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의 재미는 발상의 다름에 있다. 멤버들끼리 한 마디 툭 던진 것이 불거져서 엄청난 결과를 가져온 경우가 많다. 이번 하하와 노홍철이 벌인 세기의 대결도 그런 것 중 하나이다. 정말 별 것 아닌 동갑내기 두 친구의 사소한 다툼에서 경품으로 경차가 걸리고, 시청자 수천 명이 현장에 참여하는 대형 이벤트로 커져버렸다. 그런데 본격 대결이 시작되자 이 사소한 대결을 대형 이벤트화 할 필요가 충분했음을 알 수 있었다.
첫 번째 대결에서는 많은 사람들의 예상대로 하하가 신승을 거두었다. 그렇지만 문제는 모두의 예상을 벗어난 결과가 빚어진 2라운드 대결이었다. 손톱을 극단적으로 짧게 하는 하하의 습관상 절대 불리할 것이라 예상했던 음료캔 따기 대결에서 압도적인 차이로 하하가 이기게 된 것이다. 이 대결에서 하하를 선택한 관중은 겨우 200명이고 나머지 3,100명이 모두 노홍철이 이길 것이라 믿었다. 당연히 하하를 선택한 200명은 대단한 모험이었고, 도박이었다. 그런데 그 도박이 통했다.
각자 두 번씩 10개의 캔을 따 시간을 재고 그중 좋은 기록으로 결과를 내게 했는데, 하하는 1차 시도에서 15초대였지만 2차 시도에서 무려 4초를 앞당기는 놀라운 모습을 보였다. 반면 당연히 이길거라 예상했던 노홍철은 하하의 모습에 당황한 모습이 역력했는데, 결국 손톱에 상처까지 나면서 1차 시도에서 2초 차이로 하하에게 뒤졌으며, 2차 시도에서는 1차 때 입은 상처 때문에 더 느려져서 24초의 기록으로 마감했다. 결국 3,100명이 2라운드만에 탈락하게 되는 재앙을 불러온 것이다.
그러나 이 결과는 우연이 아니었다. 조작은 더 더욱 아니었다. 하하는 절대 불리한 이번 대결을 위해 달인 김병만을 찾았다. 개그 콘서트에서도 끝난 달인 김병만을 무한도전에서 보는 것 자체가 의외였고, 즐거움이었다. 그리고 하하는 달인을 통해서 약점을 극복할 수 있는 비법을 전수받았다. 손톱 대신 손가락 자체를 단단하게 단련하라는 우직한 방법이다. 이 없으면 잇몸이라는 속담대로다. 여기서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될 것이 있다.
캔뚜껑 따기 대결을 위해서 하하는 그저 평소와 달리 손톱을 좀 기르면 될 일이었다. 헌데, 하하는 대결을 위해 자기 습관을 바꾸지 않았다. 오히려 손톱을 길렀다면 노홍철처럼 손톱부상으로 승부를 그르칠 확률은 더 놓았을 것이다. 하하의 고집은 정직함이었다. 그런 면에서는 김병만과 많이 닮아 있었다. 달인을 찾아간 하하는 그 정직함을 승리로 이끌 수 있는 더 강인한 정신력을 배웠다. 세상에 누가 캔뚜껑 하나 따려고 볶은콩과 얼음을 오가며 수련을 하겠는가. 예능을 가미한 장면이긴 했지만 정직한 대결을 위한 하하의 자세를 엿볼 수 있었다.
그런 정직한 노력과 의지만으로 럭키가이 노홍철을 보기 좋기 패배자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이 반전으로 이미 이 대결의 승부를 갈랐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후 남겨진 대결에 따라서 최종 숭자가 갈리겠지만 캔뚜껑 따기 대결만으로 상꼬마 하하는 모든 면에서 앞서가던 노홍철을 비로소 따라잡았다고 할 수 있다. 무한도전식 토끼와 거북이가 된 대결이다.
다만 그 결과로 인해서 예기치 않던 잡음이 생긴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냥 웃고 넘기기에는 그 대결을 보기 위해 전국에 모여든 많은 사람들이 너무 빨리 탈락자가 된 것이다. 또한 경차라는 너무도 큰 경품이 걸렸던 것도 이 승부의 충격을 더욱 가중시켰을 것이다.
또한 5라운드 이후부터는 탈락자를 전원 퇴장시킨 것도 좀 가혹한 처사였다. 어차피 공개녹화를 할 경우 어떤 식으로든 스포일러는 떠돌기 마련이다. 그것이 맞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지만 그 결과를 안다고 해서 무한도전을 시청하는 즐거움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심지어 현장에 있던 사람조차 방송을 보면서는 손에 땀을 쥐었다고 한다. 그것이 무한도전의 힘이며, 편집의 기술 아니겠는가. 무한도전은 팬과 자신들의 능력에 대해 좀 더 믿어도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