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4/15 06:08
드라마 작가는 참 어려운 직업이다. 드마라 작가를 친구로 둔 적이 있어서 그 고통에 대해서 가까이서 지켜볼 수 있었다. 꼭 그래서는 아니지만 유난히 드라마 속 표출되는 배우 뒤에 그림자처럼 존재하는 작가의 흔적에 대해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다. 그런 탓에 좋은 작가를 만나면 드라마 보는 재미가 배가된다. 반면 그렇지 않을 경우는 드라마에 대한 흥미가 떨어지는 경우도 존재한다.
신데렐라 언니가 8년 후로 훌쩍 뛰어넘어 성인으로 자란 은조와 효선이 등장했다. 그러나 8년의 세월은 은조와 효선을 하나도 자라게 하지 못했다. 물론 신체적인 면이 아니라 정신적으로 그렇다. 간혹 회상신이 나올까는 모르겠지만, 신데렐라 언니는 무슨 그냥 신데렐라 이야기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원전의 향기가 강하게 풍긴다. 한편 그 8년의 세월은 두 남자를 돌아오게 했다.
효선이 숨긴 편지 한 장을 남겨 놓고 군대에 간 기훈과 뚱뚱보 정우가 은조를 찾아 돌아왔다. 먼저 뚱뚱보 정우는 겉으로만 보기에도 몸 좋아보이는 해병대 출신 젊은이로 탈태환골해 있었고, 동시간대 개인의 취향에 나오는 슬옹을 보면서 극도로 불안했던 발연기 정도는 아니라는 안도감을 주었다.
그러나 사실은 슬옹의 역할이 좀 더 소화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 둘을 비교하는 일은 별로 객관적이지 못할 듯 싶다. 그저 택연의 연기가 나쁘지는 않았다는 정도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더구나 평가에 필요한 충분한 만큼의 분량도 없었다. 더 두고봐야겠지만 실망보다는 기대감쪽에 좀 더 무게를 둘 수 있다.
문제는 돌아온 기훈이다. 아니 돌아왔다는 표현이 어색해졌다. 8년이란 세월과 효선 때문에 전달받지 못한 편지로 인한 은조와 관계가 그런 것이 아니다. 구대성과 은조 그리고 입사면접을 하는 장면에서 지난 8년을 언급할 때 기훈은 '방학 때마다 나왔다'는 말을 했다. 그것을 구대성도 그대로 받았다. 미국에서 한국으로 나왔다는 표현은 80년대까지는 일상적인 표현이었다. 그러나 미국에 대한 환상이 사라졌다기보다는 그것이 올바른 표현이 아닌 탓에 자연스럽게 드라마 등에서 사라지기 시작했다.
모든 것에 미국을 우선순위에 두는 몰지각한 언행은 요즘은 찾아보기 어렵다. 참 오랫만이다. 그런 만큼 더 불쾌하고 실망스러웠다. 작가의 정신적 국적은 미국인가? 그것을 재촬영하지 않고 그대로 내보낸 연출도 개념 없기는 똑같다. 한국이 자기의 고국이 되지 못한 작가는 언제라도 미국으로 '들어갈' 준비가 됐을 지는 몰라도 국민을 상대로 한 드라마의 대사에 그런 자신의 개인적 욕망을 드러내서는 안된다.
요즘 한국에서 살기 싫다는 말들을 주변에서 자주 듣게 된다. 뭐 충분히 공감한다. 그러나 아무리 한국의 여러 현실이 절망스럽고 곤혹스럽더라도 이민 가서 그쪽으로 귀하하기 전까지는 그 누군가는 분명 한국인이고 그 국적에 대한 예의를 갖추어야 할 의무가 있다.
웰 메이드 드라마에 대한 기대감이 굉장히 컸는데, 작가와 연출의 무신경한 국적불명의 의식상태에 맥이 풀려버렸다. 대부분의 시청자에게는 사소하게 지나칠 수도 있었고, 작가도 무의식 중에 저지른 실수였을 수 있다. 그러나 드라마를 시청하는 수많은 시청자가 작가의 그 무의식에 지배당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그 무의식조차도 긴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