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대로 뽑은 차세대 예능mc

Posted by 탁발
2009.11.23 07:15 티비가요
-->

찌질한 남자들의 좌충우돌 도전기 무한도전(아래 무도)이 한동안 무기력감에 빠진 국민들의 응어리진 마음을 풀어준 공헌은 충분히 인정한다. 그와 근본적으로는 차이가 없다고 해도 좋을 1박2일(1박)이 변화 혹은 진화된 포멧으로 역시 큰 인기를 끌어모았다. 결과적으로 부동의 1위 유재석과 어깨를 겨눌 맞상대로까지 강호동의 입지를 굳힌 수훈갑 역할을 감당했다.

 

무도나 1박의 공통점이라면 마이너리티 혹은 어글리 마케팅의 성공이라는 점을 들 수 있다. 소위 비호감 연예인들을 어느샌가 호감으로 바뀌어 놓았고, 인물지상주의로 빠져 있던 연예인에 대한 시각을 다변화시켰다는 결코 폄하할 수 없는 공적을 쌓았다. 궁극적으로 이 두 프로그램은 시청자들에게 페이소스와 카타르시스를 제공했으며, 그 인기는 아직 요지부동의 자세로 버티고 있다.

 

그 와중에 SBS가 한 발 늦게 유재석, 이효리를 내세워 일요일일요일밤과 1박의 틈새를 파고 들었고, 우결의 분가와 부진, 일밤 프로그램의 부진에다가 '달콤살콤 예진'과 '엉성천희' '김계모' 등의 케릭터 조성에 성공하며 1박의 막강한 경쟁자가 되었다. 유재석 피해 일요일을 택한 1박이 또 다시 유재석에게 포위당한 셈이다. 누가 생각해도 유재석과 강호동이 버티고 있는 주말 저녁 예능은 난공불락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화무십일홍 권불십년의 이치는 예능이라고 비켜가지는 않는 듯 하다. 막강하던 일밤의 요즘을 보면 더욱 실감할 수밖에 없다. 무도와 1박이 예상치 못한 곳에서 도전을 받고 있다. 무도는 엄청난 물량을 동원한 천하무적야구단(아래 천무)에, 1박 2일과 패떳에 아직은 가능성뿐이지만 오빠밴드(아래 오밴)가 조심스럽게 도전하고 있다.

 

추석이라는 특수상황이기에 전면적인 변화로 받아드리기엔 무리지만 단순 시청률로만 보면 무도가 동사 프로그램인 세바퀴에 밀렸다는 점에서 천무의 도전에 난공불락을 장담할 여유있는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1박의 경우는 무도에 비해 최근 급상승하고 있는 이승기로 인해 조금 여유롭다. 거기에 오밴의 실족이 몇 주간 지속되어 당장에 큰 위협으로 부상하지는 못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그럼에도 오밴은 잠룡의 잠재력을 갖고 꿈틀거리고 있다. 천무의 상징 '야구만 하는 창렬이'와 비슷하게 등장한 '웃음 잃은 동엽이'로 대별되는 오밴이 현재 모든 예능과 다른 두 가지의 차별성이 잘만 키우면 대박 예능으로 자리잡을 수 있는 가능성이 보이는 것이다.

 

오밴과 천무는 성장 버라이어티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그러나 오밴과 가장 유사한 천무조차도 갖고 있지 못한 것아 내부에 있다. 무엇과의 경쟁이 필연적인 모든 예능과 달리 음악을 모티브로 하는 오밴은 천무처럼 사회인야구대회 출전 등과 같은 경쟁 프로세스를 개입시키기가 어렵다. 그런 특성이 한동안 오밴을 행사밴드로 전락(?)시키는 방황을 낳기도 했다. 잘 쓰면 명약이나 아니면 독이 되는 특성이다.

 

부평초처럼 방황하던 오밴에게 대학가요제의 어정쩡한 게스트 출연이 제작진과 출연진 모두에게 적잖은 충격을 준 것으로 보인다. 그안의 세세한 내용은 알 도리 없으나, 대학가요제 출연 이후 방영된 10월 4일분 방송을 보면 그 충격과 반성이 눈에 밟혔다. 자타가 인정하는 아동탁 탁재훈조차 '웃음 잃은 동엽'의 전철을 밟고 있다. 그리고 마치 짜맞춘 듯 질타 일색이었던 시청자 게시판에 간만에 화색이 돌았다.

 

무도와 1박이 시작하던 때와 지금의 한국은 여러가지 환경이 변하였다. 무엇보다 몇 년씩 해온 프로그램인 까닭에 면역성이 커진 지금 더 이상 재미의 자극요소를 찾기 어려워졌다. 사람도, 포멧도 이제는 좀 식상하기까지 하다. 무도와 1박에 후발주자인 패떳까지 그런 조류에 휩쓸리고 있다. 시끌벅적한 승패 혹은 복불복 선택도, 가학이 주는 긴장감과 흥미가 전과 같지 않다.

 

그에 반해 오밴은 어찌보면 아무 이야기 거리도 없을 것 같은 음악을 그것도 밴드음악을 주제로 삼았다. 하루 24시간 음악의 홍수 속에 사는 현대인에게 오밴의 도전은 그야말로 무모함 자체였을 수도 있다. 그런데 워낙에 1박.패떳의 두터운 아성에 눌려 폭발적 반향은 아니더라도 일밤 고정팬을 중심으로 서서히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풍요 속 빈곤이라고 사실 음악과잉 속에 실제로 주말에 티비 앞에 앉아 있을 세대들에게 요즘 음악은 조금 소외감을 던져주기도 하다. 그 틈새에 오밴의 가능성이 밴드에 대한 대중의 추억처럼 박혀있다.

 

무도의 정신없는 경쟁도 지쳤고, 1박식의 가학에도 지친 대중들에게 이제 필요한 것은 무겁지 않은 잔잔한 공감과 감동인 듯 싶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오밴과 노다지인데, 노다지는 초반의 잡음과 당혹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좌초할 것으로 보이는 반면 마땅한 대안부재의 일밤으로선 오밴에 사활건 총력전이 불가피해 보인다.

 

다시 정리해보자면, 오밴이 가진 무기는 추억과  음악에 대한 진한 향수 두 가지이다. 오밴의 멤버 중 신동엽, 탁재훈이 일반 예능에서 주는 웃음의 소스가 결코 만만치 않으나 오밴에서는 통하지 않는 이유가 그 때문이기도 하다. 예능 혹은 웃음에 대한 강박과 작위가 오히려 오밴에게는 독이 된다. 잠시 웃을 수 있으나 뒤끝이 개운치 않은 느낌을 받게 되는 게 오밴을 보는 시청자들의 묘한 심리이다. 마치 첫사랑에 대한 환상과도 같다고 할까.

 

천무가 야구에 목숨 걸듯이 이제 오밴은 잡생각 다 버리고 음악으로 승부해야 한다. 쉽지 않은 승부이다. 주제를 견지하면서 매 회 변화를 가져와야 한다는 점에서 야구경기를 통해 자연스럽게 드라마가 꾸려지는 천무에 비교 안되게 불리하다. 그런 속도 모르고 시청자들의 입장은 단호해보인다. 이것이 제작진의 고민이고 풀어야 할 숙제이다. 그러나 그것이 해결된다면 오밴은 예능과 교양을 모두 담은 유일한 예능이 될 수 있을 것이다.그것을 휴면예능이라고 미리 불러볼 수 있을까?

 

문제점이 많기는 하지만 슈퍼스타K의 성공에서 그 가능성은 어느정도 보장되어 있다. 케이블사상 최고 시청률을 갱신한 슈펴스타K는 어디에도 웃음의 작위는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도 관심이 간다. 그 관심을 조금 바꿔 부르면 재미가 될 것이다. 웃지 않아도 재미 있을 수 있다는 근거를 제시해준다. 이제 오밴에게 남은 숙제는 시야를 넓혀 배울 것은 배우고, 버릴 것은 버려가면서 성장 버라이어티인 스스로를 성장시키는 것이다.

 

단기간의 시청률에 흔들리지 말고 오밴의 정체성에 충실한 고민과 좌절을 고스란히 담기만 한다면 오밴은 천무와 함께 시너지를 발휘하며 예능의 강자로 군림할 날을 맞을 수 있을 것이다. 제발 더 이상 출장밴드 노릇은 하지 말기 바란다. 아직 흐릿하긴 해도  '웃음 잃은 동엽' '불우한 천재기타리스트 정모' '병아리 성민' 등 멤버들의 케릭터도 만들어졌다.

 

이제 막 시작한다는 초심으로 돌아가 긴호흡을 유지하면 가능하지 않을 것도 없다. 그만큼 우리 주변도, 우리 자신도 많이 변화하고 있다. 자심감보다는 당위의 힘으로 달려가길 바란다.좌우로 시청률의 관성을 받을 우군 없는 오밴은 그야말로 홀로 서야 한다. 아니 오밴이 오롯히 서서 주변 프로그램에 탄력을 주는 입장이 되어야 한다. 더불어 방송사의 권력에 기대어 대학가요제에 편승하거나 하는 일도 없어야 할 것이다. 이제 막 결성된 밴드 그대로의 모습으로 고독과 의지를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신고
이 댓글을 비밀 댓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