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4월 16일

Posted by 탁발
2016.04.16 01:36 탁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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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것도 못하고 지나버린 2년


기억하겠다고 했다고


겨우 그것만 했습니다.


오늘은 지난 2년간 할 수 있었던 


그것과 또 슬퍼하는 일을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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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1주기 마음을 여미며

Posted by 탁발
2015.04.16 07:40 탁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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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것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그대들을 기억하는 일만은 꼭 하겠습니다.

그것밖에 못해 또 미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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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안녕하세요..
    세월호 참사 사건을 생각하면
    '기형도'의 '노인들' 시구절이 자동적으로 떠오르네요..

    '봄빛이 닿는 곳마다 기다렸다는 듯 목을 분지르며 떨어진다.
    그럴 때마다 내 나이와는 거리가 먼 슬픔들을 나는 느낀다.
    그리고 그 슬픔들은 내 몫이 아니어서 고통스럽다
    그러나 부러지지 않고 죽어 있는 날렵한 가지들은 추악하다.

    앞으로 세월호 인양이 될 때까지 '부러지지 않고 죽어 있는
    날렵한 가지들'에게 고통을 당할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한없이 슬픕니다.
    • 안녕하세요.
      하늘마저도 4.16을 봄날인 채로 둘 수는 없었던 것 같았습니다.
      그저 흐린 정도의 날씨가 12시쯤 느닷없이 천둥번개가 치더니
      한여름의 장대비처럼 쏟아지더군요.
      꼼짝없이 그 비를 맞으면서 여러 생각을 하게 됐지만
      그래봐야 생각뿐이겠지요.

      기형도의 시가 참 아픕니다.

송가 2012

Posted by 탁발
2013.01.01 07:21 탁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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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가 2012

 

새해에는,

부디 무사하게 하소서

꺾인 슬픔인 그대로

이미 돌아오지 못하는 이까지 모두

무사하게 하소서

 

당장 달리지 못하더라도

당장 걷지 못하더라도

몸도 가누지 못할 분노와 좌절 그대로라도

쓰러진 몸 다시 일으키게 하소서

다만 부지하게 하소서

 

나무야 나무야 나무나 불이야

 

어찌 잊을 일이며

차마 견딜 일이며

잊자고 잊자는 것 아니고

견디자고 견디자는 말 아니고

눈물은 눈물뿐이게 하소서

슬픔은 슬픔뿐이게 하소서

 

새해에는,

광목 두른 손처럼 하고

가슴 쳐대는 일이 허다할지라도

어제에서 오늘로 이렇게 넘어왔듯이

또 내일을 맞게 하소서

다시 오는 야만의 날이라도

다만 그러하게 하소서

 

나무야 나무야 나무나 불이야

 

2012.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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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탁발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세요~

가까워 더 먼 세계 아시아를 읽는다, 계간지 아시아

Posted by 탁발
2010.08.22 14:45 탁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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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아시안이다. 사실은 별로 와닿지 않는 말이다. 적어도 한국인에게 아시안이라는 말은 마치 외국인을 지칭하는 말처럼 낯설다. 너무 어릴적부터 미국과 유럽을 지척의 이웃처럼 느끼며 자라온 탓이 클 것이다. 가끔씩은 거울에 비치는 자신의 얼굴이 오랜 이웃 앵글로 섹슨과 달리 생겼다는 것에 당혹감을 느끼지나 않을까 싶을 정도다. 아마도 대한민국에서 태어나서 성년의 날을 맞을 때까지 겨우 일본이나 중국 정도를 제외하고 아시아 문학을 접하는 경우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무크 아시아는 그런 한국의 이율배반적인 정체성을 조용히 나무라는 책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 역시도 이런 계간지가 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다. 17번째를 맞은 무크 아시아는 특별히 팔레스타인을 다뤘다. 어쩌면 아시아에서 가장 유명(?)하면서도 가장 낯선 지명이 팔레스타인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무조건적으로 따라붙는 연상은 테러리스트라는 단어다. 터번을 두른 위험하고 불온한 사람들 팔레스타인. 

그러나 나라를 빼앗기고 줄기차게 독립운동을 벌인 우리는 팔레스타인을 테러리스트 집단이라고 외면해서는 안된다. 복잡한 세계 정치를 논하기에는 이 지면이 어울리지도 않고, 그럴 만한 식견도 없지만 적어도 우리는 팔레스타인에게 새겨진 주홍글씨를 곧이곧대로 읽어서는 안될 것이라는 막연한 동질감은 느낄 수 있어 무크 아시아를 받아보는 마음은 80년대 금서를 대하듯 설레임이 느껴졌다. 아니야 다를까 책 속에는 우리의 1940년대라고 해도 좋고, 80년대라고 해도 좋을 절규와 몸부림이 가득하다. 

그러면서 김지하의 시 한 편이 떠올랐다. 

내 머리는 너를 잊은 지 오래
내 발길도 너를 잊은 지 너무도 오래
오직 하나 타는 가슴속 목마름에 기억이
네 이름을 남몰래 쓴다

타는 목마름으로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여 만세
살아온 저푸른 자유의 추억
되살아 나는 끌려가던 벗들의 피묻은 얼굴
떨리는 손 떨리는 가슴 치 떨리는 노여움에
서툰 백묵글씨로 쓴다

이 시에 답하듯 무크 아시아에 실린 이부 살마의 시 '우리 돌아가리'를 대할 수 있었다. 

탄식하는 해안이 나를 부른다
내 탄식은 시간의 귀에 쟁쟁하다
도망하는 사내들이 나를 부른다
그들의 땅속에서 낯설어진다
그들의 고아가 된 도시들이 나를 부른다
그대의 마을과 성곽들이
내 친구들 내게 묻기를 "우리 다시 만날까?"
"우리 돌아가게 될까?"
그래! 우리 이슬 머금은 대지에 입 맞추리
우리 입술 붉은 열정으로 달아올라
내일, 우리 돌아가리


마이클 셀던의 <정의란 무엇인가>는 유독 한국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저자도 놀라는 이 현상이 정말 정의에 대한 갈증 때문인지 또 다른 문화기호의 소비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무크 아시아에서는 아주 명징하게 정의란 무엇인가를, 독립과 해방이 무엇인가를 느낄 수 있었다. 

무크 아시아의 창간호부터 16호까지의 내용은 겨우 커다란 주제밖에는 알지 못한다. 그러나 팔레스타인을 다룬 17호에서는 너무도 당연한 듯 하면서도 가물가물해진 민주주의란 단어를 떠올릴 수 있었다. 마치 어릴 적 일기에서 그때 못해서 안타까웠던 어떤 고백을 발견하듯이 팔레스타인 그리고 우리가 사는 가까운 세계 아시아에 대한 관심을 찾아내기에 충분했다. 

계간기 아시아는 정작 아시안이면서 아시아에 대해서 지극히 이국적인 시각을 가진 우리들의 좁은 시각을 넓혀주는데 작지만 의미있는 작용을 하고 있다고 느껴진다. 희박한 관심 속에서 각각의 아시안 문학에 대해서 소개하는 것이 큰 어려움이 따르겠지만 그래도 이런 책이 발간되고 있다는 사실에서 내가 한 것도 아닌데 괜히 뿌듯해진다. 누군가에게 권하고, 또 소장하고 싶은 책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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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런 계간지가 있었군요. 갑자기 궁금해지네요. ^^
    좋은 정보 잘 보고 갑니다~휴일 잘 보내세요~
  2. 이 계간지는 어디서 파는건가요?? 혹시 온라인으로 볼 수 있는 방법은 없나요??

장마 때면 괜히...

Posted by 탁발
2010.07.16 22:31 탁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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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럴 것이라 생각된다. 무엇인가로부터 떠나왔거나, 떠나보낸 기억을 세월 속에 묻어두었다가. 창밖이 수시로 번쩍이며 천둥 번개가 치는 이런 장마철이면 마치 빗물에 기억을 덮고 있던 시간들이 씻겨나간 것처럼 새삼스러워지는 그런 밤시간이 있을 것이다. 그것이 사람이고, 또한 죽은 사람이면 그 사무침은 견디기 힘들어진다. 

트위터에서 누군가 우요일(雨曜日)에 듣는 음악이란 말을 했고, 나는 언뜻 Leonard Cohen의 오래 된 노래 Famous blue rain coat를 떠올렸다. 그리고 그 노래를 찾아서 하염없이 돌리다가 그럴 바에는 다 듣자 하고는 코헨의 노래에다가 아주 간만에 조니 미첼의 노래도 수십 곡 찾아 올려놓는다. 그러다 또 문득 정말 생각지도 않게 이 노래가 떠올랐다. 최근에는 노찻사 노래를 듣지도 않았는데 왜 그랬나 모를 일이다. 

보통은 이 노래를 민중가요라고 한다. 그렇지만 내게는 어떤 뽕짝보다도 더 뽕짝스런 노래다. 동지란 언어도, 깃발이란 상징도 내게 여과될 때는 그저 신파일 뿐이다. 이 노래만 들으면 언제나 혹여 밥을 먹을 때라도 울컥 해진다. 추억이라도 있으면 그러려니 하겠는데, 딱히 이 노래에 직접 연결지을 추억은 없다. 그런데도 이 노래만 들으면 곰처럼 눈물이 난다. 이 감정이 얼마나 지속될 지는 알 수 없지만 이 비가 그칠 때까지 이 노래를 몇 번이나 더 듣고 궁상을 떨지 모르겠다. 비 때문이다.

아무리 그렇기는 하지만 "머물 수 없는 그리움으로"란 가사며 딱 그대의 선율은 애간장을 쥐어짜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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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7.17 04:28
    비밀댓글입니다
  1. 노래 플레이 클릭하고서 읽는데, 마지막 줄 읽는데 딱 노래가 "머물 수 없는 그리움으로" 대목을 지나갑니다. 훗
    저는, 칼의노래 읽으면서 여름을 나고있어요. 이제 얼마 안남아서 아쉽지만.. 우울한 소설이 더위에 큰 도움이 되고 있네요. ㅎ 이 노래도, famous blue rain coat도 밝고 경쾌한쪽은 아닌데, 더위에 도움이 될것같아요.

운수 좋은 날

Posted by 탁발
2010.07.12 18:13 탁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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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국수를 참 좋아한다. 어릴 적부터 씹지 않고 먹는 것이 익숙한 때문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지만 아주 골똘히 이 문제에 대해서 고민한 적이 없어서 딱히 원인이 무엇이라고 단정짓기는 어렵다. 알라딘 서평단에 뽑혀서 처음 책을 받은 것이 <아메리카 러스트>라는 장편소설이다. 책을 첫장부터 훑기 시작해서 끝장에서 딱 소리나게 덮어본지가 참 오래전 기억이다. 미합중국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그린 소설이지만 그 안의 내용과 느낌은 적어도 아메리칸 드림 따위하고는 거리가 멀다. 묘하게도 이 책을 읽고 있자니 난데없이 잔치국수가 먹고 싶어졌다. 

점심 때 조금 멀리까지 걸어가서 잔치 국수 한 그릇을 사먹고 돌아왔다. 그렇게 서둘러 오가지 않아도 될 때에는 가급적 대로를 피해 한두 블럭 안쪽의 이면도로를 즐기는 편인데 그 길에서 우연찮게 흥미로운 사물을 하나 발견했다. 재법 낡은 내 나이보다 훨씬 더 세상을 지켜봤을 것만 같은 아주 낡은 개조 삼륜짐차이다. 앞의 조정간은 오토바이의 그것이 분명한데 바퀴는 정작 소형승용차의 것이었다. 기계에 대해서는 까막눈이라 과연 그런 조합이어도 안전에 문제가 없는지 알 수는 없지만 신기했다. 

바로 옆에는 또 놀랍게도 건재상이 있었다. 힐긋 고개를 빼고 둘러보니 많지는 않아도 모래 한 무더기도 쌓여 있어서 동네 작은 수리에는 재빠르게 대응할 준비를 갖추고 있었다. 그러나 그렇게 준비된 일꾼임을 자랑할 일이 많아 보이지는 않는 가게 분위기였다. 한낮이기는 했지만 건재상 안에는 전등이 꺼져 있었고, 주변이 깔끔하긴 했지만 그것은 이곳 사람들이 특별히 부지런해서가 아니라 그만큼 짐을 들이고 낼 일이 적었던 탓은 아닐까 짐작할 수 있었다. 주변 건물들을 모두 지우고 이 건재상과 오토바이 삼륜짐차만 딱 빼낸다면 영락없이 80년대 혹은 그 이전 풍경이었다. 


카메라가 있는 것도 대부분의 일상에서 잊고 살 정도지만 그때는 정말 언제나 무거운 카메라를 들고 다녔던 때가 그리웠다. 그렇지만 제법 비싼 값을 치룬 휴대폰에 달려 있는 카메라 기능을 써보기로 했다. 거의 처음이 아닌가 싶다. 그렇게 삼륜짐차 주변을 돌면서 몇 컷을 찍고 있는데 좀 늙수구레한 중년이 다가와 말을 거든다. 그이도 나처럼 낡은 것에 대한 호기심이 있었는데 웬 놈이 거침없이 사진을 찍고 있으니 용기가 났던 모양이다. 그렇게 몇 마디를 나누면 이 골동품이 되어도 족할 물건에 대해서 감탄하던 차에 그이는 그 휴대폰으로 자신을 한 컷 찍어서 보내주지 않겠냐고 한다. 

순간 조금 당황스러웠다. 이 삼륜짐차가 제법 날렵하게 돌아다닐 시절이라면야 그런 말들이 전혀 이상할 것도 없이 당연하겠지만 요즘이야 누구에게 귀찮은 부탁하는 일을 좀처럼 겪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내 -아마도 그이는 내가 그런 생각을 정리하는 것조차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짧은 시간이 지났다- 그럼요.. 웃으면서 대답했다. 그는 또 바삐 걸어가는 야쿠루트 아줌마에게 볼펜을 빌려달라고 말을 건덴다. 그 아줌마는 바쁘다느 말 대신, 볼펜이 없다는 거짓말을 하고 잰걸음으로 사라졌다. 

이메일 주소를 적어주겠다는 말에 "여전히 낡은 사람이야. 꼭 종이에 적지 않아도 되는 시댄데" 하며 속으로 웃으며 그냥 불러주세요 휴대폰에 메모가 됩니다. 나는 은근히 더 젊음을 과시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그가 불러준 이메일이 그 흔한 다음도 네이버도 아닌 지메일이었다. 그것도 꽤나 길었는데 그 아이디 속에 아메리카라는 말이 들어가 있었다. 흥미로왔다. 예전처럼 사람에 대한 관심이 넘쳤을 때라면 어디 그늘이라도 찾아가서 이야기를 나눴겠지만 나중에 사진을 꼭 보내주겠다는 약속만 하고 그이가 자기 볼 일 보러 사라지는 뒷통수만 잠시 돌아봤을 뿐이었다. 

그렇게 낡은 사물 하나와 사람과의 아주 짧은 일화를 건질 수 있었다. 아무것도 아닌 일이지만 한 5만원짜리 로또에라도 당첨된 것마냥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국수집에 들어서며 기분 좋게 잔치국수 하나 말아주세요.라고 불필요하게 큰 목소리로 주문을 했다. 제법 양이 많았지만 후룩후룩 거의 씹지 않고 후딱 해치웠다. 그리고 꽤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고작 국수 따위가 소화가 안되고 있다. 가끔 배를 문지르면서 싫지 않은 느낌이다. 오늘은 운수 좋은 날이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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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우와, 이게 핸드폰으로 찍으신 사진이에요? 멋져요. 저 사진찍는 연습하는데, 카메라 탓만 하고 있지요. =/

빛의 산란

Posted by 탁발
2010.07.10 14:05 탁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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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기억 들추기-7  



송창식이란 가수를 아십니까?
비가 드문 장마기는 해도 비올 때 들으면 죽습니다.




사진은 빛과 전쟁이라고 흔히들 말합니다 
최소한 전 흔한 인간은 아니기 때문에 흔하게 말하긴 싫고...ㅎㅎ 
사진은 빛의 장난이라는 패러디를 쓰도록 하죠 

빛은 각입니다 
제가 주로 사람을 사진에 담는데 
한 사람의 빛은 그 사람을 바라보는 각도에 달려 있다고 해도 
별로 흠잡을 데 없죠 

어느 연주 리허설 시간, 
한 곡이 무려 40분이나 걸리는 골 아프고 가끔(솔직히 거의) 지루한 연주 
춤 추는 것도 아니고, 연기하는 것도 아닌 음악회 사진은 
결국 집중력과 인내로 승부가 납니다 
문제는 그 두 놈다 제게는 흔치 않은 덕목이라는... 

산만한 저는 겨우 불량기나 면할 정도의 태도를 유지하고 
껌을 질겅거리면서 여기저기를 어슬렁거리다 
아무도 없는 2층 낭하를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거기서 빛의 산란을 발견했습니다 
주저없이 한 컷 
정말로 딱 한 컷 
그리고 입이 찢어지라 웃었습니다 
소리없이 혼자서 웃는 맛 아세요? 

게다가 속으로 노래까지 몇 마디 흥얼거립니다 
꽃이 피면 꽃이 웃고 
꽃이 지면 내가 우는 
가사야 맞거나 말거나..

2006. 12.



빛이라는 것이 추울 때는 세상에서 가장 동그란 느낌으로 보드랍게 만져지지만, 더울 때는 비수보다 날카롭게 숨어있는 그늘까지도 파고들게 느껴진다. 이 사진은 정말 별 것 아니지만 아주 지루했던 음악회 리허설의 갑갑함에서 풀려나는 몇 초의 짜릿한 일탈을 주었던 기억이 난다. 실제 저 곳은 따뜻한 느낌의 나무들로 장식되었다. 벽면이 이렇게 저렇게 엇갈려 있는 것은 음향반사를 감안한 구조때문이지만 그것은 소리뿐만 아니라 빛도 분산시킨다. 

실제로 그 반사되는 빛을 명확히 보기 위해서 빛이 있고 없는 부분을 과장했다. 순전히 주최자의 농간적 주장이지만, 첫 인상은 차갑고 다소 암울한 느낌이기는 한데 오래 보고 있으면 따뜻한 곳을 찾아낼 수 있다. 그것이 어딘지 정답을 말해주지는 않을 것이다. 그건 사람마다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봐도 따뜻한 곳이 혹은 서늘한 곳이 없다면 당신은 아주 좋은 집과 삶에서 살고 있을 것이다.오체대만족의 삶?

이 사진이 문득 떠오른 것은 사운드 미디어라는 흥미로운 사람들 때문이다. 주로 현대음악을 하는 사람이면서도 웹에 비쳐진 모습은 현대민속적인 기록작업이었다. 그 양자일 수도 있겠다. 규정이 중요한 것은 아니니까.아주 많은 것들이 기록된다. 그렇지만 정말 낡은 기억이 아니라면 세상에 없을 소리들이 많다. 그 소리의 가치를 알고 기록해온 사람들이 더러 있다. 집 팔고 어쩌고의 과정은 필수라 하겠다. 나의 기록은 그에 비하면 참 보잘 것 없다. 그러게나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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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르텐데
    • 2010.07.10 20:30 신고
    8시 방향쪽이 좀 따뜻해 보이는군여... 연주회리허설을 먼발치에서나마 구경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 음악과 참 질긴 인연을 갖고 살았죠.
      이제는 제법 멀어져서 간혼 그립기도 하지만요...ㅎㅎ
  1. 송창식은 알고요, 근데, 그 분, 사투리 쓰면서 노래 부르시는 분 아닌가요?
    사진은 공연장 2층인거에요? 정말 신기하네요.. 그림으로 그린것같기도 하고.
    2006년12월은 제가 그 간 (1년 반 ㅋ) 다니던 회사를 때려 치우고, 그래도 섭섭해서 엉엉 울었던 때에요.
    그리고서 유럽엘 갔는데, 암튼 머, 잘 그만둔거.였지요. 오늘 여러 가지 생각하며 시간의 흐름에 투정을 하지 말자고 마음을 다잡았는데, 이 포스트 보니까, 또 그게 어려워지네요. 흐

침향

Posted by 탁발
2010.06.17 15:39 탁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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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기억 들추기 - 6  



  이 마이미스트의 이름을 잊었다. 유진규와 함께 활동하는 사람인데....사진 속 향이 침향은 아니다. 침향은 얼핏 보면
  그저 나무토막처럼 생겨먹었다. 하얗게 세월에 질려버린 침향은 그러나 태우면 심연의 길이 열린다.


침향(沈香


천 년은 지나야

깊은 물 속에 잠겨

마침내 천 년은 지나야

돌 아니고서 돌 되고

쇠 아니면서 쇠의 소리 울리고서야

향기 된다



죽기 전 마지막 간절함

사는 만큼 자란, 자라면서 굳어진

말 한 번 못한 소원

두고 갈 수밖에 없어

함께 자란 참나무 숭둥 베어

물 속에 고이 가라앉히며

대관절 몇 번의 윤회 너머

비로서 향기 될 천 년 후

해후를 염원했을까 


그 앞에 잠시 잠들면 순식간에 미륵 뵌다

1초를 타도 천 년

향기는 영산에 부는 바람 되고

신열에 들떠 혼잣말로 떠드는 꿈 속

짓소리 홋소리 불보살 악() 되고

허어, 부질없는 사바의 발버둥,

천수바라 휘둥그런 억겁의 회전되고

나비 되고, 꽃이 된다

잠시 머문 꿈 같은 이승 너머

꿈꾸는 아주 멀어 고향 같은 


그를 만난 것일까

누군가 만날 염원이었을까

중얼중얼 나무나무나무 나무야

하필 이런 골방에서 


2005. 7





가야금 명인 황병기의 독주곡 침향무를 듣는다. 황병기는 멋을 제대로 부리는 사람이다. 침향무라니... 명성만큼 헌신이나 나눔은 없는 매우 개인적인 삶을 살았지만 그가 남긴 음악은 현대국악의 자랑이다. 수많은 현대음악 작곡가들이 따라잡고 싶어도 못하는 '미궁'이 또 그렇다. 침향무 연주가락을 떠올리게 한 마임이다. 마이미스트 이름을 잊었으니 작품명을 기억할 리가 없다. 


앞서서 유진규에 대해서 조금 설명한 바 있듯이 이 작품에도 역시나 원시적 제의를 담고 있다. 언젠가 세계적인 안무가 피나 바우쉬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하겠지만 이 원시성이란 현대 콘템포러리의 아주 중요한 매개체이다. 침향은 천 년을 물 속에 가라앉아 있어야 만들어지는 향이라고 한다. 뭐 설마 하겠지만 사실이다. 기껏 살아야 백년인 인간으로서는 살아서나 죽어서도 향내 풍기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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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플룻부는여자
    • 2010.06.18 09:56 신고
    오늘도 역시 제가 잘 모르는 부분을 접하게 되서 고개를 끄덕이다 갑니다....
    사진도 직접 찍으신거죠? 멋집니다...
    • 네, 제 사진입니다.
      침향에 차 한 잔 곁들이면 우화둥선의 호사를 느낄 수 있답니다.
      한번 해보시길...^^
  1. 이 씨리즈 너무 뜸합니다.. 또 올려주세요~~ :)

꿈 말리는 개

Posted by 탁발
2010.06.16 13:37 탁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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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기억 들추기 -5
 














꿈 말리는 개

 

어떤 상황보다 강렬하고 또한 느긋한 시간들.

삶과 죽음의 경계를 줄넘기 하듯이 넘다드는 시간

그 속에 들어가 있다보면

어느 순간부터 죽고도 싶어진다

죽은 놈이 그리워져 죽고 싶어진다

차마 그러지 못해서

울다가 웃다가

막걸리 몇 사발 들이키고

어느 구석을 파고들어 잠을 잔다

 

산 속은 춥다

또한 귀신이 수도 없이 오가는 때에는 한낮이라도 춥다

봄볕에 꿈을 말리는 백구 두 마리를 보면서

뒷통수를 맞은 것처럼 잠이 온다

그 옆자리에 누워

한 팔로 머리 베고 나머지로 눈 가리자

개가 슬그머니 일어나 자리를 피한다

저정정정

젱기젱기 제젱기

굿단에서는 쉴 새 없이 영신을 바라고

소리나 귀신이야 어쨌건

나는 봄볕에 하릴없이 잠이 온다

 

이대로 죽으면 바로 천도 되려나

잠결에도 씨익 웃음이 난다

 

 

<잡담>

굿 구경을 끝내고 돌아와서는 곧바로 쓰러졌다. 잠시 일어나 허기를 속인 후로는 다시 잠 속으로 빠져들었다. 그냥 이대로 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몇 번 한 듯하다. 그렇게 죽음처럼 깊은 잠을 언제 또 자봤나 모르겠다. 굿이 내게 준 첫번째 영검은 깊은 잠인가보다. 그런데 허리가 끊어질 듯이 아프고, 팔 다리 어깨 쑤시지 않는 곳이 없다. 굿은 무당이 했는데, 몸살은 내게 왔나...  2006. 4.





무당은 신과 인간을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한다. 무당을 부정하는 사람에게는  택도 없는 말이지만 믿어서가 아니라 믿어서라도 죽은 사람을 만나고 싶은 사람은 무당을 찾는다. 그 간절함이면 무당이 아니라 혼자서도 어떻게 될 것도 같다. 어쨌거나 무당의 영검이건, 무쟁이(굿을 의뢰한 사람)의 절실함 때문인지 굿판에서는 귀신의 느낌이 오싹오싹 느껴진다. 그것을 사흘씩 지켜보면 괜히 이러다 무당되지 싶은 두려움도 생긴다. 그럴 때면 짐짓 딴청을 피우기 위해 절정의 굿판이라도 슬그머니 시선을 돌리게 된다. 


구경이 좋은 거지 무당되고 싶은 마음은 누구라도 없을 것이다. 그렇게 굿판 근처 언덕을 오르니 못생긴 개 두 마리가 하나는 잠을 자고 하나는 고개를 치켜들고 있었다. 가까이 가도 눈길도 주지 않는다가 근처에 앉아 담배를 피우니 나머지 하나도 턱을 내리고 눈을 감는다. 문득 저 놈들이 이 따뜻한 봄볕에 빨래처럼 잠을 널어 말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생각을 하니 내게도 좀 널어 말려야 할 꿈들이 있었다. 지가 무슨 드라마 주인공이라고 젊어서 뇌종양에 걸려서 그냥 죽고 말 것이지 굳이 내게 다 말해서 평생 잊지 못하게 만들고 가버린 놈의 꿈이다. 그런다고 될 일이 아니라는 것을 모를 리 없지만 그 곁에 벌러덩 누워서 공갈잠을 자는 척 했던 기억이 난다. 혹시나 그 꿈이 증발될까 싶어서. 며칠새에 2006년의 기억으로 뛰어넘었는데, 아무래도 우중충한 날씨 탓에 뽀송한 햇살이 그리웠나보다.


배경음악은 남도민요 걸작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흥타령이다. 후반부 아마도 4절이나 5절쯤 되는 부분에 유명한 꿈ㄷ대목이 나온다. 호접몽은 저리가라 할 정도다. 그 가사내용은 아래와 같다. 그대목 듣기 전까지는 흥타령 들었다고 말 못하리라...

꿈이로다 꿈이로다 모두가 다 꿈이로다 너도나도 꿈 속이요 이것저것 꿈이로다 꿈 깨이니 또 꿈이요 깨인 꿈도 꿈이로다 꿈에 나서 꿈에 살고 꿈에 죽어 가는 인생 부질없다 깨려는 꿈 꿈은 꾸어서 무엇을 헐거나 아이고 데고 허허어 성화가 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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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그런 꿈은 무엇일까요. 흠...
    • 흥이란 반어적 표현입니다.
      그런데 꿈은 반어적인 동시에 중의적 표현이죠.
      뫼비우스의 띠처럼 깨면 또 꿈이고 그 깬 꿈도 다시 꿈...
      옛날 광대들의 철학과 문학이 무서울 따름이죠.

헐벗은 기억

Posted by 탁발
2010.06.14 14:38 탁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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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기억 들추기 - 4
 





헐벗은 내 몸이 뒤안에서 떠는것은
사랑과 미움과 배움에
너로부터 가르쳐 받지 못한 탓이나

하여 나는 바람부는 처음을 알고파서 두리번 거린다
말없이 찾아온 친구 곁에서
교정 뒤안의 황무지에서....(김민기/두리번거린다)


이 노래를 기억할 정도면 젊은 축에는 끼지 못하실 겁니다. 그때는 무엇 때문인지도 모르면서 막연히 서러워 술잔만 축내던 기억이 가물거립니다. 문득 이 노래가 생각납니다. 오늘 저녁 무렵부터 괜시리 두리번거리는 자신을 발견하고 나서부터죠. 8층 사무실에서 바깥을 두리번거리면 어디 귀신이라도 기다리는 건지 알 수 없는 노릇이었지만 말입니다.


사는 일이 하도 바쁘고 대단해서 성인이 되고서는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달려야 하는게 우리들 시대입니다. 그렇게 쎄가 빠지게 달려도 어쩐지 한 해가 거듭될수록 남에게 뒤쳐지는 기분을 영 지울 수 없는 것도 소위 중년의 원인모를 우울이 아닐까 싶습니다. 혹시 앞만 보고 달려서 그런 건 아닐까요?


우리가 살아가는 경계 속에서 낙오되지 않으려면 최대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또 그들과 어쨌든 유대관계를 유지해야 합니다. 그래서 책상서랍에 명함은 쌓여만 가는데 정작 두리번거리면서 기다릴 만한 사람 하나 없이 훌쩍 지나버린 세월이라는 생각도 문득 들게 됩니다. 왜 그렇게 사는가, 가끔은 잘못사는게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엄습할 때면 어디론가 도망치고 싶은 충동도 느끼게 됩니다.


이런 증상들이 바로 우리가 헐벗은 탓이 아닐까 모를 일입니다. 오늘은 문득 죽은 친구 생각이 간절해집니다. 그래서 8층의 높은 창가에서, 달리는 차창 밖에서 그 친구의 모습을 찾으려는 듯 두리번거렸나 봅니다. 잘못 산 것이 분명한 제 경우에는 산 사람과는 할 이야기가 갈수록 줄어듭니다. 구체적으로 발성되는 말도 귀찮아져 웅얼거리거나 그마저 지루해지면 어디 귀신하고나 말하고 싶어질 때도 종종 있습니다.


일년 가야 한 댓번 꿈을 꾸는데 어젯 새벽에 꿈인지 생신지 구분 안가는 느낌에 퍼뜩 잠에서 깼습니다. 느낌은 참 생생한데 분명 헛것이 분명합니다. 어른들 말마따나 사나운 꿈자리를 겪은 겁니다. 그때문에 날이 밝고도 마음 한켠이 꾸물거렸습니다. 요즘 몸이 좀 시원찮아서 흉한 꿈을 꿨겠거니 치부하려 들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떠난 누군가가 산 내게 참 절실한 소통이 필요했었나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떠난 사람에 대해서 산 사람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기억이 고작인데, 기억을 깡그리 어디 저당잡히고 살아온 것에 대한 반성이 드는 날입니다. 오늘 잠들게 되면 혹시 귀신이 찾아와도 경망스럽게 놀라서 잠을 깨거나 하지 말 것이라 다짐합니다.  특별히 제삿날도 아닌 날에 몸이 차가와지도록 떠난 이 생각이 간절합니다. 아무래도 가을이 짙어져 그런가 봅니다. 그리고 어쩌면 꿈자리 사나운 값을 치룬 건지도 모를 일입니다.

2005년 11월




며칠 전에 이어 5년 전 찍었던 또 한 장의 부토 사진이다. 좀 더 기억을 더듬어보니 이때에 국립극장에서 부토 페스티벌이 열렸었다. 워낙 많은 말을 해놓았기 때문에 딱히 덧붙일 말이 없다. 거의 일기나 다름없는 기억인데, 5년이 지나고 들춰보니 5년 전의 나는 제법 골몰한 생각이 있었다. 내 스스로 머리를 쓰담쓰담해주고 싶다. 불과 5년인데 참 달라졌다. 그리고 친구가 그리운 것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그 친구는 그때도 지금도 세상에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그리워 해도 만날 수 없는 대상을 이렇게 기억을 한번 들춰냄으로 해서 잊지 않고 있다고 먼 곳을 향해 손 한 번 흔들어줄 수 있게 되어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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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자료  (0) 2010.03.10
헌재 판결 억장 무너지지만 그래도 이기는 것은 국민  (0) 2009.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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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6.14 15:10
    비밀댓글입니다
  1. 사진이 굉장히 인상적입니다.
    글도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고요.
    젤리는 맛있게 드셨나요? ^^
    • 젤리 못 묵었습니다. ㅎ;
      마임배우들의 연기가 강렬해서
      사진이 뭔가 좀 있어보이기는 하죠? ;;
    • 플룻부는여자
    • 2010.06.15 11:30 신고
    저는 아직 젊은축에 끼나봅니다...ㅎㅎㅎㅎ
    탁발님 글 읽다보니 저도 떠나버린...그래서 보고싶은 사람이 한명 떠오르네요....^^
    오늘 비는 안내렸으면 좋으련만....
    • 그렇다고 저를 늙은 취급은 하지마세요.ㅋ;