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남의 저주였을까? 나가수가 헤어나기 어려운 비난의 소용돌이에 빠져버렸다. 조영남이 “거기서 뭐하는지 모르겠다”던 국민가수 김건모는 조소의 대상이 되었고, 자신의 노래 바람이 분다에 이어 변집섭의 너에게로 줄줄이 감동의 쓰나미를 일으켰던 이소라는 막말의 아이콘이 돼버렸다. 조영남이 가수에 대한 모독이라고 했던 말이 망언 수준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거짓말처럼 현실은 그렇게 돼버리고 말았다.
이것은 분명 재앙이다. 일밤의 화려한 부활이 가로막힐 것 같은 것 때문이 아니라 가수들에게 재앙이 된 것이다. 무엇보다 나가수를 통해 가장 망가진 가수는 김건모. 재도전에 응한 정확한 뒷사정은 티비만 보고는 알 수 없다. 그렇지만 이미 그의 이미지는 더 망가질 것이 없을 정도로 최악의 상태에 빠져버렸다. 화면에 보이지 않은 뒷사정들이야 어찌됐건 현장의 청중평가단을 배신하고, 시청자를 우롱한 결과가 됐으니 이에 대한 분노가 쉬이 식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이런 빠르고 엄청난 규모의 비난에 당황했던지 김영희 CP가 가수들은 그냥 두고 제직진만 비난해달라는 말을 했다. 그것은 너무도 당연한 말이고 유일하게 옳은 말이기도 하다. 김건모 재도전 논란에 김건모는 물론 나가수 감동의 중심 이소라까지 비난의 뭇매를 맞게 된 것은 전적으로 편집의 무책임 때문이었다. 그러나 또 해서는 안 될 말을 했다. 김영희 CP는 인터뷰를 통해 “김건모가 재도전으로 부활할지 아니면 몰락할지 이번 방송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다”라고 했다.
이 말에 김건모에 대해서 불쾌한 대중의 마음이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지, 그도 아니면 최악의 상황에서도 방송 장사는 해야겠다는 장사치 속셈인지는 알 수 없겠지만 두 가지 모두 틀렸다. 김영희 CP의 말을 뒤집으면 지금까지 김건모는 제대로 연습도 하지 않았다는 말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닐 것이다. 재도전이 아니라도 김건모는 지금까지 항상 최선을 다해 연습도 하고, 무대 콘셉트도 준비했을 것이다. 때리는 시어미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는데 지금 김영희 CP는 김건모에게 시어미와 시누이 짓 둘 모두를 하고 있다.
지금 상황이 다음 방송의 관전 포인트를 거론할 정도로 한가한 상황인가? 김건모도 그렇거니와 거의 패닉상태에서도 분명히 편집해달라고 한 발언을 방송에 내보내는 바람에 이소라는 졸지에 막된 가수가 돼버렸다. 이렇게 한국의 대표적인 가수 둘을 찌질하고 막돼버린 인물들로 전락시킨 상황에서 차회 방송의 관전 포인트를 논하고 있는 것은 정신 나간 짓이다. 그것이 나가수에게 실망하고, 분노하는 시청자에게 할 말도 아니지만 무엇보다 자신의 잘못으로 엄청난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는 가수들 앞에 내놓을 책임 있는 발언은 아니다.
편집자의 의도까지 일일이 다 알 수는 없다. 그러나 분명히 이소라는 자신의 발언 부분을 편집해달라는 의사를 밝혔다. 생방송도 아니고 녹화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편집해달라는 부분을 굳이 내보낸 나가수 제작진의 의도를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그리고 방송을 본 사람은 알겠지만 이소라의 발언은 탈락을 받아드리려는 김건모에 대해서 던진 말이었다. 이것을 이소라가 시쳇말로 깽판치는 것으로 호도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 편집의 의도와 시청의 결과는 꼭 맞아떨어진다고 볼 수 없다. 편집의 의도가 이소라를 죽이기 위한 것은 아니었지만 결과는 이소라 죽이기가 돼버렸다.
또한 김건모의 재도전까지는 제작진이 변경한 방침이라고 백보 양보해서 논리를 갖췄다고 할 수 있겠지만 이소라의 돌발 발언을 걸러내지 않은 것은 자기 논리를 꿰맞추기 위해 앞뒤 재지 않고 막 갖다 붙인 편집의 폭거일 뿐이다. 김건모의 재도전 상황을 설득시키고자 했겠지만 그것 역시 가수의 입장보다 끝까지 제작진 자신들의 입장만 생각한 결과다. 애초에 잘못된 재도전 문제를 무리하게 설득시키려다 벌어진 편집사고인 것이다. 물론 출연자가 편집을 요구한다고 해서 무조건 따르는 것은 아니겠지만 이소라가 ‘난리’운운한 부분은 굳이 편집을 요구하지 않았더라도 보통의 방송용어가 아니기 때문에 걸러졌어야 할 부분이었다.
그 상황에서 이소라에게 PD 중 한 사람이 심한 말을 했을 수도 있다. 그런 경우라면 제작진은 결코 그것을 방송에 내보내지 않앗을 것이다. 이번 일로 나가수 제작진이 가수의 마음으로 촹령하고, 편집하지 않는 그 한계를 여실히 드러내고 말았다. 도대체 김건모, 이소라를 어떻게 할 것인가? 김영희 CP를 비롯해서 나가수 제작진이 이 프로그램을 정직하게 만들 자질이 되는가 고민해야 할 지점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