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을 걷는 선비 이준기. 주연이란 이름의 무게 아는 배우

Posted by 탁발
2015.07.09 03:15 티비가요/드라마
-->

 

요즘 드라마가 예전 같지 않게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사람들이 다른 여가를 즐기는 것 같지도 않은데 드라마를 외면하고 있다. 아마도 대중의 취향과 높아진 수준을 드라마 제작이 따라잡지 못한 데서 이유를 찾아야 할 것이다. 그런 가운데 따로 취향을 돌리지 못하는 드라마 마니아들은 새로운 드라마가 시작될 때마다 명작을 학수고대하지만 결국 또 실망하는 악순환이 계속 되고 있다.

 

그런 지독한 드라마 침체 속에 주연 배우들의 무게감이 많이 떨어진 것도 감지된다. 드라마가 기승전결을 온전히 갖추지 못하더라도 때로는 주연배우의 연기와 존재감만으로도 기본은 하는 경우가 있는데, 근래의 드라마들은 그나마도 없어 보인다. 그래도 드라마를 빼고는 티비를 말할 수 없다. 그래서 새로 시작하는 드라마마다 속는 셈치고 기대를 걸어보지만 대체로 첫 회에 실망을 하게 된다.

 

이준기의 드라마 밤을 걷는 선비가 시작됐다. 이준기의 연기를 좋아하지만 요즘 드라마들에 하도 속아서 기대 반에 우려가 반이 섞일 수밖에 없었다. 주요 배역의 캐스팅이 썩 마음에 차지 않은 것이 크다. 결국 이준기가 원톱으로 드라마 전체의 무게를 지탱하고 나갈 수밖에 없는 캐스팅 구조였다.

 

 

역시 첫 회는 이준기가 다 했다. 또한 이수혁 역시 크게 흠 잡을 데 없이 흡혈귀 연기를 소화해냈다. 이유비와 심창민에 대한 부분은 평가하기에는 너무도 분량이 적기도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우려가 더 큰 것은 사실이다. 이준기의 고군분투에 이들의 역할이 보태기가 될지 빼기가 될지가 지상파 첫 뱀파이어 드라마라는 시험의 성적서를 쓰게 할 것이다. 연기는 배우의 역량이지만 드라마는 그 연기들의 결합이기 때문이다.

 

그런 우려들을 접어둔다면 밤을 걷는 선비 첫 회는 이준기의, 이준기에 의한 완력으로 끌어감으로써 몰입도는 매우 높았다. 세상에 대충 연기하는 주연배우는 없겠지만 이준기의 연기는 항상 배역에 대한 해석 이전에 참 열심히 한다는 느낌을 시청자에게 전해준다. 어쩌면 이 드라마를 기다린 이유 전부가 될지도 모를 강한 믿음이자 기대치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이준기는 그런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이준기는 주연이라는 이름의 무게를 온몸으로 지는 배우다. 무엇보다 양익준에게 물려서 뱀파이어가 되고, 뱀파이어로서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사랑하는 여자의 피를 빨아야 하는 상황을 정말 절절하게 표현해냈다.

 

 

그 부분은 앞으로 이 드라마의 성패가 달린 중요한 장면들이었다. 히어로일수록 슬픈 배경이 있어야 더욱 정이 가기 마련이고, 말 그대로 핏빛 저주에 대한 몰입과 공감을 줄 수 있어야 이 낯선 실험이 성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뱀파이어 전설은 외래의 것이라 갓 쓰고 도포 쓴 조선을 배경으로 뱀파이어의 존재를 묘사한다는 것이 자칫하면 우스워질 수도 있지만 고통에 몸부림치는 이준기의 연기는 섬뜩한 슬픔으로 다가왔다.

 

그런 이준기의 설득력에 도움을 준 것은 김소은이었다. 자신의 목숨을 던져 정인을 구하려는 애틋함을 김소은이 잘 소화해냄으로써 이준기의 비극적 운명에 감정을 싣게 해주었다. 그래서 저렇게 죽고 끝나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는데, 다행스럽게도 120년 후 다른 역할로 등장하게 된다. 인물 설명에는 120년 전의 인연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지만 이수혁과의 관계에 어떤 복선으로 작용할 가능성은 매우 높아 보여 의외로 드라마 비중이 더 커질 수도 있을 것이다.

 

일단 밤을 걷는 선비는 몰입하기 쉽지 않은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첫 회에 보인 이준기의 열연으로 오랜만에 기대를 갖게 하는데 성공했다. 이 익숙하면서도 요즘으로서는 낯선 흥분이 끝날 때까지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이 댓글을 비밀 댓글로

조선총잡이. 옥에 티를 극복한 노련함과 아름다운 연기

Posted by 탁발
2014.09.05 07:17 티비가요/드라마
-->



 

한국 드라마치고 결말이 깔끔했던 기억은 매우 드물다. 조선총잡이 역시 결말에 취약한 한국 드라마의 문제점을 그대로 노출한 채 종영을 맞았다. 임오군란부터 갑신정변까지 그린 후반부가 역사의 스포일러대로 실패로 끝나고 이준기와 남상미는 소중한 사람들을 잃은 채 서울을 떠나야만 했다. 그 와중에 끈질긴 악연이었던 유오성과의 마지막 담판을 잊지는 않았다. 물론 만족스럽다고 할 수는 없는 결과였다.

 

우선 유오성과의 마지막 처리가 무성의하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처음부터 이 드라마는 이준기와 유오성의 지루할 정도로 풀리지 않는 악연으로 유지되었다. 심지어 총에 맞고도 다시 살아나는 끈질긴 인연이었다. 그런데 그 매듭을 짓는 것이 서부영화의 결투방식이었다는 것이 도통 이해가 되지 않으며 또한 자결로 죽는다는 것은 더욱 그렇다.

 


그 방식의 끝내기에 유오성이 동의한 것까지는 그렇다고 치자. 그 상황에서 다리와 팔에 총상을 입은 유오성에게 이준기는 죽이지 않겠다며 등을 돌린다. 그러자 유오성은 품에서 작은 권총을 꺼내 이준기가 아닌 자신의 관자놀이를 겨냥하고, 자살을 선택했다는 점이 도저히 이 납득할 수 없는 것이다. 그 자살은 악인의 방식이 아니지 않은가.

 

설혹 자살을 원했더라도 그 권총으로 이준기를 향해 어설프게 쏴서 이에 오해한 이준기가 마지막을 끝내는 방식이 보통의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이 오히려 악인 유오성의 최후에 대한 예의를 갖춘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끝내 이준기를 향해 총 한 발 쏴보지 못한 채의 자결은 너무 대충 한 것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허술했고 그렇기 때문에 허무했던 악인 최원신의 죽음이었다.

 


그렇게 최원신과의 오랜 악연을 끊게 된 박윤강과 수인의 모습을 드러낸 것은 몇 년 후라는 자막과 함께 산채에서였다. 특별한 언급은 없었지만 마지막에 박윤강이 고부군수 조병갑을 치러간다는 말에는 이것이 동학의 산채라는 말로 해석할 수밖에 없었다. 말이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갑신정변의 실패를 겪은 박윤강이 위로의 개혁을 포기하고 아래로부터의 혁명을 도모한다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변화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장면이 오히려 최원신의 최후보다 더 허무했다. 물론 갑신정변의 실패를 통해 위로부터의 개혁에 염증과 한계를 느낀 박윤강과 수인이 끝내 혁명을 포기하지 않고 아래로부터의 개혁을 선택했다는 미래지향적 에필로그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허무한 생각이 들었던 것은 차라리 처음부터 갑신정변을 향해 달려가지 않고, 동학부터 시작했더라면 좀 더 신나지 않았을까 싶었던 때문이다.

 


아무튼 크게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나름 기대를 갖고 보았던 드라마의 결말이 허망해질 때는 늘 그렇듯이 우울해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런 허탈함 속에서 유일하게 웃을 수 있는 장면이 있었다. 웃겨서가 아니라 흐믓해서고, 아름다워서였다. 최원신의 총에 맞고 쫓기던 중 박윤강은 동굴로 몸을 피해 수인의 총상을 치료해야 했다. 바로 그 장면이었다. 그런데 마지막 회를 찍느라 정신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부상부위가 갑자기 바뀐 것은 좀 심했다. 총을 맞을 때의 부위는 분명 팔뚝이었는데, 치료할 때는 어깨 아래쪽이었다.

 

이 옥에 티가 더 아쉬운 것은 남상미가 상반신 노출과 키스신으로 이어지기에 더욱 아쉬웠다. 노출이나 키스신을 끔찍하게 반대하는 고루한 성격이라서가 아니라 그것이 상황과 잘 맞지 않기 때문이다. 도망치느라 바쁘고, 약도 없이 총상을 치료하는 상황에 진한 키스는 분명 맞지 않는 요구다. 많이 부족하고 허망한 결말을 가리려는 얄팍한 수가 아닌가 싶은 생각이 절로 들어 불쾌감마저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문득 추노의 언년이 노출 논란이 떠올려지기도 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다소 억지스러운 상황에도 두 사람이 연기가 참 처연하고도 아름다웠다는 것이었다.

 


또한 이준기와 남상미는 서로 번갈아가며 분위기를 깰 수 있는 불필요한 노출을 막는 노력을 보였다. 물론 자연스러웠다. 이준기는 마치 백허그를 하는 것처럼 뒤에서 감싸 안으며 남상미의 상반신을 최대한 가려주었고, 또 다른 장면에서는 남상미 스스로 손을 가슴께에 올려서 민망한 장면을 피했다. 작가의 용렬함을 배우들의 기지로 이겨낸 것이라고 칭찬하고 싶다. 이들의 기지가 아니었다면 가뜩이나 허망한 결말에 민폐 노출의 비난까지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이 댓글을 비밀 댓글로
  1. 개인적으로 이 드라마는 전개가 좀 아쉽더군요 ㅋ
    • 2014.09.05 08:30
    비밀댓글입니다
    • 괜찮아 사랑이야가 노희경 드라마인데도 불구하고 이번에는 매력적이지 않아서...안 보게 되더군요. 추석 잘 보내시길...
  2. 저도 이장면에서 저 상황에서 키스가 말이 되냐 생각했습니다.

조선총잡이 이준기의 일지매 본능. 복수에서 항일로

Posted by 탁발
2014.08.22 07:51 티비가요/드라마
-->


 

조선총잡이 17회에서의 고종은 그저 왕권을 위해 신의를 저버린 인물로 그려졌다. 물론 그럴 개연성을 충분하다. 왕에게 왕권이라는 것은 자식보다도 먼저인 것이다. 당연히 세상 누구와도 나눌 수 없기에 그 왕권에 대한 위협이나 도전은 자식이라도 용서치 않는 모습을 보이고 만다. 소현세자, 사도세자 등의 죽음이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 그러니 신하와의 신의를 저버렸다고 해서 놀랄 일은 아닐 지도 모른다.

 

고종은 최원신(유오성)과 박윤강(이준기)에게 화해를 권하다가 윤강이 완강히 거부하자 어명이라고 강요하기에 이른다. 고종 역의 이민우는 애써 슬픈 눈빛을 더했지만 그랬다고 고종의 모습을 지울 수는 없었다. 고종은 전제왕권에 집착해 위로부터의 개혁인 갑신정변과 아래로부터의 개혁은 동학혁명 모두를 무력으로 진압해 결국 패망의 군주가 된 인물이고, 허구로 꾸며진 장면이었지만 최원신과 박윤강을 화해시키려는 이유가 오직 왕권뿐인 이기적인 모습을 상징적으로 그려냈다.

 


그런 배경 속에서 박윤강은 여전히 입으로는 원수 최원신에 대한 복수를 말하고 있지만 실제로 하는 일은 복수가 아닌 다른 것이었다. 최원신과 야마모토가 추진하는 곡물수출을 막아내는 것이다. 그러자니 자연 현재의 자신이 있게 한 야마모토와의 전면충돌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결국 박윤강은 최원신의 창고와 배를 습격해 일본으로 보내려고 모아둔 쌀을 굶주린 백성들에게 풀어주었다.

 

복수보다 더 짜릿한 순간이었으며 이준기하면 떠오르는 일지매의 모습이 오버랩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박윤강을 사적인 복수에서 탈피시킨 이 사건은 조선총잡이의 결말을 좀 더 큰 그림으로 그릴 수 있는 길을 열어둔 의미도 있다. 박윤강이 싸워야 할 대상이 일본으로까지 확장된 것이다. 조선총잡이 2회 연장은 어쩌면 역효과의 부분이 크게 다가왔었지만 이런 결말로의 반전을 위한 것이라면 이해해줄 만 하다.

 

사실 이준기의 드라마를 꼭 챙겨보는 이유 중 큰 하나는 정의로움에 있음을 새삼스럽게 기억하게 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일지매로부터 줄곧 그랬고, 조선총잡이에 와서도 그 모습을 결국 찾아냈다. 사실 아버지의 원수를 갚는다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그렇지만 나라가 위급한 상황이라면 복수에만 매달리는 모습은 썩 달갑지는 않다. 그렇게 아버지의 원수를 갚는 것으로 끝내기에는 이 드라마는 너무도 무거운 역사를 배경으로 하고 있었다.

 


또한 연애도 마찬가지다. 개인적으로 2013년의 수많은 말들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배성재 아나운서의 나라가 이 꼴인데 무슨 연애였다. 박윤강에게도 똑같은 상황이다. 아버지의 원수도, 아름다운 연애도 박윤강이 선 땅에서는 참 힘든 일이다. 그렇기에 아버지의 복수에서 빠져나와 항일이라는 좀 더 큰 싸움에 발을 들인 박윤강에게 또 다른 아픔이 기다리고 있다.

 

김옥균은 수인에게 궁녀가 되어 궁궐의 정보를 전해주기를 바랐다. 당연히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 수인에게는 곤란한 부탁이다. 궁녀가 된다는 것은 사랑을 포기해야 함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윤강 역시 반대하는 일이지만 중전 곁에 최원신의 딸 혜원이 변수가 될 것 같다. 수인이 궁녀가 되어 윤강과의 사랑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지는 것이 다소 작위적이라는 느낌을 줄 수도 있지만 역사의 격랑 속에 쓸려가는 상황이라면 무리도 아닌 일이다. 결국 이준기가 한 인터뷰에서 언급했던 결말의 분위기가 만들어지는 것 같다. 하긴 그 시대에 해피엔딩이 어색한 것도 사실이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이 댓글을 비밀 댓글로
  1. 하긴 그 시대에 해피엔딩이 어색한 것도 사실이라는 말이 가슴에 콕 박히네요.

조선총잡이. 비련에서 멀어진 혜원이 아깝다

Posted by 탁발
2014.08.07 08:00 티비가요/드라마
-->


윤강이 아버지의 원수 최원신을 죽일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것은 답답한 노릇이었지만 그럴 수밖에 없었던 사정도 있었다. 분명 최원신의 앞을 가로막은 딸 혜원의 말에 흔들린 것도 있지만 단지 최원신만 죽인다면 단순한 복수는 가능하겠지만 아버지 박진한이 뒤집어쓴 대역죄의 누명은 끝내 벗겨줄 수 없기에 윤강의 선택은 후련하지 못했지만 합당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윤강의 실수였다. 아니 실패였다.

 

죄를 부인하는 최원신의 말을 뒤집을 증인들을 확보하고 왕의 친국에 만반의 준비를 다했다고 생각했지만 이미 최원신에게 뇌물을 받은 민영익의 약점이 윤강의 치밀함보다 강력했다. 잡아들인 두 증인을 소위 죄수의 딜레마를 이용해 자백을 끌어내는 데까지는 성공했으나 결국 좌상 김병제의 협박에 무릎을 꿇은 민영익으로 인해 아버지 박진한의 복수도, 복권도 모두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헌데 그 과정에서 윤강을 사랑했던 혜원의 행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아버지 최원신에게는 윤강을 죽이면 자신도 잃게 되는 것이라고 단호한 모습이었던 혜원이었지만 결국 목숨이 걸린 일에는 윤강이 아닌 아버지를 택하고 만 것이었다. 그러기 전 윤강과 수인의 다정한 모습을 본 것이 은연중에 계기가 되었을 수도 있을 것이지만 그보다는 수인이 가진 사랑의 크기 차이일 것이다.

 

앞서 수인은 의금부에 아버지 정회령과 함께 끌려와서도 끝내 윤강을 보호하려고 했던 것과 비교되는 모습이다. 인륜과 효도라는 측면에서는 혜원이 옳겠지만 사랑과 정의라는 부분에서는 수인에게 무게가 옮겨진다. 어쨌든 혜원은 진실을 버림으로써 아버지를 지키고 대신 윤강을 잃었다. 그렇지만 내심 혜원이 혈육 대신 진실과 정의를 택하기를 바란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다.

 


그런 것이 윤강, 수인, 혜원의 삼각관계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결국 혜원이 더 아프고 외로운 여자가 되겠지만 그것이 혜원의 캐릭터를 살리기에 더욱 좋은 전개가 아니었을까 싶다. 그렇게 하고도 여전히 최원신을 비호하는 수구파의 세력은 막강하기에 얼마든지 최원신을 구명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작가는 그런 복잡한 전개보다는 김옥균의 등장에 더 무게를 둔 것으로 보인다. 3년 전 최원신의 총에 맞고 물에 빠진 윤강을 구해준 그 장본인이 다시금 등장시켜 반전을 도모한다는 계획을 읽을 수 있다.

 

드라마의 전개와 결말은 작가의 의중대로 갈 수밖에는 없겠지만 조금은 아쉬움감이 없지 않다. 그로써 혜원의 캐릭터가 발전할 기회를 잃었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차피 윤강과 최원신의 관계는 어느 한 쪽이 죽을 수밖에 없는 개인적, 정치적 관계에 놓여 있다. 그렇다면 결말부분에 결국 해피엔딩을 포기할 수 없는 구조라면 그 해피엔딩의 그림자에 혜원의 비련을 예상할 수 있었다. 잔인하긴 해도 더 극적인 구도가 가능했다.

 


물론 국문장에서 거짓으로 아비의 결백을 주장하고 돌아서면서 고통스러운 표정을 내비치는 표정 연기는 일품이었다. 짧은 순간 지났지만 결코 놓칠 수 없는 전혜빈이 혼신의 힘을 다한 내면연기를 보였다고 평가할 수 있지만 겨우 그 정도로는 사랑을 잃어버린 혜원의 아픔이 적당하지는 않을 것이다. 최원신에게 윤강을 해치면 자신도 죽을 것이라 말했던 그 결연한 모습을 기억하기 때문이다.

 

윤강을 배신하고, 진실을 저버린 혜원에게 이제 남은 선택은 많지 않다. 아버지 최원신과 동류의 인물이 되거나 아니면 속세를 등지는 정도이다. 그렇게 정리되기에는 그동안 혜원이 적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유지해왔던 존재감과 잘 어울리지 않는다. 또한 윤강과 수인의 사랑에 긴장감이 사라지는 것 역시 불만이다. 물론 작가로서 혜원이라는 캐릭터를 버리지 않고 발전시켜나갈 복안이 서있겠지만 지금 당장은 비련에서 멀어진 혜원의 캐릭터가 아깝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이 댓글을 비밀 댓글로

조선총잡이 남상미. 민폐와 거리두기에 성공한 여주인공

Posted by 탁발
2014.08.01 14:56 티비가요/드라마
-->


영화나 드라마나 여주인공은 자주 민폐에 빠진다. 그도 그럴 것이 그래야만 보는 이의 애간장을 끓게 하고 결국에는 남자 주인공의 희생과 영웅적 판타지를 그려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때로는 그 노림수도 실패하고 그냥 여주인공은 민폐로 남는 경우도 종종 보게 된다. 특히 사극이라는 배경에서 클리셰에 갇힌 여자 연기자들은 민폐를 벗기가 좀처럼 쉽지 않다. 게다가 사극톤이라는 특유의 연기 걸림돌 때문에라도 여자 연기자들은 힘들다.

 

그런데 조선총잡이에서는 그런 민폐의 공식이 없어 좋다. 그것을 상징하는 대사가 12회에 전혜빈에게서 나왔다. “조선의 여인네로 살 생각 없는 사람입니다라는 말이다. 관습과 통념으로부터 과감한 독립선언이나 다름없다.  비록 전혜빈이 역할을 작지만 그런 분량보다는 훨씬 강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급기야 이준기에게 직격탄으로 프러포즈를 하면서 남상미와의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케 하는 등 역할을 잘 수행해내고 있다.

 


그런 전혜빈의 지원을 받은 남상미는 그전부터 씩씩하게 중심을 잡아가고 있다. 우선 사극이 처음인 남상미는 우려를 보란 듯이 깨고 마치 체질인양 사극연기를 소화해내고 있다. 무엇보다 남상미 캐릭터가 잘 잡힌 것이 우선이겠지만 대본이 주어진다고 다 해내는 것은 아니기에 남상미의 사극 자세 잡기는 무척이나 만족스럽다.   아주 전통적이지도 않고 그렇다고 시대에 맞지 않게 지나치게 개방적이지도 않은 여성인 수인 캐릭터를 흠잡을 데 없이 소화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준기의 정체가 일본인 한조가 아니라 3년 동안 오매불망 잊지 못했던 정인 박윤강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오히려 그 사실을 가슴에 꼭 묻어두고 그림자처럼 돕는 모습은 감탄을 금치 못하게 한다. 그렇게 민폐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간만의 캐릭터 수인의 모습은 어느덧 남상미가 되어 있었다. 어찌 보면 현대극에서의 남상미와 크게 다른 것도 없어 보이는데 이상하게도 오히려 치마저고리 입은 남상미가 훨씬 자연스럽다. 어쩌면 너무 늦게 사극을 하지 않은 것 아닌가 싶을 지경이다.

 


이렇게 민폐와의 거리두기에 성공한 남상미는 이준기와의 연애에도 치명적인 애절함을 가져올 수 있었다. 동생 연하를 만나러 온 박윤강이 결국 수인에게 그 모습을 들키고 말았다. 예전에도 그랬지만 동생 연하는 두 사람을 이어주려는 마음이 넘쳐서 그만 모른 척하기로 한 약속을 잊고 그 자리에서 수인의 이름을 부르기까지 했다. 이제 박윤강이나 수인 모두 서로를 모른다고 할 도리가 없어졌다.

 

그러나 서로에 대해서 숨길 수 없다고 해서 상황이 달라진 것은 없다. 박윤강은 수인을 지키기 위해서 떠나라고 할 수밖에는 없다. 이때 수인은 아주 적절한 수위의 간절함과 단호함으로 윤강의 진심을 시험한다. 윤강은 이미 내친김이니 되돌릴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자 두말 않고 돌아서고는 마치 어린아이처럼 소리 내어 울며 윤강에서 멀어진다. 이 장면이 정말 절묘했다.

 


거기서 수인이 윤강의 팔이라도 잡고 매달렸다면 지금껏 유지해온 수인의 캐릭터다 무너지고 말았을 것이며, 아무 반전도 없었을 것이다. 돌아서고 싶지 않지만, 진심이 아니더라도 말을 그렇게 한다면 떠나겠다는 강기를 보인 것이 역시 수인다웠다. 그러자 당황스러운 것은 윤강이었다. 모두 없던 일로 하고 알콩달콩 사랑하자고는 차마 하지 않겠지만 그렇게 서럽게 울고 떠나는 정인을 그대로는 보낼 수 없던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윤강은 달려가 수인을 돌려세우고 아주 오랫동안 참았던 온 마음을 다해 가슴에 끌어안았다. 그 순간 하마터면 박수를 칠 뻔했다. 아니 박수를 쳐줘야 마땅했다. 그 흔한 키스도 없이, 노출도 없이 가슴을 화끈거리게 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이 댓글을 비밀 댓글로
  1. 공감가는 글입니다.
    준기님 팬이라서 요즘 유일하게 챙겨보는 드라마입니다.
    처음에 남상미 씨 캐스팅 되었다고 했을때 좀 반신반의 했거든요.
    전에 같이 드라마를 찍기는 했지만, 남상미 씨가 사극에 잘 어울릴까 싶기도 하고 살짝 걱정을 했어요.
    그런데 배역을 너무 잘 소화하셔서 놀랐습니다.
    작가의 힘도 있겠고, 배우들의 힘도 있겠지만 조선총잡이 드라마 잘 보고있습니다. ^^

조선총잡이. 극한의 사랑 그 처절함에 빠져들다

Posted by 탁발
2014.07.25 07:27 티비가요/드라마
-->


사랑은 사람을 어리석게 만든다. 심지어 그것이 불효가 될지라도 어쩔 도리가 없는 것이다. 모든 드라마가 시청자에게 사랑의 치명상을 주기를 노리지만 좀처럼 쉽지 않은 일이다. 헌데 조선총잡이라는 서부극스러운 제목의 드라마에서 간만에 가슴을 저미는 사랑을 겪고 있다. 이준기와 남상미. 그들의 처음은 시대적 배경이 조선이라는 사실을 잊었나 싶을 정도로 빠른 신세대의 사랑을 보였다.

 

그러나 풋풋한 사랑은 깊이 빠질 새도 없이 시대에 의해 이별을 강요당하고 말았다. 그리고 다시 만났으나 만난 것이 아니었다. 분명 그이가 맞은데 아니라고 하니 수인은 죽을 맛이다. 그러나 그렇게 답답한 편이 차라리 낫다. 윤강의 방에서 나침반을 발견하고, 연하의 탈출 이야기를 듣고는 왜 윤강이 하세가와 한조여야 하는지 어렴풋이 알게 된 후 수인은 더 아프다. 아는 것을 안다고 말하지 못하는 수인은 몰랐을 때보다 더 힘겹다.

 


그렇게만 둬도 윤강과 수인의 사랑은 가슴이 아파 죽을 지경인데 이들의 비극적 사랑을 더욱 처절하게 만든 사건이 일어났다. 윤강이 동생 연하를 구하기 위해 사용했던 연막탄의 소재가 추적되어 수인이 의금부에 붙잡혀가고 만 것이다. 그러나 이미 한조가 윤강임을 안 수인은 모진 고문에도 끝내 윤강을 지키려고 한다. 목숨을 걸고야 만 것이다. 그 모습이 딱 변학도의 수청을 거부한 열녀 춘향이었다. 그러자 한조 뒤에 숨어있던 윤강도 더는 참지 못하고 수인을 구하러 나설 수밖에 없었다

 

그러고 보니 윤강 역시 정체를 숨기고 남원땅을 밟은 이도령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이 비극적 상황을 단번에 역전시킨 주인공이 윤강 자신이 아니라 고종이라는 사실이 달랐지만 춘향전의 결말과 꼭 닮았다. 사실 우리 고전이라서가 아니라 춘향전은 정말 뛰어난 연애소설이 아니던가. 그것을 이토록 창의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칭찬할 일이다. 조선총잡이에서 발견한 춘향전 오마쥬는 대단히 기쁜 일이었다.

 


사실 이 모든 일들은 수인이 윤강의 방에서 나침반을 발견한 때부터 시작했었다. 복선일 거라고는 짐작했지만 이렇게까지 커질 거라고 미처 생각지 못했던 것은 방심이었다. 방심했기 때문에 더욱 놀랍고, 짜릿한 감동으로 이어질 수 있었으니 오히려 다행이었다. 그 과정에서 이준기와 남상미의 연기는 참 보는 이를 슬픔에 가둬버리는 명연기를 보였다. 특히 남상미의 연기는 인고와 희생의 고전적 여인상을 아주 잘 표현했다.

 

복선 이야기가 나온 김에 또 하나의 의심(?)스러운 전개가 이어졌다. 바로 윤강의 원수이자 숙적인 최원신(유오성)에게 생긴 변화다. 수구파의 핵심인 김좌영으로부터 모멸감을 받은 최원신은 살기를 품은 표정을 지었다. 당장은 권력에 맞서 싸우겠다는 각성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그 섬뜩한 표정은 어떤 불안한 미래를 암시하는 복선으로 읽어도 충분했다.

 


그러면서 떠오른 드라마 외적인 이야기가 있었다. 이준기는 인터뷰에서 결말 부분에 자신이 죽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다. 유오성의 심상치 않은 표정변화와 이준기의 인터뷰가 묘하게 얼기가 이어진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윤강이 비록 아버지의 원수를 갚지는 못하지만 그 과정에서 최원신이 수구파의 사냥개가 아닌 수구파를 잡는 사냥꾼으로 변신한다. 윤강은 또 다시 사랑하는 여자에게 아픔과 상처를 남기지만 그 아픈 결말이 이 드라마의 시대적 배경에 더 맞는 비장함을 줄 것 같다.

 

물론 이것은 스포일러도 아니고, 추측도 아닌 바람일 뿐이다. 이준기는 또한 인터뷰에서 자신을 극한으로 몰아가면서 희열을 얻는다는 말을 했다. 드라마의 주인공이 자신의 정신과 감정을 극한으로 끌어가면서 느낀 결말이라면 충분히 개연성을 갖춘 것이라고 할 수도 있다. 다만 이준기가 그렇게 말했다는 것은 자신도 결말을 모른다는 것이지만 이것이 작가와의 이심전심이 통한 것이라면 아주 치명적인 스포일러가 될 가능성도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을 것 같다. 과연 어떨지 결말까지 긴장해야 할 것이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이 댓글을 비밀 댓글로

조선총잡이 신 사랑법. 빠르게 아찔하게 안타깝게

Posted by 탁발
2014.07.04 07:22 티비가요/드라마
-->



이번 수목드라마에는 우연하게도 공통점이 하나 발견됐다. 다른 때와 달리 러브라인이 무척 빠르게 전개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제대로 알기도 전에 첫날밤을 보내버린 장혁과 장나라의 무개연성 베드신은 공감하기 어렵지만 이준기, 남상미의 러브라인은 적절한 선을 지키면서 짜릿하고도 안타까운 상황을 잘 엮어냈다. 양쪽 다 클리셰의 활용이었지만 폭주와 절제의 차이는 컸다.

 

어쨌든 박윤강(이준기)과 정수인(남상미)은 참 빠르게 사랑에 빠지고, 그 사랑을 채 나눌 새도 없이 비극에 빠져버렸다. 왕의 개혁에 반대하는데 그치지 않고 왕의 사람들을 하나씩 제거해가던 수구파들은 왕의 첨병 역할을 하는 이준기의 아버지 박진한(최재성)을 결국 죽였고, 그에게 역도의 누명을 씌웠다. 결국 딸 연하(김현수)는 노비로 전락하고 아들 윤강에게는 척살의 명이 내려졌다.

 

전날 불꽃놀이에 취해 두 선남선녀는 주저하지 않고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가볍고 달콤한 볼키스를 나눴을 때의 모습이 하도 의외로 빨랐지만 아름다워서 불안했고, 그 불안의 정체는 곧바로 밝혀졌다. 수인의 몸종과 산을 내려갔던 윤강의 동생 연하가 사라진 것이었다. 그것 자체로도 충분히 비극이었으나 오빠 박윤강에게는 일종의 데쟈뷰 같은 것이었다.

 


윤강의 어린시절 아버지를 노린 적들이 어머니를 납치해 결국 죽음에 이른 아픈 기억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기억 때문에라도 윤강은 어떻게든 동생을 직접 구하고자 했고, 그 뜻을 이루기는 했지만 대신 아버지를 잃을 수밖에 없었다. 애초에 아버지 박진한을 노린 술책이었기 때문이다. 아버지를 잃은 충격을 흔히 하늘이 무너진 것과 비교하는데, 그런 상황에도 윤강은 슬퍼하거나 분노할 여유도 주어지지 않았다.

 

곧바로 도망자 신세가 됐고, 수인의 도움으로 어렵사리 도성을 빠져나와 강가에 다다른다. 그리고 거기서 한국드라마답지 않게 뜸들이지 않고 빠른 이별의 형식을 갖는다. 아무리 그렇다지만 지금 윤강에게는 아버지의 죽음도, 동생 연하와의 생이별도 문득 지워질 만큼 이제 막 사랑하게 된 수인과의 헤어짐이 더욱 아프다.

 

그러나 차마 말 못하고 돌아서는데 매사에 적극적인 수인이 그런 윤강의 마음을 짐짓 알고 달려가 품에 안긴다. 거기서도 짧게 단순하게 키스하며 주어진 시간이 없는 안타까운 연인이라는 상황에 충실한다. 그래서 윤강과 수인의 키스는 더 아찔하고도 안타까웠다. 마침 관군에 쫓기는 김호경(한주완)을 따라갈 수밖에 없었던 수인은 그만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보게 된다.

 


두 사람이 헤어진 후 뱃사공은 서둘러 배를 띄웠지만 갈대숲 사이에서 윤강을 노리는 최원신(유오성)의 총에 그만 가슴께를 적중당하여 그대로 물에 빠지게 된다. 총을 맞은 이준기의 넋 잃은 연기도 좋았지만, 그 장면을 지켜보는 연인 남상미의 비명과 눈물 역시 흔하지 않은 연기여서 그 비극적 상황을 잘 전달했다.

 

그러나 시청자는 안다. 그 총에 결코 윤강이 죽지 않을 것을. 드라마의 클리셰대로 관군은 윤강의 시신을 찾지 못하고 대신 윤강은 어떤 선비(윤희석)에 의해 구해진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어느 날 윤강은 한조라는 일본인이 되어 다시 조선땅을 밟는다. 그러나 신분만 바뀐 것이 아니라 한조의 손에는 권총이 들려져있었다. 이제부터 총잡이로 돌아온 윤강의 복수가 시작되는 것이다. 활 대신 총을 들었지만 일지매의 모습도 분명 기대할 수 있으리라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이 댓글을 비밀 댓글로
    • 2014.07.04 10:31
    비밀댓글입니다
    • 새로 시작한 드라마 중에서 그나마 기대할 것이 이것인데...아직은 모르겠습니다 ㅎㅎ

조선총잡이. 모처럼 균형 딱 잡힌 드라마가 왔다

Posted by 탁발
2014.06.26 07:56 티비가요/드라마
-->



25일 시작된 KBS 새 수목드라마 <조선총잡이>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이준기, 남상미, 유오성, 전혜빈 등의 출연진이 눈과 귀를 일단 즐겁게 해줄 것이 분명했던 예상은 그대로 적중했다. 선남선녀에 대한 눈요기가 아니라 연기에 대한 부분을 말하는 것이다. 조선 총잡이의 첫 소감은 전체적으로 균형이 잘 잡혀 있다는 것이다. 상업 드라마가 가져야 할 오락성과 사극으로써의 의미 추구가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시소처럼 오락가락 하며 흥미로운 전개를 가져가고 있다.

 

물론 조선총잡이는 픽션이다. 이 드라마는 우선 2010년 한국콘텐츠진흥원 신화창조 공모전 수상작인 기승태의 조선총잡이를 원안으로 하고 있다. 그만큼 대본의 골격이 좋다는 의미다. 기승태는 영화 잔혹한 출근, 강력3반 등을 집필했고, 이시영의 출세작이라 할 수 있는 드라마 부자의 탄생의 원안 작가이기도 하다. 아무튼 튼튼한 원안 위에 작가 이정우, 한희정이 대본을 집필한다.

 


드라마의 배경은 조선말기. 조선왕조가 끝나가는 시기이다. 그 격랑의 시기를 한 무사의 성장을 통해 그려간다. 전체적으로는 대단히 무겁고 처절할 것이라 지레 겁을 먹을 필요는 없다. 주인공 이준기와 남상미의 장난스러운 티격태격이 이 드라마가 한없이 무거워지는 것을 자연스럽게 막아준다.

 

그나저나 이준기는 항상 더운 여름에 사극을 한다. 아랑사또전이 8월에 시작했고, 일지매는 7월 후반에 끝났다. 이번에도 한여름을 목전에 두고 사극을 시작했다. 그러나 이준기의 호쾌한 액션과 진지한 연기는 더위와 맞설 것이라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거기에 이준기와의 숙명적 상대인 유오성의 카리스마 역시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역할이 다소 작기는 하지만 사극하면 빼놓을 수 없는 명배우 이민우의 차진 연기도 만족도를 높여줄 것이 분명하다.

 


박윤강(이준기) 조선제일검 박진한(최재성)의 아들이다. 신문물이 물밀 듯 들어오는 시기에 조선제일검이라는 존재는 자랑스럽기보다는 쇠락하는 구시대의 쓸쓸한 상징일 뿐이다. 칼 대신 총이라는 더 가공할 무기가 대세를 잡아가는 과정에서 박윤강 역시 조선제일검의 아들이지만 결국 칼 대신 총을 잡게 된다는 대강의 이야기이다. 물론 박윤강은 그 혼탁한 시기에 불의에 맞서며 민중의 영웅으로 성장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설정이다.

 

이 드라마에서 총이 상징하는 것은 암살이다. 그것도 나라를 개혁하고, 개방하려는 왕의 의지를 막아서기 위한 정치적 암살이다. 스나이퍼의 총에 칼로 대항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인 만큼 결국 젊은 박윤강이 변화를 받아드리게 되고 칼 대신 총으로 암살에, 불의에 맞서 복수와 정의를 세운다는 줄거리이다


과거 추노에서 저격신이 몇 번 있었지만 스나이퍼로 변신하는 이준기는 좀 더 흥미로운 관심거리가 아닐 수 없다. 날카로운 이준기의 눈이 누구보다 스나이퍼와 어울리기 때문이다.픽션이기는 하지만 한 왕조가 저물어가는 시대에 대한 상징수법으로는 일단 새롭고 또한 흥미로운 설정이라는 것이 반갑고 또 기대가 된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이 댓글을 비밀 댓글로

투윅스. 뭐 이렇게 눈물 나는 부녀가 있단 말인가

Posted by 탁발
2013.09.20 08:32 티비가요/드라마
-->



세상에는 아무런 수식어 없이도 아름답고 가슴이 아려지는 말들이 있다. 아마도 가장 으뜸은 엄마라는 말일 것이다. 거기에 기인해 파생된 말로 모자관계, 부녀관계 역시 그렇다. 과거에는 주로 모자관계가 드라마의 중심이었다면 요즘은 부녀관계로 무게추가 옮겨간 느낌이다. 추적자가 그렇고, 천명에 이어 투윅스까지도 그런 것을 보면 그런 경향을 알 수 있다. 그런 중에서 가장 슬픈 부녀관계를 꼽으라면 필자는 단연코 투윅스의 이준기, 이채미 부녀에게 한 표를 던지겠다.

 

모두가 부정을 강조하는 드라마들이지만 투윅스의 부녀는 유달리 특별해 보인다. 딸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탈주를 감행한 이준기가 가장 힘들고 외로울 때마다 환상인지, 염원인지 모르겠지만 딸이 나타나 지친 아빠와 아무렇지 않게 대화하는 장면들이 여러 번 등장했다. 투윅스는 무척이나 무거운 주제일 수밖에 없고, 리얼리티가 크게 요구되는 장르이어서 이런 판타지가 개입하는 것이 모험일 수도 있었지만 의외로 이 아빠와 딸의 신비한 대화는 묘한 소통의 길을 열어주었다.

 


딸은 엄마가 버린 사진을 주어 간직해왔기 때문에 아빠 이준기를 알고 있었다. 다만 엄마를 위해 알고 있는 사실을 어린 가슴에 꾹 눌러 담았을 뿐이다. 아빠 이준기는 당연히 그런 사실을 모른 채 자신이 아빠인 것을 애써 드러내지 않으려 애썼다. 참 슬프고 아픈 마음들이다. 그러나 참 우연하게 그 침묵에서 해방되는 기회를 갖게 된다. 박하선이 이준기에게 준 비밀전화 때문이었다.

 

늦은 밤 잠에서 깬 수진이는 엄마가 놓고 간 휴대폰에서 수진아빠라는 단축기를 발견한다. 아무리 속 깊은 수진이라도 어린이였다. 숨겨왔던 아빠의 존재를 휴대폰에 입력한 사실만으로 수진은 엄마가 아빠를 용서한 거라 생각하고 그 기쁨에 무작정 전화를 건다. 전화를 받은 이준기는 어색하고 또 미안한 마음이지만 수진이의 천진난만함에 그 마음마저 정화되는 모습이었다. 수술날 온다는 이준기의 말을 듣고는 입을 가리고 발을 바동거리는 모습은 너무도 귀엽고, 귀여워서 더 슬퍼지는 장면이었다.

 


그러나 아빠는 약속했던 것보다 일찍 딸을 보러 왔다. 거기에는 복잡한 문제들이 작용했지만 일단 서로를 제대로 아버지와 딸이라 부르지 못했던 이 부녀에게는 아무 의미가 없었다. 비록 무균실의 유리를 사이에 두고 이번에도 여전히 수화기를 통해서 서로 목소리를 전할 수밖에는 없었지만 그래도 얼굴을 마주 보고 아빠라는 말을 듣게 된 이준기의 감격이 얼마나 컸을 지는 상상할 수 있다.

 

그런데 아빠 이준기를 울리는 일이 더 있었다. 수진이는 아빠를 위해 아주 기특한 선물을 준지해놓았던 것이다. 도화지에 딱 아이들 수준으로 그린 생일축하 그림이었다. 고아로 자라나 평생 행복한 생일의 기억이 없었던 태산에게 서인혜, 서수진 모녀는 유일하게 생일을 기억할 만한 날로 만들어주었다. 그것도 유전인가 보다. 이러니 세상 어떤 아빠라고 눈물이 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기뻐서 우는 이준기의 표정은 연기가 아니라 가슴에서 우러나는 자연스러운 모습이었다.

 

유리벽을 사이에 두고 서로 크고 작은 손을 맞댄 모습은 어찌나 그리고 아름답고 슬픈지 눈물을 참아낼 수가 없었다. 차마 이런 부녀관계를 부러워할 수는 없다. 가능하다면 아니 가능치 않더라도 이렇게 처절한 부녀관계가 되어선 안 된다. 특히 딸을 위해서도 그렇다. 그러나 이 생각은 어디까지나 이성의 판단일 뿐 이 아름답고 아린 부녀의 모습이 미치도록 부럽다. 뭐 세상에 이렇게 눈물 나게 하는 부녀가 있단 말인가.

 

신고
이 댓글을 비밀 댓글로

투윅스 이채미. 이 아이 때문에 이준기의 부성이 더 눈물겹다

Posted by 탁발
2013.08.23 07:03 티비가요/드라마
-->



정말 보고 싶지 않던 장면을 보고야 말았다. 투윅스 6회 마지막 장면은 꿈에 볼까 두려운 장면이었다. 분노와 안타까움에 발을 동동거려야 했다. 문일석(조민기)가 수진(이채미)의 병실에 찾아왔고 상대가 어떤 존재인지 알 턱이 없는 천진난만한 수진이 블라인드를 끌어올리자 드러난 문일석의 야비한 미소는 섬뜩하다 못해 오금이 저릴 지경이었다. 아빠가 장태산이라고 묻는 문일석의 질문에 너무도 행복한 표정으로 그렇다고 대답하는 장면은 악마와 천사가 따로 없었다.

 

임승우(류수영)의 총에 맞아 절벽 아래로 떨어진 태산은 우연히도 과거에 목숨을 살려준 과거 조폭두목(천호진)을 만나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지게 된다. 게다가 총도 치명상을 피해 태산이 죽는 것보다 두려운 감염 문제도 걱정하지 않아도 될 상황이다. 그리고 둘 사이의 약간의 갈등이 벌어지지만 결국은 독초를 사용해 전혀 다른 얼굴로 위장하는 방법을 배워 무사히 검문을 빠져나와 서울로 들어오게 된다.

 


사실 이 에피소드는 위험요소가 매우 컸다. 사극에서 혹은 무협지에서 흔히 나오는 절벽 낙하 후 기연을 만나 목숨을 구하는 너무도 흔한 클리셰다. 거기다가 과거 목숨을 살려준 기가 막힌 인연까지 더해지면서 리얼리티를 떨어뜨렸다. 그러면서 자살한 태산 어머니에 대한 회상이 다시 반복되는 것도 다소 지루한 일이었다. 차라리 클리셰를 피할 수 없다면 급류에서 장태산이 악전고투 끝에 뭍에 올라 의사 혹은 수의사라도 만나서 상처를 치료하고 도움을 받는 식이면 어땠을까 싶다.

 

어차피 탈주범의 행적에는 이런저런 도움이 많을 수밖에는 없다. 그렇다 하더라도 우연히 태산을 돕는 사람이 반복될수록 드라마의 긴장감은 떨어지기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에 임승우가 됐든 박재경(김소연)이 됐든 하루 빨리 사건의 진실을 알아 태산과 힘을 합쳐 문일석과 조서희(김혜옥)와 맞서는 구조가 필요하다. 천명에서 확인된 것처럼 요즘 시청자는 전형적인 도망자의 모습에는 쉬이 지쳐버린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중복은 없다고 할 수 있다. 전개상의 옥에 티라 할 수 있는 절벽 투하와 기연의 만남도 그럭저럭 빠른 전개를 통해 진부함을 최대한 덜어내려는 노력을 보였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박재경이 마침내 장태산과 서인혜(박하선)의 관계를 알아내어 도청까지 하게 된 것은 드디어 그토록 원하던 태산의 편에 서줄 우군의 등장을 알리는 나팔소리였다. 이제는 세 번씩이나 문일석에게 당했던 태산이 아버지의 이름으로 모든 것을 되갚아줄 반전의 기회를 잡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곧바로 문일석과 조서희를 철창에 가둘 수는 없겠지만 태산이 반격을 시작하기에는 딱 적당한 시점이다. 문일석이 수진을 찾아온 것은 절대로 보고 싶지 않은 최대의 위기 상황이지만 그 반전의 동기를 주기 위한 극적 장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복선이 아니라면 이 장면은 시청자를 괴롭히는 가학일 뿐이다.

 


수진이는 딸바보 태산만큼이나 아빠바보다. 방사선 치료를 받고 나와 괴로운 상태에서도 숨어있는 태산을 바라보자 환하게 웃을 정도로 아빠가 좋다. 엄마를 보면서 가겠다는 핑계로 휠체어에 거꾸로 앉아 엄마를 안으며 환하게 웃는 모습은 가슴이 철렁할 정도로 예쁘고 아팠다. 그 잠시라도 아빠의 모습을 놓치지 않으려는 것이지만 마치 아빠 대신 엄마를 안아주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상자 속에서 튀어나와 천만 관객을 울린 갈소원 이후 가장 치명적인 미소를 보는 순간이었다.

 

애가 사람 잡는다. 이토록 착하고 예쁜 딸이기 때문에 매일 바보처럼 울기만 하는 태산의 마음이 이해가 되고 또 몰입도 잘 된다. 투윅스에는 아주 독특한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도망 중의 태산이 종종 딸 수진과 대화하는 장면이다. 환상도 아니고 회상도 아닌 신기한 아빠와 딸의 대화는 독특한 만큼 임팩트가 강하다. 오래전부터 부녀사이였던 것처럼 덤덤하게 대화하는 모습이 오히려 아프게 한다.

 

그런 수진의 병실에 찾아온 문일석의 야비한 미소가 내내 마음에 걸린다. 이 위기를 어떻게 벗어나게 될지 결과를 알 수 있는 다음 주를 기다려야 하는 일주일이 잔인할 뿐이다



신고
이 댓글을 비밀 댓글로
  1. 맞아요~ 수진이때문에 장태산이 더 안타깝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