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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이 대학등록금이라는 민감한 주제를 건드렸다. 단돈 만원도 큰돈이라는 주제어를 강조한 것은 지혜로운 선택이었다. 쩐의 전쟁은 멤버들에게 각자 만원씩의 자본금 삼아 나눠주고 총 12시간 동안 연예인 신분을 이용하지 않고 돈을 많이 벌어오는 미션이었다. 무한도전 멤버들의 한 달 수입이 일반인들의 1년 버는 것을 훌쩍 넘으니 그 자체로 멤버들에게 교훈을 줄 수 있는 미션주제였다.


미션 결과는 남대문을 여러 차례 다니며 소품을 판 노홍철의 승리. 반면 무한도전의 1,2위자 유재석과 박명수는 꼴찌를 차지했다. 그리고 건강이 좋지 못한 정형돈은 결국 미션에서 제외됐다. 그런데 방송 후 두 가지 논란이 벌어졌다. 하나는 노홍철이 연예인 신분을 이용해 폭리를 취했다는 것이고, 유재석, 박명수가 너무 소극적이거나 가식적인 모습으로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표면적으로 보면 둘 다 틀리지 않은 말이다.



실제로 노홍철은 방송 데뷔 전부터 거래했던 동대문 문구도매상을 찾아 싼 물건을 떼어다가 높은 마진으로 쉽게 팔았다. 개당 백 원짜리를 천원에 판매했으니 폭리라는 비난에 딱히 변명할 길은 없다. 게다가 그것이 가능한 이유는 노홍철이 인기 연예인이라는 점 때문이라는 비판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 맞는 말이다. 실제로 많은 대학생들이 장사가 아닌 시급 4천원대의 아르바이트를 하는 이유가 물건 팔기가 결코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괜히 장사한다고 나섰다가는 시급 4천원이라는 최소한의 수입도 보장할 수 없는 것이 노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노홍철이 적극적으로 장사를 잘한 부분도 무시할 수는 없지만 그것보다는 연예인이기에 가능한 판매였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렇기 때문에 룰을 어긴 것이고 그것도 모르고 김태호PD가 노홍철의 승리를 인정했다는 것이다. 승리 보상금의 성격과 쩐의 전쟁 2부가 없다면 동의할 수밖에 없는 비난이다. 결정적 힌트는 보상금에 있었고 노홍철은 김태호PD에게 낚인 것이다.


1위에게 주겠다던 상금은 계속되는 쩐의 전쟁의 자본금이었다. 원금을 유지해야 한다는 점에서 노홍철은 오히려 다른 멤버들보다 더 큰 부담을 안게 된 것을 놓치면 안된다. 또한 그것은 1부에서 했던 노홍철의 장사수법이 불가능해지는 것을 의미한다. 만원에서 시작했기에 천원짜리 연필팔기가 가능했지만 이제 백만원이 넘는 자본금으로 연필 장사를 하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물론 유재석, 박명수가 했던 머리띠처럼 다소 고가의 품목을 취급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만만치 않은 숫자가 되기 때문에 장사의 귀재 노홍철에게도 결코 쉽지 않은 미션이 될 것이다.



또한 자본금 백만 원의 쩐의 전쟁 2차 미션은 하하와 길이 했던 마사지나 매 맞기도 불가능하며, 정준하 역시도 마찬가지다. 물론 백만 원의 자본금으로 어떤 장사를 하게 될지는 아직은 알 수 없지만 이 쩐의 전쟁의 전제가 대학등록금이라는 점에서 멤버 전원이 거의 실패하지 않을까 싶은 짐작은 할 수 있다. 노홍철의 사기행각도 만원이라는 작은 돈으로 시작한 장사에서나 가능하지 아무리 인기인이라도 상품가격이 높아지면 아무래도 구입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다 하더라도 노홍철이 2차 쩐의 전쟁에서도 탁월한 장사감각으로 다른 멤버들보다는 좋은 성적을 낼 것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과연 연필팔기처럼 압도적인 승리를 거둘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렇게 된다면 굳이 2차 쩐의 전쟁이 필요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즉, 1차 쩐의 전쟁을 보고 흥분해봤자 2차를 보고나면 다시 김태호 PD 칭송에 입이 마를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고 1차 쩐의 전쟁이 낚시라고는 생각하지는 않지만 분명 함정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지금 흥분하면 분명 손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남은 것은 유재석, 박명수의 소극적인 태도 문제다. 이들을 비난하는 말들 속에는 가식적이라는 단어가 아주 많다. 소위 착한병에 걸렸다는 것인데, 앞서도 말했듯이 이 둘의 수입은 무한도전 중에서도 역시 상위에 속한다. 설혹 그렇지 않더라도 주머니가 텅 빈 여학생에게 만원을 악착같이 받아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다가는 결국 마지막에 가서는 거저 주고 장사를 끝내야 했던 것은 이들이 못나거나 소극적이라고 몰아붙일 수 없는 것이 우리 사회가 너무 각박하기 때문이다. 굳이 감동적이라고 하고 싶지는 않지만 가식이라도 자신이 겪게 된다면 누구나 기분 좋을 일이라면 비난할 수는 없는 일이다.


미션이니까, 장사니까 무조건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도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런 자본주의의 거대한 논리 속에 빈익빈부익부가 심화되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일이다. 절실함은 없었지만 이런 바보 같은 장사꾼을 만나는 몇 사람들은 잠시라도 현실의 무거움을 잊을 수는 있을 것이다. 만일 유재석이 노홍철처럼 했다면 아마도 누구도 따라오지 못할 수입을 올렸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못한 것은 무한도전의 지주인 유재석이 미션을 이해 못해서도 아니고, 배가 불러서도 아닐 것이다.


오히려 미션에 충실했다는 역설도 가능하다. 노홍철 이하 정준하, 하하, 길 모두가 장사를 할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이 연예인이라는 지위가 작용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조차도 잠시 판단을 유보하는 편이 좋다. 1차 쩐의 전쟁은 시작에 불과하다. 결론은 2차에서 드러날 것이다. 우리 사회는 일주일을 기다리는 연습이 필요하다. 그것은 나는 가수다 논란에서 배운 교훈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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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탁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