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시상식의 유일한 가치로 빛난 말들

Posted by 탁발
2017.01.02 05:45 시사읽기
-->

1월1일에도 빠지지 않고 방송된 <김제동의 톡투유>에 게스트로 김윤아가 출연했다. 김윤아는 꿈은 이룬 자신으로서는 뭔가 대중에게 빚진 기분을 안고 산다는 말을 했다. 누군가 그 기분을 강요할 수는 없지만 대중스타들이 잊지 말아야 할 생각일 것이다.

 


연말이면 시끌벅적 열리는 방송사마다의 시상식. 열혈팬들에게는 중요한 일정이 되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그저 하니까 보는 정도의 남의 잔치에 불과하다. 특히 촛불의 시국에 연말 시상식은 다른 때보다 더 그들만의 잔치였을 뿐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시국이 시국인 만큼 대중의 관심이 더 쏠린 부분도 존재했다.

 

바로 누가 개념 소감을 말하는지에 대한 기대감이었다. 사실 평소라면 집에서 혹은 여행지에 형편에 맞는 연말연시를 보냈을 많은 사람들이 광장을 찾았다. 그런 우리가 사랑하는 스타들이 화려한 시상식 무대 위에서 어떤 말로 광장을 위로할지가 궁금했던 것이다.

 

연말에 화제가 된 시상식 말들은 확실히 여느 때와 달랐다. 보통은 시국에 관련된 말을 극도로 삼가는 국민엠씨 유재석조차 완곡하지만 시국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유재석은 “역사를 통해서, 나라가 힘들 때 이 나라의 주인은 국민이라는 걸 다시 한 번 깨닫게 됐다”면서 “소수의 몇몇 사람이 꽃길을 걷는 게 아니라 내년엔 모든 국민들이 꽃길을 걷는 그런 날이 됐으면 좋겠다”고 밝혀 박수를 받았다.

 


그렇지만 사실 유재석의 소감은 이후 다른 스타들에 비해서는 상당히 은유적이고 완곡해서 소위 시국소감이라고 하기에도 살짝 부족한 감도 없지 않았지만 박사모는 이런 말조차 좌빨연예인이라고 몰아붙여 오히려 여론의 역풍을 맞기도 했다.

 

유재석을 시작으로 여러 스타들이 시상 후 소감을 자기 주변 챙기는 것 대신에 시국을 빗댄 말들을 쏟아냈다. 그중에서도 가장 강한 소감은 아마도 KBS 연기대상에서 베스트 커플상을 수상한 차인표가 아닐까 싶었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다. 그리고 남편은 결코 부인을 이길 수 없다는 그의 말.

 

어둠과 거짓을 말할 때는 사회자가 무척이나 당황해 하는 모습이었다가 세 번째에 남편은 아내를 이길 수 없다는 차인표의 배려(?)에 비로소 크게 웃으며 상황을 추스르는 모습조차 흥미로운 장면이었다. 소감이 선언이 되지 않도록 유머로 마무리한 최고의 센스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베스트커플상 외에 베스트 센스상을 별도로 수상해도 좋을 듯한 차인표였다.

 


차인표가 유머와 센스로 소신을 분위기와 잘 조화시켰다면 그와는 반대로 돌직구를 날린 스타 김의성을 빼놓을 수 없다. 김의성은 MBC 사장이 보는 앞에서 “올해 부당한 이유로 집을 떠나고 직장을 떠난 사람들이 많다. 내년에는 그 사람들이 자기 집으로 돌아올 수 있는 한해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지난해 가을부터 시작된 촛불시국은 티비의 지상도를 바꾸어 놓았다. 뉴스가 드라마와 예능을 압도했다. 보도기능을 거세한 공영방송들은 이런 변화에 적응하지 못했다. 종편 JTBC가 일약 최고의 방송사로 떠올랐다. 뉴스 하나로 거둔 성과다. 또한 뉴스타파의 최승호 피디, 고발뉴스의 이상호 기자 등은 제도권 방송 바깥에서 눈부신 활약을 보이고 있는데 JTBC 손석희와 더불어 모두 MBC 출신이라는 사실에서 김의성의 “집으로 돌아오길 바란다”는 단순히 해직 언론인의 복귀 이상의 의미와 회한이 담긴 것이라 해석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한석규 역시 이런 시국소감에 동참을 했는데 사실 드문 일이라는 점에 더 주목하게 됐다. 한석규는 “다르다고 해서 그것을 불편함과 위험함으로 받아드린다면 좋은 사회, 국가가 될 수 없다”며 “가치가 죽고 아름다움이 천박해지지 않기를”이라는 고은의 시로 결론을 맺었다. 다르다고 해서 핍박하고, 쫓아내는 천박한 사회에 대한 점잖은 일갈이라 할 것이다.

 

이렇듯 다른 때와 달리 시상식을 개인의 영역에 두지 않고 사회를 향한 발언대로 활용한 스타들의 소신은 그들이 받은 상이 무엇이든 간에 그들을 부르는 스타라는 말처럼 빛이 났다.가수들이 열심히 광장을 빛내는 동안 상대적으로 소극적로 보였던 배우, 개그맨들도 이로써 보이지 않는 섬에서 탈출해 광장에 나란히 선 느낌을 주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이 댓글을 비밀 댓글로

무한도전이 추억을 더욱 특별하게 만든 무도리GO

Posted by 탁발
2016.10.09 11:13 티비가요/무한도전
-->

 

500회 특집을 무도리 잡기로 한다고 했을 때 좀 의아했다. 그렇지만 10주년을 기념한 것도 그리 오래 되지 않아서 좀 소박하게 가려는가 싶었다. 그래도 무도 팬이라면 500회라는 의미를 너무 간소하게 보내는 것은 아닌가 싶어 서운함 마음도 없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실망은 너무 일렀다.

 


증강현실이라는 첨단의 게임 방식에 담아낸 것은 무도의 역사였고, 추억이었다. 8일 방송에서는 1라운드와 2라운드 일부를 공개했지만 무도리GO 게임이 진행될수록 시청자는 추억에 빠져들었다. 게다가 갑작스레 낮아진 기온 때문에 그 추억하는 감정이 더욱 애틋해지기도 했다.

 

무도리GO 1라운드는 총 8마리의 무도리를 잡는 미션이었다. 새 멤버 광희와 양세형에게는 불리한 미션이었다. 예컨대 덕수궁의 궁밀리어네어 무도리를 잡으러 간 유재석은 곧바로 힌트를 찾아 정관헌으로 직진했다면 먼저 도착한 양세형은 그러지 못했다. 양세형은 아무것도 모르고 우연히 정관헌에 발길이 닿았고, 그래서 무도리를 운 좋게 잡았을 뿐이다.

 

그렇지만 광희 같은 경우에는 무도에 대해서 복습을 많이 했던지 아니면 멤버가 되기 전부터 진짜 무도팬이었던지 특집 내용을 확실히 양세형보다는 많이 알고 있었다. 100빡빡이의 습격이라든지 꼬리잡기 등의 내용을 비교적 자세히 알고 있었다.

 


그러나 유재석의 무한도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무도 지분이 높은 유재석의 기억은 소름 돋을 정도로 정확하고 섬세했다. 첫 번째 남산계단에서의 친해지기바래 무도리를 잡고 곧바로 여드름브레이크 무도리를 잡기 위해 남산시민아파트를 찾은 유재석은 이내 이번 특집의 의미를 알아차렸다. 매 장소마다의 특집 내용을 회상하면서 본인 스스로 추억에 젖는 모습을 보였다.

 

실제로도 유재석은 혼자서 8마리의 무도리 중 3마리를 잡는 성과를 보였는데, 괜히 무도 10년을 끌어온 우등생이 아니라는 것을 새삼 증명한 것이었다. 반면 박명수가 2마리의 무도리를 잡은 것 역시 눈길을 끌었다. 애초에 남산의 추억을 잘못 추리한 끝에 거의 기권 상태였던 정준하를 제외하고는 그래도 모두들 1마리 이상의 무도리를 잡았다.

 

그렇게 찾아간 서울 곳곳의 무도리 장소는 시간여행을 떠나는 플랫홈이었다. 남산계단, 남산 시민아파트, 여의도공원, 선유도공원, 성산대교 둔치, 덕수궁, 서대문형무소. 그냥 그 장소로도 서울의 명소지만 무도팬들에게는 많은 웃음이 쌓인 추억의 장소로 순식간에 이동하게 하는 장치였다.

 


이제 무도 제작진의 의도를 안 이상 무도리GO는 더 이상 게임이 아니었다. 특히 2라운드에서 멤버들이 찾아가야 하는 조정, 댄스스포츠, 에어로빅 그리고 레승링 등의 장소는 더욱 그랬다. 이곳들은 무도 장기프로젝트가 진행됐던 베이스캠프였고, 단순히 찾아만 간다고 무도리를 잡는 것이 아니었다. 해당 종목을 직접 당시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해결할 수 있는 미션이었다.

 

특히 무도의 장기 프로젝트마다 눈물의 아이콘이 되었던 정형돈의 부재가 더욱 아쉽기는 하지만 어쨌든 장기 프로젝트가 무도 멤버들에게 어떤 존재였던지를 새삼 알 수 있는 기회였다. 머리는 잊었지만 몸이 기억하는 반복된 훈련의 결과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고, 또 다시 생고생을 해야 하는 멤버들의 비명과 땀 속에 당시의 추억도 더 생생하게 만져질 수 있었다.

 

역시 무도가 마음먹고 뭔가를 하면 참 남다르다. 하도 많이 해서 또 하기 쑥쓰러운 것이 유재석과 김태호 피디 칭찬인데, 이번 500회 특집을 보면서 그 오글거리는 일을 또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왜 무도가 무도이고, 왜 유재석이 변함없이 부동의 1인자이고, 김태포 피디가 왜 천재 소리를 듣는지. 그 모든 것들의 이유를 다시 설명해주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이 댓글을 비밀 댓글로

슈가맨 종영. 더 큰 추억으로 돌아오라

Posted by 탁발
2016.07.06 05:54 티비가요/예능
-->

UN과 벅. 투유 프로젝트 슈가맨의 마지막 무대에 참 적절한 섭외였다. UN의 선물 그리고 벅의 맨발의 청춘은 그 마지막의 많은 의미들을 담을 수 있었다. 그렇게 슈가맨은 마지막 방송을 마쳤고, 그 동안 슈가맨들을 통해 희미해졌던 기억들로부터 소환해냈던 오래 전의 추억들은 다시 추억 속으로 보내게 됐다. 

한동안 한국 가요계는 토토가로 상징되는 20세기 돌아보기 열풍이 불었다. 그로 인해 과거에 봉인됐던 많은 가수들이 다시 대중 곁으로 돌아왔고, 최근의 젝스키스 성공적인 재결합은 그 경향의 클라이막스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무한도전의 토토가는 특집이라는 한계성으로 인해 추억의 가수들을 모두 거두지는 못했다. 토토가에 열광하고 다시 대중문화계에는 복고열풍이 불었지만 그것으로는 뭔가 부족한 감이 없지 않았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슈가맨은 토토가의 연장선에서 토토가의 아이디어를 창의적으로 계승한 프로그램이었다. 


유재석과 유희열 두 사람의 진행이라는 점에서 기대가 컸고, 한물간 가수들로 과연 흥미를 유발시킬 수 있겠냐는 우려도 작지 않았다. 이제 종영의 계단에 올라선 슈가맨을 돌아보자면 그래도 이런 프로그램이 있어서 더 좋았다라는 평가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지만 슈가맨의 종영에 있어 가장 아쉬운 점은 말 그대로 역주행송이 만들어지지 못했다는 것이다. 토토가가 음원시장을 뒤흔들었던 것과는 큰 차이가 나는 부분이다. 분명 슈가맨들의 노래는 한 때를 풍미했던 히트곡이었는데 왜 토토가와는 차이가 생겼을지는 쉽게 결론지을 수는 없겠지만 슈가맨과 쇼맨으로 나뉜 것이 큰 이유였을 것이다. 

쇼맨의 존재는 때때로 슈가맨의 시청률을 담보하는 중요한 무기로 작동하기도 했지만 슈가맨의 본질을 가리는 역작용도 없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프로그램의 다양성을 위해서 쇼맨의 필요는 분명했지만 한참 추억을 더듬다가 결국엔 익숙하지만 왠지 낯선 쇼맨의 역주행송으로 경연하는 마무리는 결과적으로 최선의 방법은 아니었다. 

슈가맨 마지막 방송 말미에 유재석과 유희열이 나란히 앉아 시즌2에 대한 가능성을 의미하는 멘트를 남겼다. 과연 시즌2가 제작될지는 아직은 미지수지만 여전히 슈가맨의 소재는 많다는 점에서 재정비한 시즌2를 기대하게 된다. 지금까지의 슈가맨이 주로 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의 가수들을 대상으로 했지만 그 이전으로 대상을 넓힌다면 시즌2의 출연진 찾기는 어렵지 않을 것이다. 

정확히는 슈가맨의 종영은 다음 주라고 할 수 있다. 무대가 아닌 일상 슈가맨들을 찾아가는 다큐가 한 편 더 남아 있다. 짧은 예고 컷들만 봐도 솔깃했다. 사실 이 점이 더 아쉽다. 어쩌면 이런 콘텐츠는 종영 때에 할 것이 아니라 미리 했으면 더 좋았을 수 있기 때문이다. 

슈가맨의 본질은 추억이다. 대략 십여 년의 공백기를 가진 슈가맨들이 무대를 떠나 어떻게 살아왔는지에 대해서 너무 간단히 처리한 것은 아닌지 모를 일이다. 그렇게 하는 것이 너무 식상한 방식일지는 몰라도 미리 시도했어야 하지 않았나 싶다. 추억에 자극받은 시청자가 원하는 것은 무대에서 노래와 간단한 토크가 전부는 아니었을 것이다. 뒤늦게라도 그 추억에 더 충실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은 것이 아쉽지만 또 희망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시즌2로, 더 큰 추억으로 돌아오길 바란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이 댓글을 비밀 댓글로

무한도전. 위기가 알려준 새삼스러운 사실

Posted by 탁발
2016.06.19 08:32 티비가요/무한도전
-->

시간은 많은데 할 것이 없다. 청년백수들의 곤란한 형편 이야기가 아니다. 세 번씩이나 짐을 쌌다 푼 무한도전이 결국 최종적으로 미국행을 포기하면서 생긴 사정이다. 미국 출장을 위해 일주일의 스케줄을 비운 보람도 없이 무거운 캐리어를 끌고 한강변으로 와서 오프닝을 하는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한 것도 없고, 해놓은 것도 없는 무한도전은 아무 계획 없이 방송 분량을 만들어내야만 했다.

 


위기였다. 그렇지만 그래서 억지춘향 격으로 주어진 주제가 오늘 뭐하지? 였다. 이른 여름날씨를 맞고 있는 요즘이라 제작진은 급히 워터파크 섭외를 했지만 문제가 있었다. 워터파크 폐장 후에야 촬영이 가능하다는 것. 그냥 기다리기에는 방송분량도 걱정이고, 무엇보다 고급인력을 그대로 놀릴 수도 없는 노릇.

 

그래서 즉흥적으로 생각해낸 것이 서울 근교의 계곡 마실이었다. 목적지는 의외로 빨리 결정했고, 워낙 가까워서 30분 만에 도착했다. 그러나 가뭄 탓에 계곡을 말라 있었고, 그나마 물이 좀 많은 곳을 찾았으나 실패했다. 하늘이 무도를 버린 것 같았지만 사실은 도운 것이다. 점점 더 상황이 꼬이게 되자 11년간 쌓였던 무도의 위기관기능력이 본능처럼 발휘되기 시작했고, 어쨌든 너끈히 분량을 뽑아낼 수 있었다.

 

여름이 오면 무도팬들이 떠올리는 단어가 하나쯤 있다. 그것은 바로 무도 클래식. 지금의 거창한 프로젝트들과는 달리 원초적 웃음을 주어 날만 더워지면 또 보고 싶은 명작으로 꼽히는 것이 바로 무도 클래식이다. 이후에 워터파크로 이동해 이런저런 게임을 했지만 오늘 뭐하지?의 핵심은 계곡에서 다 이뤄졌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무한도전의 위상은 매우 높다. 무한도전 말고도 다른 프로그램을 여럿 하고 있지만 유재석이 가장 유재석다워지는 곳은 무한도전 안에 있을 때이다. 유재석만 그렇겠는가. 다른 멤버들도 다르지 않다. 그것을 무도 멤버들이 가진 내공이라고 할 수도 있고, 팀워크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오늘 뭐하지?를 통해서 발견한 것은 추억이었다.

 

무모한 도전과 무도 클래식 사이에 흐르는 무도의 전통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위기를 기회로 바꿨다는 식상한 말보다 이쪽이 훨씬 듣기 좋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말은 분명 부정적인 의미지만 무도 안에서는 반대다. 평소와 달리 카리스마 넘치는 리더십을 살짝 내려놓은 유재석은 그것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입 가진 사람 다 떠들게 하고, 불평불만이 터져 나오는 상황. 그 혼란이야말로 무도팬들이 좋아하는 무질서의 즐거움이기 때문이다. 사실 그래봐야 늘 봐왔던 모습이지만 제작진으로부터 무엇을 하라는 제안 없이 좌충우돌하는 상황이 주는 막장스러운 상황이 주는 묘한 해방감이 시청자 입장에서는 오히려 더 좋을 수 있었다.

 

그간의 무한도전은 조금 답답한 면이 없지 않았다. 그것은 뭔가 모르게 틀에 갇혀 있다는 느낌이었다. 그것을 알게 했다는 것이 어쩌면 오늘 뭐하지?의 최대 수확일지도 모를 일이다. 무도 11년. 가장 많이 쓰인 표현은 무도답다는 말일 것이다. 여전히 그것을 간단히 정리할 수는 없지만 오늘 뭐하지?에서 보인 우왕좌왕하면서도 결국은 웃게 만드는, 이제는 더 이상 쓰지 않는 ‘대한민국 평균이하’의 추억의 테두리 안에 있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이제는 모두 대한민국의 내놓으라는 유명인이 되었고, 그만큼 나이들도 많아졌다. 그럴수록 더 절실한 것이 무모한 도전으로부터 죽 이어온 그 허술함이 아닐까 싶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이 댓글을 비밀 댓글로

슈가맨 안수지. 히트곡 내고 도망친 이상한 사연

Posted by 탁발
2016.04.27 08:02 티비가요/예능
-->

‘워우워우워’로 시작하는 철이와 미애의 <너는 왜>는 한 시대를 풍미한 댄스곡이다. 그런가 하면 가수는 몰라도 한때는 나이트클럽에서, 세월이 지나서는 마트 등에서 마치 최신곡처럼 들리는 바나나걸의 <엉덩이> 또한 만만치 않은 댄스곡이라 할 수 있다. 슈가맨을 찾아서가 심혈을 기울인 댄스 100불 도전 특집에서는 이 두 곡과 잊혀졌던 이 노래들의 가수들을 만날 수 있었다.

 


우선 100불이라는 것은 10대부터 40대까지 각 세대별로 25명씩 구성된 방청객들이 모두 아는 노래라는 표시로 불이 켜지는 것을 의미한다. 그만큼 세대를 막론하고 누구나 알만한 노래라는 것인데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철이와 미애의 <너는 왜>는 24년 그리고 바나나걸의 <엉덩이>는 10년 전 노래들로 10대나 20대는 알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의외로 두 곡 모두 100불에 성공했다.

 

그러나 100불의 성공여부는 이번 특집에 담긴 스토리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었다. 우선 <너는 왜>라는 히트곡 한 곡만 남기고 홀연히 가요계에서 사라져버린 철이와 미애. 특히 미애의 스토리가 대단히 흥미로웠다. 당시에도 다른 여가수들과 상당히 다른 의상 콘셉트로 눈길을 끌었던 미애는 MBC 무용단 출신이었다. 당시 춤을 왜 그렇게 잘 췄는지 납득이 가는 대목이었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놀라운 것은 미애가 남긴 안무들이었다. DJ DOC를 대표하는 노래인 <런투유>의 그 유명한 안무를 만들었고, 김현정의 <멍> 안무 또한 그의 작품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런 훌륭한 솜씨를 가진 미애의 안무는 거기가 끝이었다. 공부를 하러 미국에 갔다가 결혼을 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한국 가요계와 멀어졌던 것이다. 그러지 않았더라면 얼마나 더 많은 히트 안무를 남겼을지 큰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는 없다.

 


그런가 하면 이름도 모르고 얼굴도 몰랐던 바나나걸 안수지의 등장은 미애에 대한 놀라움 그 이상이었다. 무대에 등장해서 부른 노래는 분명 익히 들었던 그 목소리가 맞는데 정작 본인은 처음 불러봤다는 것이다. 거기에는 또 놀라지 않을 수 없는 사연이 숨겨져 있었다. 안수지는 가사까지 본인이 직접 쓰고도 정작 녹음까지 다 해놓고는 잠적해버렸다고 한다.

 

그 노래를 작곡가가 또 신기하게도 당시 방송국 디제이를 하던 철이에게 가져왔고, 철이가 새롭게 리믹스한 버전이 우리가 알고 있는 바로 그 곡이었던 것이다. 실제로 바나나걸 아니 안수지가 불렀던 노래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보통은 자기 노래를 녹음까지 마쳤다면 어떻게든 활동을 하고, 인기를 얻으려고 필사적이어야 하는데 안수지는 뭔가에 홀린 듯 자기 노래로부터 도망을 쳤다는 것이다. 댄스곡에 대한 거부감이 컸다는 것이 이유였다. 

 


안수지가 가진 비밀은 더 있었다. 안수지는 자신이 방송 무대는 데뷔나 다름없다고 했다. 분명 그렇게 말을 했다. 그런데 그것은 가수로서 그렇다는 것이었다. 안수지는 아가라는 이름으로 방송 리포터를 해왔다. 그런가 하면 바나나걸 이전에는 아르바이트로 노래를 불렀던 경험이 있는데, 그 노래가 또 하필 드라마 <청춘의 덫> OST였다. 그뿐 아니었다. 바나나걸로부터 도망쳐 재즈가수로 활동할 때는 아가싱즈라는 이름이었고, 작사가로서는 수지 그리고 청춘의 덫 OST를 부른 이름은 지수였다. 엉덩이의 인지도에 편승해 살 수도 있었겠지만 안수지는 자기 히트곡을 두고 괜한 고생을 사서 해온 것이다. 

 

연예인이라는 것이 분명 좀 색다른 직업이어서 다양한 캐릭터가 존재하기 마련이지만 이번 슈가맨이 세상에 알린 안수지라는 가수는 단언 컨데 겹치는 캐릭터가 없는, 완전히 새롭고 이해하기 힘든 캐릭터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세상에 없는 연예인 캐릭터인 안수지를 찾아낸 것은 슈가맨이 써먹을 아이템이 한정적이라 생각했던 편견을 깨는 놀라운 한수였다.

 

철이와 미애를 정말 오랜만에 보는 것만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기획이었는데, 생각지도 못한 안수지라는 가수를 알게 된 것은 아주 기분 좋은 충격이었다. 그런 안수지의 노래를 요즘 관심을 끌고 있는 아이오아이가 부른 것도 상큼한 반전이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이 댓글을 비밀 댓글로

MBC연예대상이 선택한 김구라, 김영철. 비호감들의 역습?

Posted by 탁발
2015.12.30 03:14 티비가요/예능
-->


29일 열린 2015 MBC 연예대상의 하이라이트는 김구라를 비추었다. 예상한대로지만 많은 시청자에게는 기대한 것과는 다른(?) 결과일 수도 있다. 예상대로라면, 일단 김구라는 올해 MBC 신규예능의 중심에 서는 행운에 감사해야 할 것이다. 올해 MBC 예능의 최고 히트작이라 할 수 있는 복면가왕과 마리텔에 유일하게 고정 출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새로 시작된 능력자 역시 김구라가 중심에 있다.

 

거기에다가 주중 예능에서 유일하게 화제성만이라도 유지하고 있는 라디오스타 역시 김구라의 첫 번째 대상에 듬직한 지원군이 되어준 것은 분명하다. 반면 유재석은 놀러와 폐지 이후 무한도전 외에는 MBC 예능에서는 모습을 볼 수가 없었다. 그렇게 물량면에서 따져본다면 김구라의 대상은 당연하게 여겨질 수 있다.

 

그러나 복면가왕과 마리텔이 올해 MBC의 예능에 새바람을 일으킨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과연 김구라의 공헌이 대상을 견인할 정도로 컸는지도 사실 의문이다. 복면가왕의 키워드를 추려보자면 클레오파트라 김연우, 황금락카 루나 그리고 파일럿 때의 솔지가 상위에 놓일 것이다. 또한 마리텔하면 백주부 백종원과 종이아저씨 김영만이고, 김구라보다는 모르모트 피디와 기미상궁 작가가 더 인상적인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과연 지금까지 유재석이 대상을 수상할 때 프로그램 숫자로 그 자격이 주어졌는지는 다시 생각해볼 문제일 것이다. 또한 올해의 예능을 뽑는 시청자 투표에서 무려 67%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은 것이 갖는 의미도 함께 생각할 필요 역시 있을 것이다. 물론 대상은 결코 인기상이 아니고, 그래서도 안 될 것이다. 그렇지만 과연 대상의 자격은 무엇인지 그 심사기준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이 없다는 사실이 새삼 의아해지기도 한다.

 

한편 대상 이전에 발표된 버라이어티 부분 최우수상에 김영철과 하하가 그 주인공이 되었다. 김영철 역시 진짜사나이2와 나 혼자 산다에 고정 출연하고 있으며, 무한도전 등에 단골 게스트로 출연하는 등 분명 올 한 해 MBC 예능 공헌도가 컸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무한도전에 출연해 히트시킨 유행어 “힘을 내요 슈퍼파워”의 파급력을 생각한다면 다른 어떤 수상자들보다 더 확실한 공로를 세웠다고 해야 할 것이다.

 

이렇듯 김구라와 김영철에게 대상과 최우수상이라는 최고의 영예를 안긴 데에는 MBC의 속내와 기대를 읽을 수 있다. 유재석은 다작을 하지 않는다. 현재로서는 지상파 중에서 1개 이상을 하는 곳은 SBS가 유일하다. 놀러와 폐지 과정이 결코 순탄하지 않았던 MBC로서는 당분간 무한도전 외에는 유재석과 함께 할 가능성이 적다는 계산이 작용했을 지도 모를 일이다.

 


MBC로서는 아쉽겠지만 그럼에도 예능은 계속 해야 하고, 그렇다면 유재석과 비교할 수는 없어도 그나마 올해 MBC 예능 안에서 가장 효율성을 보인 두 사람에게 투자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결과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두 사람의 수상소감에 공통적으로 비호감, 시청자가 동의하지 않는 등의 부정적인 말들이 들어갔다는 것이다. 김구라, 김영철이 진정 대안이 되어줄 수 있을 지에 우려가 깃드는 대목이었다.

 

김영철은 두말할 것 없이 김구라 역시도 호불호가 갈리는 비호감류의 예능인이라고 할 수 있다. 요즘에는 과거보다 많이 누그러졌다고는 하지만 근본적으로 김구라가 가진 공격적인 방식은 여전하다. 그렇지만 결국 김구라는 자신의 방식으로 첫 연예대상의 자리에 올랐다. 개인적으로 과거 위안부 발언으로 인해 방송을 떠난 적도 있었고, 아내와 이혼하는 일도 겪었지만 이렇게 연예대상을 받는 반전을 일궈냈다. 

 

김구라는 많은 악재를 극복하고 결국 대상에 오른 그의 의지와 노력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김영철도 어쨌든 비호감이라는 평가를 받으면서도 자신의 방식을 고수한 끝에 최우수상이라는 성과를 얻었다. 둘만을 놓고 본다면 올해 MBC 연예대상은 한마디로 비호감의 역습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그 역습의 효과가 얼마나 먹힐지가 2016년의 MBC 예능의 화두가 될 것 같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이 댓글을 비밀 댓글로

잉여들의 히치하이킹. 캐릭터 오용이 가져온 참담한 결과

Posted by 탁발
2015.09.30 04:18 티비가요/예능
-->

 

노홍철의 복귀작으로 관심을 모았던 잉여들의 히치하이킹 2부작은 기대와는 달리 공감 얻기에 실패했다. 당연히 시청률도 저조했다. 20일간 노숙과 히치하이킹을 밥 먹듯 한 개고생의 결과치고는 너무도 참담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물의를 일으킨 많은 연예인들의 복귀와는 달리 노홍철은 꽤 많은 지지층을 갖고 있었음에도 의외의 결과가 나온 것이다.

 

결과와 상관없이 2부로 편성된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은 내용은 나쁘지 않았다. 관찰예능이 대세를 장악한 후 다소 밋밋해진 예능에 다시 빡센 리얼리티의 기합을 불어넣는 기분이 들게 했다. 그럴 만큼 다섯 명의 출연자들의 20일간의 유럽여행은 개고생의 진수를 보였다. 심지어 피디까지도 함께 노숙을 하는 열의를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패한 예능이 되고 말았다.

 

도대체 무엇이 잘못이었을까? 그 이유는 잉여라는 단어의 오용에서 찾을 수 있다. 잉여가 아니라 미생이라는 캐릭터로 갔다면 좀 더 나은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었을 것이다. 아무리 좋게 봐도 잉여들의 히치하이킹 출연자들 특히 노홍철을 잉여라고 인정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노홍철은 이번 여행을 시작하기 전 유재석이 새로이 둥지를 틀은 기획사와 전격 계약을 맺었다.

 

 

계약 전이라면 또 몰라도 버젓이 유재석이 속한 기획사와 계약까지 맺은 주목받는 연예인을 잉여라고 부른다면 과연 누가 또 잉여가 아닐 수 있을지 의문일 수밖에 없다. 그밖에 다른 출연자들도 딱히 잉여라고 보기에는 애매했다. 결국 잉여가 아닌 이들에게 잉여라는 캐릭터를 준 것부터가 잘못 꿰여진 단추였다.

 

두 번째로는 맹목적 개고생에 있다고 할 것이다. 이것 역시 노홍철에 주목하게 된다. 이 예능을 기다린 사람들은 노홍철을 보고 싶었을 것이며 동시에 노홍철의 복귀에 대한 변명을 원했을 것이다. 그러나 1,2부 동안 노홍철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사과도 없었고, 반성도 없었다. 사실 했어도 다소 어색한 부분이 없지 않았겠지만 그래도 하고 어색한 것이 하지 않아서 실망스러운 것보다는 나았을 것이다.

 

노홍철의 심정 토로는 그렇다 할지라도 출연자들의 내면의 변화를 담지 못했다는 것이 문제였다. 20일간의 일정을 2부에 담으려고 했다는 것이 그럴 수밖에는 없었다고 생각되지만 기술적으로도 문제가 있었다. 예산문제였는지 아니면 의도였는지는 몰라도 이번 여행에는 스태프가 적어 보였다.

 

 

자연 출연자들이 자주 카메라를 들고 서로를 촬영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특히 이견 충돌로 심각해진 상황까지도 카메라를 들었다. 카메라를 들고 있다는 것은 아무리 방송에 익숙한 노홍철이라고 해도 완전히 진솔해지기 힘든 상황이다. 하물며 방송에 익숙지 않은 다른 이들의 논쟁이 치열해질 수는 없었던 것은 당연했다. 결과적으로 맹목적인 개고생이 돼버렸다는 인상을 주고 말았다.

 

뭔가를 남길 생각이 있었다면 20일간의 여정을 단 2부작으로 끝내지는 않았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 예능은 그저 노홍철의 복귀를 위한 구실에 불과했던 것이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터무니없는 여행조건에도 출연자들은 노숙과 히치하이킹 그리고 굶주림을 견디며 무모하지만 낭만적인 여행의 그림을 충족시켜주었다. 그래서 더욱 아쉽기만 하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이 댓글을 비밀 댓글로
  1. 제목을 어떻게 짓는냐에 따라서 내용을 어떤 관점으로 보게 되는지를 알게 해준 프로그램입니다.
    그나마 잉여로써 본분(부정적 사고)을 지키고 중심을 잡아 줄 수 있었던 동욱의 의견은
    매번 패기와 자신감으로 가득찬 나머지 멤버들에게 묻혀 버리고 말아서 안타까웠습니다.
    하지만 그 동욱이라는 캐릭터도 서울대생이라는 큰보험을 가지고 있기에 배신감이 들었죠.
    차라리 제목을 '이 돈에 유럽여행!!! '...따위로 지었다면 다른 관점에서 재미있게 볼 수 있었을텐데 아깝네요.
    • 공감합니다. 특히 제목 부분에...
      그저 지독한 배낭여행 정도로 콘셉트를 잡았어도 충분했을 것을
      괜한 욕심으로 프로그램을 망쳤네요.
      그런데 과연 이 프로그램이 나중을 기약했을지에 대한 의문이 드는 것이 더 찝찝한 뒷맛입니다. 왠지 그런 의심이 생깁니다.

무한도전 외화더빙. 또 하나의 추억 선물

Posted by 탁발
2015.09.27 04:52 티비가요/무한도전
-->

 

무한도전이 추석을 맞아 또 기발한 아이디어를 냈다. 과어 이산특집과 많이 비슷하지만 분명 아이디어뱅크다운 탁월한 기획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바로 외화더빙이다. 추석이면 여지없이 편성되는 특선영화들이 있다. 그러나 요즘 명절 특선 영화들에는 다른 점이 있다. 바로 과거와 달리 우리말 더빙이 사라지고 대신 자막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한때 이를 두고 논란이 오갔지만 결국 자막이 승리했다.

 

근본적으로 외화는 자막으로 보는 것이 더 좋기는 하다. 원작의 배우들이 감정을 그대로 감상한다는 점에서 특히 그렇다. 반면에 단점도 전혀 없지는 않다. 자막으로 인해 화면의 디테일을 자주 놓치게 된다는 점이다. 그러나 그래도 더빙을 하게 된다면 그것은 분명히 성우들이 해야 할 것이다.

 

무한도전이 추석을 맞아 시도한 외화더빙을 통해서 그 사실이 좀 더 분명해졌다고 할 수 있다. 그것은 성우들의 밥그릇을 챙겨주자는 의미가 아니다. 무한도전 멤버들 중에서 오디션을 통해 캐스팅을 했고, 그 결과 주인공 댄에 하하, 데이브에 유재석이 선택됐고, 의외로 잘한다는 칭찬을 받기는 했지만 그 연습과정을 통해서 분명히 알 수 있었던 것은 전문성의 차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한도전 멤버들은 애니메이션 주연 더빙 경험들을 갖고 있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아는 맛이 무서운 것처럼 아는 목소리가 상업성이 더욱 큰 때문이다. 결국 티비에서, 영화에서 성우들은 이래저래 설자리를 잃게 된 것이다. 그나마 게임 산업의 발전으로 새로운 시장을 확보할 수 있었지만 그것이 더빙을 잃은 것을 완전히 상쇄할 정도인지는 알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다시 티비영화를 더빙으로 되돌리자는 것은 아니다. 단지 멋진 성우들의 기량을 접할 기회가 줄어든 변화가 문득 아쉽다는 것이다. 더 아쉬운 것은 그런 사실조차 잊고 있었다는 것이다. 분명 무한도전이 이번 외화더빙에 도전한 것도 그런 잃어버린 추억의 한 구석을 채워보자는 취지였을 것이다.

 

같은 추억이라고 할지라도 외화더빙은 토토가처럼 강력한 신드롬을 야기할 정도는 아닐 것이다. 그렇지만 대박이 아닐지라도 망각으로부터 추억을 끌어낼 가치는 충분하다. 세태가 변화하면서 사라진 많은 것들이 있다. 그런 것들을 무한도전이라는 공간에 진열함으로서 적어도 기록을 남기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믿는다.

 

 

물론 그것만 따진다면 무한도전은 예능이 아니라 다큐가 될 것이다. 이번 무한도전의 외화더빙은 하하와 유재석이 주제를 만족시킬 음색과 연기력을 뽐냈다면 웃음은 예기치 않은 곳에서 터졌다. 티비 역사상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발연기와 책읽기 신공을 보인 광희가 멤버들을 들었다 놓을 정도로 웃겼다.

 

물론 멤버들이 그렇게 웃을 때 시청자도 함께 유쾌했을지는 사실 의문이 들지만 어쨌든 외화더빙은 의미와 재미가 언제나처럼 잘 조화를 이뤘다. 결과는 실제로 영화가 방영되어야 확인할 수 있겠지만 분명한 것은 과거 이산에 멤버들이 보조 출연했던 때처럼 명절 영화로써는 유례가 없는 높은 시청률을 보일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많은 부분에서 이산특집과 비슷한 전개를 보인 영화 더빙의 결과가 어떻게 될지도 또 하나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번 외화더빙이 이산특집보다 더 재미있었다고는 하지 못하겠지만 대신 추억이 더해졌으니 이번 추석선물로는 손색이 없을 것이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이 댓글을 비밀 댓글로

슈가맨을 찾아서. 공감을 얻지 못한 추억찾기

Posted by 탁발
2015.08.20 04:16 티비가요/예능
-->

 

국민엠씨 유재석의 첫 종편나들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끌었던 JTBC의 파일럿 예능 ‘슈가맨을 찾아서’가 마침내 모습을 드러냈다. 유재석과 유희열 투톱의 예능을 본다는 것이 흥미를 넘어 흥분까지 느껴질 지경이었는데 막상 예능으로써의 성공 가능성은 그리 높아보이지는 않는다.

 

슈가맨을 찾아서는 노골적이지는 않지만 결국은 무한도전이 만들어낸 토토가의 유산을 이어가려는 의도로 보인다. 그렇지만 요즘 핫한 EXID의 하니와 걸스데이의 소진에게 슈가맨들의 과거 히트곡을 재해석한 무대를 만들게 한 것은 이 프로그램의 기승전결을 위해서는 필연적이라고 할 수 있었겠지만 결과적으로는 토토가가 만들어낸 역주행의 기적에는 근접하기는 무리로 보였다.

 

역주행의 신화를 일군 EXID의 하니가 상징적으로 파일럿 첫 회에 출연하기는 했지만 역시나 역주행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EXID 하니와 걸스데이 소진의 무대도 다소 실망스러웠다. 딱히 원곡보다 나아졌다고 보기도 힘들었고, 역주행을 노린 것치고는 재해석된 곡 자체도 그렇고, 백댄서라든지 무대 장치 등이 시청자의 감탄을 자아낼 정도는 아니었다.

 

 

다음 주에도 AOA 지민과 인피니트 성규가 쇼맨으로 출연하는데, 슈가맨의 노래를 재탄생시키는 역할을 아이돌 일색으로 구성한 것은 조금 쉬운 선택이지 않았나 싶다. 왜 슈가맨의 재해석이 꼭 아이돌이고, 댄스여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꼭 역주행까지는 되지 않더라도 적어도 재해석이라는 말에 수긍할 수 있어야 했는데, 클라이막스가 되어야 할 쇼맨들의 무대는 강렬한 인상을 주지 못했다.

 

무엇보다 시청자에게 왜 슈가맨을 찾아야 하는지에 대한 공감을 얻기가 쉽지 않아 보였다. 슈가맨들이 이제라도 시청자로 하여금 깜짝 놀라 추억에 사무칠 정도의 대상이거나 아니면 쇼맨의 재해석 무대가 너무도 훌륭해서 새삼 슈가맨의 존재를 재인식할 수 있어야 했지만 그 둘 중 어느 것도 충분치는 않았다.

 

92년과 93년에 뜨겁게 활동했다가 갑자기 사라진 김준선과 박준희. 방송과 함께 검색어를 장악하기는 했지만 그들의 등장에 환호하기에는 너무 낯설었다. 추억이라고 무조건 아련한 것은 아니다. 하물며 그들에 대한 추억이 많지 않을 시청자에게 슈가맨으로 등장한 김준선과 박준희에 열광하기를 바랄 수는 없는 것이다.

 

 

그렇지만 기대한대로 유재석과 유희열의 호흡은 아주 잘 맞았다. 그 부분을 의심한 사람은 아마도 없었을 것이다. 또한 각 팀의 구성도 일단은 신선했다. 유재석 팀의 작사가 김이나, 유재석 팀의 채정안 등은 보통의 예능에서 발탁하기 힘든 새로운 발상이었다. 다만 부팀장이라는 이름값에 맞는 활약을 해주지는 못했다. 그러나 정규 프로그램이라면 얼마든지 발전 가능성을 가진 매치였다. 아직은 파일럿이라 그 성장을 볼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것이 함정이다.

 

많은 것들이 부족해 보이는 아쉬운 결과에도 불구하고 유재석과 유희열의 투유 예능은 가능성을 넘어 확신에 가까운 호흡을 보였다. 결국 슈가맨 찾기에는 실패했지만 투유 커플을 확인하게 한 성과는 그 실패보다 값진 성과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좀 더 다듬어진 아이템으로 다시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이 댓글을 비밀 댓글로
  1. 안녕하세요..
    '슈가맨을 찾아서'의 제작진의 제작의도을 보며는
    '서칭 포 슈가맨'하고,
    톰 행크스의 '댓 씽 유두' [ 톰 행크스의 감독 데뷔작]하고
    헷갈린게 아닐까라는 의심이 드네요...
    아니면 단지 백종원_'슈가보이'의 인기을 이용한 '미투 제목'...
    '서칭 포 슈가맨'은 시대 정신(남아공의 인종차별정책)과
    개인의 불행(멕시코 이민자의 차별)이 [COLD FACT]라는 앨범으로 만나서 기적이 일어난 경우인데,
    단지, '원히트 원더'를 찾는다면,

    투유 프로젝트-'댓 씽 유 두'가 더 어울리지 않나요.....
    • 제가 두 영화를 보지 못해서 뭐라 답변하기는 어렵지만 진순정님이 말한 내용이 다르다면 제목을 정하는 것부터가 문제가 있네요. 아마도 프로그램 타이틀로 하기에는 전자가 더 단순하면서도 임팩트가 있기 때문이겠지만..좀 그렇군요.

무한도전. 무모한 도전이 보고 싶다는 말의 뭉클한 의미

Posted by 탁발
2015.05.03 02:07 티비가요/무한도전
-->

 

근래에 들어서는 과거에 없던 문화들이 많이 생겨났다. 그중 하나면서도 가장 일반적인 것이 기념일 챙기기가 아닐까 싶다. 옛날만 해도 기념일은커녕 생일도 모르고 지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얼마나 오래 됐다 싶어 돌아보면 불과 10년 혹은 길어야 20년 정도의 변화라는 사실에 놀라게 된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팬 혹은 시청자라는 범주로는 그들을 사랑하는 이들을 한정시킬 수 없는 국민예능 무한도전의 10주년이라면 지금껏 해왔던 어떤 기념보다 더 화려하게 해도 좋았을 것이다.

 

그러나 무한도전 김태호 PD가 이 10주년을 맞아 시청자에게, 그리고 자기 자신이 보고 싶었던 것은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의 바로 그 모습. 바로 무모한 도전이었다. 무한도전하면 재미와 의미의 황금비율이다. 늘 재미있지만 뭔가 사회에 의미 있는 화두가 필요할 때에는 예능임에도 주저 않고 촌철살인의 풍자로 시청자들의 막힌 속을 뚫어주었던 무한도전이었다. 비록 인천에 인접한 작은 섬에서의 조촐한 촬영이었지만 무한도전의 본능인 재미와 의미는 조금의 부족함 없이 만들어냈다.

 

 

시청자가 뽑은 다시 보고 싶은 특집이 무인도가 아니었으면 어땠을까 싶을 정도로 무한도전 멤버들은 서해안의 작은 섬에서 그들이 가진 10년의 내공을 유감없이 발휘해주었다. 물론 거기에는 촬영용 드론을 활용하는 등 멤버들이 마음껏 활약할 수 있도록 완벽하게 짜놓은 구성의 덕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마지막에 멤버들을 배에 태우면서 여러분들의 무모한 도전을 다시 한 번 보고 싶었습니다라고 할 때에는 반전 같은 감동이 화면 밖까지 전해졌다.

 

김태호 PD의 이 말 한마디의 힘은 참 커보였다. 그것은 초심이라는 말과 같으면서도 더 절실한 마음을 반영한 말이었다. 그런 PD의 말에 인간 맹글어주셔서 고맙습니다라고 넙죽 절을 하는 유재석의 역시나 겸손한 모습 또한 웃음의 끝을 추스르기에는 더할 나위 없는 모습이었다. 다시 10. 미리 생각하면 상당히 긴 세월이다. 그리고 그때쯤에도 무한도전이 계속되고 있다면 멤버들의 나이는 50대가 된다.

 

딱히 10년 후가 아니더라도 지금 당장 무한도전은 그 옛날의 무모한 도전 때와 같을 수가 없다. 김태호 PD가 다시 한 번 보고 싶다는 의미는 그때로 돌아가자는 의미가 아니라 그때로 돌아갈 수 없고, 그 근처까지 가기도 점점 더 힘들어질 것이라는 다소 슬픈 현실 인식 때문일지도 모를 일이다. 거기까지 생각하면 왠지 슬퍼지기까지 한다.

 

 

그러나 무한도전은 꼭 다시 10년을 다 채우지 못하더라도 하는 동안은 지난 10년을 그랬던 것처럼 최선을 다해, 꼭 웃음이 아니더라도 다른 무엇인가의 의미로 주말 저녁을 든든히 책임져줄 것이다. 지난 10년을 통해 확인했고, 10년이 보장하는 미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분명 무도 10주년을 맞으면서 다시 보고 싶은 명작들이 있을 수밖에 없지만 그런 만큼 앞으로 보여줄, 아직 보지 못한 이들의 다른 웃음을 기대하게 된다.

 

이번 10주년을 맞아 시끌벅적한 기념행사 대신 무인도의 황량한 조건을 선택한 무한도전의 역발상에서 그 기대가 단지 기대가 아님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것은 비단 김태호 PD를 비롯한 제작진만이 아니라 이심전심 멤버들의 변화들에도 말이 아닌 몸짓으로 전달되었다. 만조에 엉성한 스티로폼 뗏목으로 무인도를 탈출하려 했던 멤버들의 단순한 반응은 무모한 다시 말해서 이제는 추억이 된 대한민국 평균이하의 리액션이었다. 무인도로 향할 때 멤버들이 미리 짐작할 수도 있었겠지만 어쨌든 그들은 초심보다 더 복잡한 마음가짐을 이 뜻깊은 10주년을 맞아 찾은 것 같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이 댓글을 비밀 댓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