가둘 수 없는 사랑의 의미’라고 한 적이 있는데, 나가수 역시 예능이 따라오지 못할 노래의 진한 감동을 담아낸 것이다. 



일주일을 기다리지 못한 벌은 받는 것이다. 물론 누가 주는 벌은 아니지만 우리가 고작 일주일을 견디지 못한 조급함 때문이니 각자가 알아서 반성이건, 자중이건 해야 할 일이다. 그렇지만 우리의 반성은 그렇다고 하더라도 김영희 PD를 경질하고 그 여파로 김건모를 자진하차하게 한 MBC 임원진 역시도 그 일주일을 기다리지 못한 죄를 물어야 할 것이다. 임원진의 경우는 대중의 반응 후에 사고를 쳤으니 일주일도 아닌 닷새를 참지 못한 죄라 해야 할 것이다.


김영희 PD를 자른 것은 며칠이 지나 생각해봐도 결코 온당한 처사가 아니었다. 법정도 초범에 대해서는 관대한 처분을 내리는 법이다. 김영희 PD가 비슷한 잘못을 지속적으로 범한 것도 아닌 마당에 본인의 의사에 반해서 일방적인 경질 처분을 내리는 것은 방송 제작권에 대한 침해이다. 새로 나가수를 책임질 PD가 미덥지 못해서가 아니다. 방송에서 시작된 것은 방송에서 마무리되어야 옳다. 김영희 PD, 김건모의 잘못된 판단과 결정이 방송을 통해서 발단이 됐으니 방송에서 해결되어야 할 것이다.



김영희 PD도 이번 일을 계기로 시청자와의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달았을 것이다. 김영희 PD가 사전에 탈락이 없다는 변경된 내용을 미리 시청자에게 알리지 않은 대가치고는 너무 지나친 것이다. 회사가 그를 자르기 이전에 이미 그가 방송일을 한 이래 경험치 못한 엄청난 시련을 이미 겪었다. 그런 그에게 명예를 회복할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은 너무 잔인한 처사였다. 더군다나 나가수를 기획하고 직접 제작에 뛰어든 노장에 대한 존경심 없는 권력남용이다. 일밤은, 더 나아가서 MBC는 그에게 많은 빚이 있지 않은가.


나가수는 진지한 노래에 대한 대중의 갈증을 1급수로 채워주었고, 또 한 가지 유재석, 강호동 없이 하다못해 이경규 없이도 예능이 성공할 수 있음을 증명하는 중이었다. 그 시작을 쌀집아저씨가 했으니 끝까지도 그의 손에 맡겨야 옳다. 이것이 비록 일시적일 수도 있겠지만 세시봉에 의해 싹 틔운 노래의 희망은 나가수에 의해서 묘목이 됐다. 아직도 좀 미운 점이 남아 있기는 해도 그 씨앗에 물과 거름을 준 사람은 분명 쌀집아저씨와 가수들이다. 그들을 지난 주 이소라가 불러서 무한감동을 주었던 <너에게로 또 다시>처럼 다시 나가수로 돌아오게 하는 것이 순리이자, 논란 속에서 침묵했던 더 많은 시청자의 바람과 요구일 것이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Posted by 탁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