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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가요

No Japan이 아니라 No 아베여야만 하는 걸까?

 

일본 불매운동은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발생한 자발적인 운동이다. 누가 하라고 한 것도 아니고, 하지 말라고 해서 하지 않을 것이 아니다. 다만 누군가의 제안으로 일본 불매운동의 로고가 No Japan으로 정해졌고, 모두의 공감 하에 일본 불매운동의 상징으로 자리를 잡았다

 



집단지성으로서의 시민운동은 이미 충분히 현명하고, 이성적이며, 냉철하다. 일부 정치인이 일본 불매운동의 시류를 타볼 요량으로 과잉행동을 보이자 곧바로 이를 지적하고, 반대해 되돌리는 현상에서 시민들의 성숙한 모습은 확인된 바 있다어떤 학자는 우리의 반일과 일본의 혐한의 차이를 설명한 바 있다충분히 공감할 내용이었지만 그렇다고 우리도 똑같이 혐일하자는 말은 나오지 않았다.

 

최근 운동단체들의 중심으로 한 반일 시위는 그런 시민운동과 다른 모습을 보였다. 물론 그럴 수 있다. 다만 그것만이 옳다는 고집은 위험하다. 또한 노 재팬으로 굳어진 지금의 흐름을 바꾸겠다는 의도도 마찬가지다. 운동단체가 시민사회를 이끌겠다는 오만은 아니기릴 바랄 뿐이다.

 

언론도 가세하고 있다. “현명한 국민들은 노 재팬대신 노 아베;를 외친다던지 노 재팬 아닌 노 아베, 지혜롭고 성숙한 대응을등의 기사와 사설이 눈에 거슬린다는 시민들 반응이다. 마치 노 재팬은 지혜롭지 않고, 성숙하지도 않다는 말처럼 들린다는 것.

 


노 재팬이 아니라 노 아베여야 한다는 주장에는 한일 시민연대의 이유가 담겨있. 이번 사태의 원인은 모두 아베에게 있을 뿐 선량한 일본 국민들 모두를 적으로 돌려서는 안 된다는 논리이다. 맞는 말처럼 들리기도 한다. 그러나 틀렸다. 아베가 분명 문제의 핵심 원인이기는 하지만 노 재팬 운동에는 노 아베라는 구호를 뛰어넘는 의미가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우리 속에는 너무도 일본이 많다. 아베의 기습공격은 우리 속에 파고든 일본이 너무 과도하다는 현실을 일깨워주었다. 언제까지라도 한일 양국이 평화롭고, 이성적이라면 딱히 문제될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번 아베 정권의 도발은 언제고 다시 재발할 수 있는 것이고,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는 피해를 가져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임진왜란을 일으킨 일본이 결국 조선을 침략한 것처럼 미래의 아베는 반드시 나타나기 마련이다.

 

아베가 물러나고 또 다른 아베가 나타난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일본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면 이번과도 같은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 시민들이 노 재팬을 가슴에 새긴 이유는 거기에 있다. 아베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이번을 계기로 우리의 약점이 될 수 있는 일본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자는 것이다. 아베의 도발 그 자체로 우리의 자존심을 건드린 것이며, 말만 반일이지 실제로는 일본을 사랑한 결과라는 현실의 충격은 매우 컸다.

 

다른 이유도 있다. 이번 일로 토착왜구라는 말이 민간에 크게 유행하게 됐다. 정치, 언론 그리고 경제계까지도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는 친일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었다. 여기에 노 아베로는 부족한 이유가 있다. 일본에만 아베가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내부에도 아베가 존재한다. 내부의 적을 안고 외부의 적과 싸울 수는 없다. 

 

무엇보다 운동단체들이 아무리 주장을 내세운다고 하더라도 이제 노 재팬을 노 아베를 바꿀 수는 없다는 사실이다. 노 아베를 외치고 싶은 누구 그렇게 하면 그만이다. 다만 그것을 시민들에게 강요는 말아야 한다. 또한 시민들이 키운 판에 구심점 역할을 하고자 하는 생각도 버려야 한다. 일본 불매운동의 시작이 그랬듯이 모든 것은 시민들이 알아서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